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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출신 사장님이 '김치' 찾아 전국 누빈 사연

#김볶키친 # 김진영 # 사장님 # 인터뷰



타닥, 타닥-. 톡, 토독-.


이건 밥알이 튀는 소리에요. 뜨겁게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 밥알이 오래 머물면 나는 소리죠. ‘이 몸’이 밥알과 함께 기름에 볶아지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사장님의 굳은살이 날렵한 후라이팬 손잡이에 와닿습니다. ‘이 몸’과 함께 섞인 볶음밥은 넓직한 그릇에 차분히 옮겨지고 계란 후라이와 김가루로 단장을 마무리 합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성은 ‘김’ 이름은 ‘치’, 김치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김치볶음밥 전문점 ‘김볶키친’입니다. 우리가게 김진영(37) 사장님은 김치볶음밥을 좋아해 2018년 말 매장을 열었습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볶음밥은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한 메뉴이지만 막상 찾아보면 잘하는 집을 찾기 쉽지 않죠.



김진영 김볶키친 사장님 



우리 사장님은 3년 반 동안 푸드플라이 라이더로 일하면서 외식업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음식점을 운영해본 적은 없지만 라이더로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여러 사장님들에게 묻고 배우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창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사장님이지만 매장 문을 열고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마다 맛이 달라 한달간 문을 닫아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죠. 절치부심 끝에 지금은 하루 매출 60만~70만원 정도를 내며 성공 궤도로 진입 중입니다. 김치볶음밥에 인생을건우리 사장님을 소개합니다

다이어트 도시락 사업 실패→푸드플라이 라이더→김치볶음밥집 사장님


9년 전 사장님은 다이어트 도시락 사업에 뛰어든 적이 있습니다. 닭가슴살·현미밥 등으로 다이어트에 좋은 식단을 짜서 인터넷에서 판매를 했는데요. 2년 정도 순항했지만 다이어트 식단 시장에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뛰어들면서 사장님 회사는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해요.

사장님은 2013년 사업을 정리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무릎을 크게 다쳐 1년 정도 병원과 집을 오가야했어요.  그러다 2015년 푸드플라이 라이더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푸드플라이 서초 지점에서 일을 시작한 사장님은 푸드플라이가 새로운 지역에서 서비스를 오픈할 때마다 자리를 옮겨 오픈 멤버로 일했어요. 사장님은 푸드플라이가 선정하는 ‘친절 라이더’로 여러번 뽑힐 정도로 열정을 불사르는 멋진 분이셨죠.  



김볶키친에서 쓰는 배추김치. 일주일에 100kg씩 받아 냉장고에서 4주간 숙성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중에도 사장님의 맘 속에는 늘 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한번 사업 실패를 경험한 사장님은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했죠. 그때 동업자 김웅 사장님의 권유로 ‘해보자’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사업을 구상하던 사장님의 머릿 속에 불현듯 김치볶음밥이 떠올랐다고 해요. 혼자 살면서 일주일에 2~3번은 꼭 김치볶음밥을 해먹던 사장님은 문득 ‘김치볶음밥 전문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국인이라면 어릴 적 집에서 흔하게 먹었던 메뉴이지만 막상 밖에서 먹으려고 하면 '그때 그 맛'을 찾기 쉽지 않은 게 김치볶음밥이죠. 김 사장님은 김치볶음밥의 배달 수요가 높을 거라 생각했대요.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끼니로 제격이니까요. 


오픈 일주일만에 문 닫은 사연...한달 동안 전국 김치공장 다니며 연구 


6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들고 호기롭게 매장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오픈 일주일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김치 회사에서 받은 김치 맛이 제멋대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김치 회사에서 받아온 김치의 맛도 제각각이었죠. 사장님은 이때 ‘이래서 김치볶음밥 전문점이 없구나’ 깨달았다고 해요. 창업을 준비하며 수백번 김치볶음밥을 테스트해봤지만 막상 실전은 달랐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만족하지 못하는 음식을 고객에게 팔 순 없다는 생각에 사장님은 영업을 잠시 중단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매장 문을 닫고 한달 간 김치 공장이란 공장은 모조리 수소문했죠. 결국 숙성된 김치를 받아 쓰지 말고 사장님이 직접 김치를 숙성하기로 했어요. 사장님은 냉장고와 실온에서 각각 김치를 숙성해 하루, 이틀이 지날 때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어봤어요. 실온에서는 낮과 밤, 계절마다 온도가 달라서 숙성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았죠. 이보다는 냉장고에서 3도 정도를 유지하며 4주 간 숙성한 김치가 최적의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사장님만의 ‘4주 숙성법’이 탄생했어요. 



김치볶음밥 전문점의 자존심을 유지하는 비결

①100% 국내산 김치, 고춧가루, 쌀

매장 곳곳에 사장님의 사랑이 스미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단연 사장님의 애정을 독차지 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이 몸, ‘김치’죠.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와 오른쪽 벽면을 보면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를 강조한 안내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안내문을 붙이던 날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명색이 김치볶음밥 '전문점'인데 국내산으로 만들어야지!" 첨엔 국내산이 중국산보다 단가가 3배 이상 비싸서 사장님께선 멈칫하긴 했지만김치볶음밥의주인공인김치만큼은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대요. 

사온 김치는 일반 냉장고에서 4주 동안 숙성기를 거쳐요. 잘못 숙성되면 신맛이 많이 나요. 신맛을 잡으려고 설탕을 많이 넣게 되니까 조심해야죠. 김치냉장고가 아닌 일반 냉장고에서 자연스럽게 숙성됩니다.

②오래 볶아야 맛있다

우리 집 김치볶음밥의 쌀, 김치 비율은 1대 1.2를 지킵니다. 쌀보단 김치가 좀 더 많이 들어가죠. 그 어떤 식당보다 우리 매장에서 김치를 제일 많이 넣을 거라 자부해요.  사장님은 저와 밥을 오래 볶는 편이에요. 한참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밥알이 타닥 타닥 튀어 올라요. 우리 매장에선 ‘이 정도로 볶아도 되나’ 싶을 만큼 센불에 휘적 휘적 볶아주죠. 

손 크기로 유명한 우리 사장님은 김치 크기에도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몰라요. 초반에는 김치를 큼직큼직하게 썰었다가 ‘김치가 너무 없다’는 고객 리뷰를 보고 사장님이 크게 상심한 적도 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들어가는 양은 같은데 크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샀던 거죠. 지금은 한 숟갈 뜨면 딱 보기좋게 얹어지는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③하루에 정해진 양만 판다

‘오전 7시. 우리 사장님의 출근 시각이죠. 점심에 판매할 30~40인분 분량의 밥을 지어요. 그다음 숙성한 김치를 파기름과 함께 볶아 밥과 함께 비벼놓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국자씩 퍼서 기름에 볶아 나가고 소금 간은 따로 하지 않아요. 미리 비벼놔서 밥알에 김치 간이 스며들거든요. 조리에서부터 배달까지의 효율성을 고려해 사장님이 고민한 동선이죠. 

점심 장사를 끝내고 나면 ‘브레이크 타임’을 겁니다. 저녁 장사를 위해서에요. 당일 지어둔 밥과 미리 볶아둔 김치는 반드시 그날 모두 팔아요. 지금은 하루에 100인분 판매를 목표로 해요. 저녁 8시라도 목표 분량을 다 팔고 나면 매장 문을 닫습니다.  


라이더 출신 사장님이 알려주는 꿀팁은?


우리 식당이 논현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배달 전문점을 열기에 가장 좋은 위치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장님께서 라이더로 일할 때부터 눈여겨 봐둔 자리였죠. 지도에서 우리 가게 위치를 보면 반경 2~3km 내 신사, 압구정, 반포, 역삼이 모두 있어요. 사장님은 첨부터 이 주변을 콕 짚어서 돌아봤대요. 이 일대에 공유주방 회사도 많이 있어요. 

사장님이 라이더를 했기 때문에 지리를 훤히 알고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우리 매장의 경우 주문 후 평균 배달 시간이 25분입니다. 너무 일찍 음식을 만들어 둬도, 늦게 만들어도 안되요. 갓 만든 김치볶음밥을 라이더가 픽업해서 고객에게 배달하기까지 되도록 15분을 넘지 않도록 해요. 이렇게 하기 위해선 라이더가 오는 시간을 감안해 조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산정해야 하죠. 

만약 행사 예약 주문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사장님은 영업을 잠시 멈추기도 해요.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주문을 받아 고객에세 최상의 음식을 내놓기 위해서입니다. 조리해야 할 분량이 한 두건 정도 남았을 때 다시 주문 접수 단말기를 켜고 주문을 받습니다. 이렇게 주문수량에 따라 매장을 관리하는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터득한 것이 아니겠죠. 

우리 사장님은 라이더 형들과 친형제처럼 지내는 편이에요. 우리 사장님 말로는 라이더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분들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사장님은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마지막 순간까지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 라이더"라고 자주 얘기해요. 사장님은 지금도 쉬는 날이면 다른 매장에서 배달 일을 한답니다. 다른 매장이 어떻게 운영을 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좋아하세요. 급격히 성장 중인 배달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공부하는우리사장님,좀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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