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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장님

돼지고기만 하루에 200kg 쓰는 불백집의 비결

#문숙이미나리식당 # 정문석 # 사장님 # 인터뷰



홍대생들의 ‘최애 맛집’으로 거듭난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는 홍대생들의 취향을 저격한 맛집이 있습니다. 바로 ‘문숙이미나리식당’입니다. 상호만 들었을 때는 ‘문숙’이란 이름을 가진 사장님이 있는 매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사실 문숙이는 정문석(37) 사장님의 애칭입니다. 삼형제 중 막내인 정 사장님이 집안에서 ‘문숙이’로 불리며 딸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사장님 자신을 걸고 제대로 해보기 위해 애칭을 상호에 넣었다고 합니다.

“‘미나리’의 꽃말이 ‘성의’예요. 고객들에게 정성스럽게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문숙이미나리식당’이라는 상호를 지었어요. 말 그대로 ‘문숙이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는 식당’이에요.”

이곳은 단돈 7900원에 푸짐한 돼지고기부터 분홍 소시지가 올라간 양은 도시락, 다섯 가지 반찬, 싱싱한 쌈채소까지 먹을 수 있어 ‘가성비 넘치는 맛집’으로 소문난 불백집입니다. 매장의 인기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한달 평균 매출은 8000만원. 하루에 돼지고기만 200kg(약1000인분)를 손질한 날도 있는데요. 홍대 맛집 문숙이미나리식당의 정 사장님을 만나 맛집 운영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정 씨네 막내아들 문숙이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가 취미였다는 정 사장님. 두 형들에게 음식을 해주며 실력을 키웠는데요. 학창 시절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주방에서 불과 조리 도구를 다루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버스에 붙은 요리학원 광고를 보고 운명처럼 끌려서 학원에 등록했어요. 1년 정도 학원을 다니면서 한식·일식·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덕분에 대학도 조리학과로 진학할 수 있었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간 정 사장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배울 게 없었어요. 나중에 내 매장을 냈을 때 대학교에서 4년 배운 것보다 현장에서 1년간 배운 게 더 도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리를 하는 데 굳이 대학을 나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문숙이미나리식당 정문석 사장님


학교를 박차고 나온 정 사장님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기로 했습니다. 취사병으로 군 복무 후 시작한 일은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사장님께 부탁해 서빙이 끝나면 고기 다루는 법을 배웠어요. 고기 다루는 작업을 ‘육부’라고 하는데요. 육부를 배워두면 고기를 해체하고 보관하고 요리하는 것까지 고기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죠. 그러다 아예 주방으로 넘어갔어요.” 1년간 고깃집 주방에서 일한 정 사장님은 이후 이탈리안 레스토랑부터 선술집, 치킨전문점, 키즈카페 등 다양한 분야의 주방에서 요리 실력을 쌓았습니다.


주방을 나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4년 3월 정 사장님은 동업자와 함께 프랜차이즈 맥주전문점을 열었습니다. 내 사업을 시작하면 무조건 잘 될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6개월을 못 넘겼는데요. 이후 바로 사업 아이템을 바꿔 당시 유행했던 프랜차이즈 치즈등갈비전문점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습니다.


 문숙이미나리식당 대표메뉴 고추장불백정식


“유행 타는 메뉴에 뛰어드는 건 무모한 일이라는 걸 배웠어요. 매장을 운영할 때는 프랜차이즈의 노하우만 믿기보다 스스로 쌓은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구요. 저는 요리에 자신 있었거든요. 음식이 맛있으면 무조건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사장이 되어보니 매장 운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라구요.”

2015년 7월 정 사장님은 홀로서기를 했습니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불백’을 주메뉴로 ‘비’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전에는 음식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홀 서빙, 직원 관리 등 매장 운영 모든 부분에 꼼꼼히 신경을 썼습니다.


문숙이미나리식당 정문석 사장님


정 사장님의 변화는 통했습니다. 8000원도 안되는 가성비 넘치는 불백이 밥을 챙겨 먹기 어려운 대학생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 나기 시작한 겁니다. 맛집으로 소문난 문숙이미나리식당에는 문턱이 닳도록 고객이 드나들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12월에는 월매출 1억1000만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 사장님은 불백 맛의 비결을 ‘재료 배합 비율’이라 말합니다. “대표 메뉴는 간장불백정식, 고추장불백정식, 간장보쌈정식인데요. 특별한 건 없어요. 요리하시는 분들이 다들 넣는 간장, 매실, 홍고추, 사이다 등을 넣고 간장 소스를 만들어요. 거기에 고추장을 넣으면 고추장불백정식 소스가 되죠. 특이한 재료보다 재료 배합 비율이 중요해요. 소스를 개발할 때 재료 반 스푼 넣고 메모 한 번 하면서 원하던 맛이 나올 때까지 배합 비율을 달리했죠. 간장 반 스푼 차이로 맛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문숙이미나리식당 대표메뉴 간장불백정식



프랜차이즈 도전기


정 사장님은 올해 5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본점 외에 연남점, 일산점, 안양점, 마산합성점 등 네 곳의 가맹점이 있는데요.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다 문을 닫은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무엇이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맹점주였던 경험이 있잖아요. 개선할 점을 매니저에게 이야기해도 반영이 잘 안되더라구요. 가맹점주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가맹점주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고, 가맹점주가 알려주는 불편 사항은 함께 수정해 나가고 싶었어요.”


 조리하는 정문석 사장님과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불판


정 사장님은 가맹점주들이 이야기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조리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문숙이미나리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불판인데요. “석쇠로 고기를 구우면 석쇠 사이로 고기와 소스가 떨어져요. 숯불에 고기가 떨어지면 타면서 연기가 올라와 고기에 탄 맛이 많이 배요. 일하는 사람도 매캐한 연기 때문에 힘들고, 화구에 소스가 묻어 청소도 어려워지죠. 이걸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석쇠 아래에 판을 깔면 어떨까 싶었어요. 제가 상상한 도구를 그림으로 그려 제조사에 보냈죠. 주문 제작한 제품을 써보니 소스가 불 위로 떨어지지 않는 반면, 열기는 그대로 올라와 고기가 타지 않고 잘 구워졌어요. 청소도 쉬워졌구요. 모든 가맹점에서 이걸 씁니다. 새로 개발한 제품 이름을 아직 못 정했네요.”


한달 평균 매출 8000만원, 불백집 운영 노하우


①원가 30%의 규칙


정 사장님은 돈을 모으기 위해선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금이라도 아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창업 초기에는 같은 메뉴로 2인분 이상만 주문받았어요. 이렇게 주문을 받아야 저희도 인건비와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더라구요. 바쁜 시간에 이 메뉴 저 메뉴 만들지 않아도 되구요. 당시에 매장 운영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던 비결이에요.”


 문숙이미나리식당 앞 정문석 사장님


정 사장님은 지금도 매출의 30%만 원가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식재료 물가가 바뀌더라도 일정한 원가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요.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매장 규모가 커져 식자재를 대량으로 공수하니 가능하더라구요. 반찬도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어요. 시기별로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재료 위주로 변화를 줍니다.” 

②메뉴는 무난하게 플레이팅은 트렌디하게


“2013년 유행을 따라 치즈등갈비매장을 열었어요. 유행이 시들해지니 발길이 뚝 끊기더라구요.” 정 사장님은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호불호 나뉘지 않고, 아침·점심·저녁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찾아 불백집을 열었는데요.


 문숙이미나리식당의 대표메뉴 간장보쌈정식


메뉴와 달리 플레이팅은 유행을 따랐습니다. “창업 당시 양은 쟁반에 음식을 담아 한 상 가득 차려주는 게 유행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약간 유치할지도 모르지만요. 그게 SNS에서 엄청 흥했어요. 지금은 혼밥 트렌드를 따라 1인분씩 정갈한 한상으로 플레이팅하고 있어요. 메뉴가 무난하다고 플레이팅도 무난할 필요는 없어요. 불백이라고 구수하기만 할 이유는 없는 거죠.”

③외식업은 고생길


정 사장님은 덤덤히 자영업 철학을 밝혔습니다. “모든 일이 힘들 듯 외식업도 힘들어요. 사장님 소리 듣는다고 편할 거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주방 일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갑자기 잠적하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1년 넘게 일하다 돈통을 들고 도망친 직원도 있었네요. 매장에 불난 적도 있었고… 저는 창업 초창기에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새벽 3~4시에 퇴근했어요. 음식 만드는 건 지금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에요. 매출 좀 잘 나온다고 안주할 수 있나요. 앞으로도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해야죠. 문숙이미나리식당을 어엿한 요식업 브랜드로 만들고 가맹점 100곳을 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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