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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만 90개, 그 어려운 걸 해낸 야식업계 대모

#아자아자야식포차 # 김영화 # 사장님 # 인터뷰




밑반찬 없이 90개 야식 메뉴로만 승부…야식 대모 김영화 사장님




‘아자아자야식포차(이하 아자아자)’는 오후 6시 문을 여는 야식 배달 맛집입니다. '지하'라는 지리적 단점에도 불구 성남 시민 사이에서 '야식 맛집'으로 통하는데요.

아자아자에서 파는 메뉴는 무려 90개. 이곳에서 주문한 음식만으로 한상이 차고 넘칩니다. ‘어떤 걸 시켜도 맛있다’는 리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부부인 김영화(56) 사장님과 임동균(59) 사장님의 손에서 맛깔스런 음식이 태어납니다. ‘2~3가지 메뉴에 집중하라’는 외식업 성공 공식과는 정반대로 가는데요. 아자아자만의 스타일로 한달 6000만원 내외 매출을 내는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김영화 사장님이 아자아자야식포차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육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메뉴명부터 베테랑의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어떤 미사여구 없이 ‘육회’, ‘알탕’, ‘김치전’ 등 주재료만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고객 시선을 사로 잡기 위해 여러 이모티콘을 붙이거나 식욕을 돋우는 수식어를 붙이는 요즘 추세와는 좀 다르죠.

아자아자는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 호프집이었습니다. 니트 공장을 운영하던 김영화 사장님은 2005년 4월 아자아자를 시작했죠. 지인이 먼저 1년 동안 운영하다 고객이 없어 애를 먹던 매장을 김영화 사장님이 인수했던 것인데요. 남편이자 호텔 주방장으로 10년 넘게 일한 임동균 사장님에게 5~6개월 간의 특훈을 받으며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을 익혔습니다.

  

아자아자야식포차의 인기메뉴인 제육볶음. '불맛이 제대로'라는 평을 듣습니다.


‘손맛’ 좋다는 소리를 듣던 김 사장님이지만 여러 사람의 입맛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수 후 메뉴를 정비하고 내놓은 ‘안주 3가지 1만1000원 세트 메뉴’가 대박이 나 매출이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성비 호프집으로 입소문 난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 2010년대 들어 매출이 하락세를 그렸습니다. 청년 위주였던 고객층 연령대가 점점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이리저리 돌파구를 찾던 차에 ‘배달을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단골 고객의 제안에 2018년부터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배달앱에 입점한 지 열흘 만에 하루에 100건 이상의 배달 주문이 들어올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이제는 배달앱에서 아자아자를 보고 홀이 있는 매장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생겼습니다.

김 사장님이 주변 사장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그 많은 메뉴가 어떻게 가능하느냐’는 질문입니다. 비법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김영화 사장님은 ‘공 들일 때는 공 들이고 단순하게 할 것은 단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영화 사장님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다는 질문을 모아 문답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김영화 사장님과 임동균 사장님


①90가지나 되는 메뉴의 식재료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김영화 사장님은 매일 가락시장에서 장을 봅니다. 식재료 유통업체에서 배송 받지 않는 대신 매일 장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식재료 관리가 쉽다고 합니다. 

“그날 그날 필요한 만큼만 사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식재료 관리가 쉬워요. 냉장고에 오랫동안 보관할 재료가 자체가 없어지니까요.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양파나 파는 한번 사오면 사나흘 동안 쓰긴 합니다. 양파 같은 경우 1망에 15kg짜리 2망, 대파는 10단 한묶음 정도요. 하지만 과일이나 고기는 매일 장을 보죠. 낙지 같은 해물이나 닭똥집, 생닭도 모두 생물을 장을 직접 봐서 사용해요. 해물은 냉동을 쓰면 오히려 재료 관리가 어려워요.싱싱하고깨끗한 것을 사야 손질이 편하고 로스(loss)도 안나요.” 

대부분 메뉴에 직접 만든 육수와 다데기(양념)를 사용합니다. 아자아자는 제육볶음, 낙지볶음 등 볶음류가 특히 맛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는데요. “볶음류는 제육이든 낙지든 한 가지 다데기를 넣고요. 대신 메뉴마다 간장, 소금, 설탕, 식초, 조미료 등의 비중을 조금씩 달리 해요. ‘덜 맵게 해주세요. 달달하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아자아자야식포차 매장에는 지난 15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②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 아닌가요?

주문 즉시 불을 켜고 조리합니다. 과일샐러드도 주문이 들어온 뒤 칼로 썹니다. 갈변을 막기 위해서죠. 이런 정성 덕분에 '과일샐러드가 신선하지 못하다'는 리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리 만들어서 데우기만한 다음 나갈 거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메뉴 가짓수가 많은 집에서는 오히려 이게 비효율적이더라구요. 미리 조리해 두는 것은 백숙 정도에요. 하지만 이것도 매일 생닭을 삶은 다음 일일히 찢어서 1인분씩 보관해 두죠.”

음식을 빨리 내놓기 위한 비법 중 하나는 재료를 조금씩 나눠 담아놓는 ‘소분’입니다. “오후 3시쯤 장을 보고 4시부터는 재료를 다듬고 소분을 해놓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조리할 수 있도록 완벽히 나눕니다. 이 부분은 사실 노하우가 좀 필요해요. 저희는 채소가 생명이어서 양파, 파, 당근, 양배추를 하루 분량만큼 미리 썰어서 봉지에 한꺼번에 담아서 써요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김영화 사장님


재료 소분은 절대 한꺼번에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김 사장님은 그날 주문수를 봐가며 틈틈이 재료를 다듬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들어오는 첫 주문 메뉴가 종일 많이 들어와요. 오늘 낙지볶음이 스타트를 끊었다면 그날은 ‘낙지볶음의 날’이죠. 생각보다 예측이 쉬워요. 비오는 날에는 전이나 탕류가 많이 나가고요.”


③한꺼번에 주문이 많이 들어올 땐 어떻게 하나요? 

김 사장님과 임 사장님 그리고 직원 1명이 아자아자를 움직입니다. 역할 분담을 목숨처럼 지킵니다. 김영화 사장님은 불 앞을, 임동균 사장님은 도마 앞을, 직원 분은 포스기 앞을 절대 떠나지 않죠.

직원이 “떡볶이, 똥집, 육회, 쭈꾸미요!”를 외치면 김 사장님이 떡볶이와 닭똥집볶음, 쭈꾸미볶음을 준비하고 임 사장님이 육회를 준비합니다. 음식이 용기에 담기면 직원이 포장을 하고 라이더에게 건넵니다. 주문 후 이 많은 음식이 나가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임동균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육회



“지금 같이 일한 직원이 5년 동안 함께한 친구에요. 저희 매장에서는 특히 숙련자가 필요해요. 보통 음식점은 직원만 바뀌어도 ‘주방장 바뀌었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거든요.” 

후라이팬의 위치도 정해져 있습니다. 맨 위에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놓고, 그 아랫줄에는 볶음용 후라이팬, 떡볶이와 탕용 후라이팬, 튀김용 팬이 순서대로 놓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거죠. 식재료 위치가 단 하나라도 바뀌면 못찾아요.”


    

환하고 웃고 있는 김영화 사장님과 임동균 사장



④가성비 좋은 메뉴를 유지하는 비법이 있나요?

아자아자에는 밑반찬이 없습니다. 오로지 메뉴판에 적힌 메인 메뉴로만 승부합니다. 밑반찬은 없지만 메뉴 가짓수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를 조금씩 맛보길 원하는 요즘 고객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습니다. 

“요즘 고객들은 딱 한 그릇으로 끝내는 메뉴를 좋아해요. 혼자 사는 분들은 밑반찬을 따로 보관했다 먹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요샌 밑반찬이 구색 맞추기 용도로 변한 경우도 많구요.”

밑반찬이 없는 대신 메인 메뉴를 푸짐하게 내놓습니다. “고객이 좋아하지 않는 반찬을 넣고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고객이 주문한 메뉴에만 최선을 다해 맛과 가격을 다 잡을 수 있어요. 매장 입장에선 메뉴에만 집중하면 되니 효율성도 높아요. ‘반찬 없이 메인 메뉴를 푸짐하게 줘서 좋다’는 소리 매번 들어요.” 

  

아자아자야식포차만의 특제 소스로 만드는 돈까스



“진부한 말로 들리겠지만 저는 ‘엄마 맘으로 요리한다’고 자부해요. 아자아자 문 열었을 때 20대 대학생 손님이 많았어요. 그때 기억이 많이 나요. 지금도 밥 잘 못해먹는 청년들이나 젊은 아기 엄마들 생각하면서 요리해요. 내가 좀만 발품 팔면 싱싱한 재료 저렴하게 가져다 쓸 수 있죠. 한달에 제 월급으로 400만원 좀 못미치게 가져가는 것 같네요. 고생하는 것에 비해 남는 게 없다 싶긴 해요.”

⑤새로운 메뉴 개발은 어떻게 하나요? 

창업 당시 30개였던 메뉴 수는 배달을 시작하면서 3배로 불어났습니다. 메뉴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인데요. 16년 동안 아자아자를 들르던 청년 고객이 결혼을 하고 중년으로 바뀌었습니다. 달라지는 고객 입맛에 따라 메뉴도 바뀌었는데요. 

“홀을 함께 운영하면서 좋은 점은 손님들에게 ‘이거 새로 나온 메뉴인데 드셔보시라’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손님 반응을 보고 메뉴로 만들지 말지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배달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과일 샐러드와 육회를 메뉴에 추가했습니다. “‘엄마 맘으로 만든다’는 뜻을 달리 하면 ‘요리할 때 귀찮은 일을 대신해준다’에요. 과일 샐러드는 제철 과일을 종류별로 사서 씻고 잘라서 먹으려면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들죠. 이걸 저희가 대신 해드리는 거에요.”

  

아자아자야식포차의 인기메뉴 과일샐러드


아자아자는 계절에 따라, 입맛 트렌드에 따라 재료를 조금씩 달리 하는데요. 단골 고객이 아자아자를 찾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해물탕이 제철 재료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꽃게 철이면 꽃게 좀더 넣고, 오늘 낙지가 물이 좋으면 낙지 좀더 넣고… 최근에는 ‘후추’를 듬뿍 넣는 것을 좋아하는 고객이 늘면서 양념에 들어가는 후추양을 늘렸어요.

⑥밤낮이 바뀌었을텐데 어떻게 건강·스트레스 관리를 하나요?

이전에는 월매출이 1억원에 달할 만큼 주문이 몰리고 바빴습니다. 매출이 오른다는 기쁨도 잠시. 김영화·임동균 사장님은 몸과 맘이 지쳐 ‘이 나이에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삶의 의욕이 줄고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딸과 사위가 운영하는 2호점(성남점) 덕분에 주문 수가 분산돼 최근 여유가 생겼습니다. 

  

불맛이 더해지고 있는 제육볶음


요즘 사장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미스터트롯’ 음악입니다. “장사에도 성격이 중요해요. 일은 즐겁기보다 괴롭고 힘들 때가 더 많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니까요. 그래서 너무 일에만 몰두하면 안돼요. 취미를 갖고 스트레스를 풀 줄도 알아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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