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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아래 와인이 묻혀있다?

#슬기로운 외식생활 #슬외생 #와인의 역사


‘​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 것을 먹던 인간은 불을 발견한 후로 고기와 채소 등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뇌 크기가 커졌는데요. 이전보다 커진 뇌를 가진 인간은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음식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생활 습관과 사고 방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음식이 인간의 생활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1인 메뉴가 늘어난 것이 그 예입니다.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음식과 우리의 삶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보는 슬기로운 외식생활을 연재합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이어지면서 음주 문화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회식을 비롯한 각종 모임이 줄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혼자서 술을 즐기는 ‘혼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와인’ 소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2020년 한해 와인 총 수입량(2리터 이하 용기에 넣은 것)은 4만4571톤. 전년(3만3797톤) 대비 31.8%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죠. 같은 기간 수입액도 2억7530억달러(약 3036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그간 마니아들만 마시는 어려운 술로 통했습니다. 까르베네 소비뇽, 멜롯, 피노누아, 쉬라즈, 메를로, 돔 페리뇽…. 품종은 왜 그렇게 많은지 뭔가 넘보기 힘든 술이었는데요. 슬기로운 외식생활 열 번째 편에선 코로나19로 소주와 맥주 못지 않은 일상 주류로 자리 잡은 ‘와인’ 이야기입니다.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장에서 와인을 팔려고 생각 중인 사장님이시라면 이번 슬기로운 외식생활으로 와인에 입문해보세요. 


인류의 역사를 함께한 술 

 

와인은 언제 시작됐는지 명확한 기원을 알기 어려울 만큼 오래된 술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인간에게 와인 담그는 법을 가르쳤다고 나옵니다. 성경에서도 와인이 자주 등장하죠. 인류 역사에 남겨진 기록으로는 조지아가 와인의 발상지로 통합니다. 2017년 조지아에서 발견된 항아리에서 포도씨가 발견됐는데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무려 8000년전 발효된 것이라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8000년전이면 신석기 시대입니다. 인류 최초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농경과 목축이 시작된 때죠. 

 

조지아는 터키의 우측 위편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인데요. 여름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반면 겨울은 온난하고 비가 많이오는 지중해 지역입니다. 와인은 이처럼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주로 마셔왔습니다. 

 

와인을 중동과 유럽 전역, 아프리카 등지로 전파시킨 건 2000년간 유럽과 북부 아프리카를 점령한 로마제국입니다. 로마제국은 점령하는 국가마다 포도나무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병사들이 자칫 오염된 물을 마시고 배탈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포도나무 덩쿨로 적군의 기습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말도 있죠.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수도원과 교회를 중심으로 와인이 생산됐습니다. 


셔터스톡

 

중세에 와인은 유럽 문화활동의 매개체였습니다. 이전까지 사치품에 가까웠던 와인을 많은 이들이 즐기기 시작했죠. 근대에 들어 샴페인이 발명됐습니다. 샴페인의 종주국은 프랑스이지만 샴페인이 최초로 발명된 나라를 따질 땐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 합니다. 17세기 프랑스 상파뉴에서 수도사 돔 페리뇽이 발명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앞서 영국에서 발포성 와인을 마셨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16세기 프랑스 리무의 수도사들이 발명했다는 말도 있죠. 18세기에 유리병에 와인을 넣고 코르크 마개를 이용해 밀봉하는 방식이 널리 퍼지면서 와인 제조·보관 기술은 한번 더 비약합니다. 

 

까르베네 소비뇽, 샤도네이 등 와인 종류를 구분할 때 부르는 명칭은 ‘와인의 품종’입니다. 국가별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이 있고 같은 품종이어도 국가별로 당도나 쓴맛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품종을 꼽자면 레드와인은 까르베네 소비뇽, 피노 누아, 말벡, 쉬라즈가 있고 화이트와인에는 샤도네이, 쇼비뇽 블랑, 리슬링, 모스까토가 있습니다. 

 

와인병에 붙어 있는 라벨에 새겨진 연도는 ‘빈티지’라고 부르는데요. 85% 이상 그해에 생산되 포도로 만든 와인에만 연도를 넣을 수 있습니다. 포도 작황이 와인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빈티지 연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한국 와인 변천사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초의 와인이라 볼 수 있는 건 1974년 해태주조에서 만든 ‘노블와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와인이라는 점을 기념하기 위해 1975년 국회의사당 해태상 아래 72병을 묻어뒀다고 합니다. 100년 후인 2075년에 개봉할 계획이라 하죠. 



“100년후 꺼낸다는조건 술병 묻어” 1975년 11월 7일자 경향신문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지금까지 사람들이 찾는 최장수 와인은 ‘마주앙’입니다. 1977년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에서 출시했는데요. 마주앙은 언뜻 들으면 불어 같지만 ‘마주 앉아서 즐긴다’는 뜻을 가진 우리말입니다. 출시와 동시에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한국 천주교 미사주로 봉헌됐는데요. 지금까지 국내 주요 천주교 행사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2009년 롯데그룹과 오비맥주의 주인이었던 두산주류가 합병하면서 지금은 롯데칠성에서 마주앙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문에 실린 미주앙 광고. 1977년 5월 11일 경향신문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우리나라 와인 시장은 2004년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를 계기로 급성장했습니다. 와인 관세가 인하·철폐되면서 몬테스알파, 1865 같은 칠레의 와인을 만나기 쉬워졌습니다. 2002년 만해도 한국의 와인 수입액은 3000만 달러를 채 넘지 않았습니다. 불과 5년만인 2007년에는 1억5036만 달러로 껑충 뛰었죠. 2011년에는 유럽과의 FTA, 2012년에는 미국과의 FTA를 맺으면서 유럽과 미국 와인들이 대거 들어왔습니다.

 

대형마트에선 와인 코너를 확대하고 저가 와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독한 술 대신 부드러운 저도수 술을 선호하는 경향도 와인 인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국가, 품종에 따라 수만가지 종류로 나뉘는 와인의 매력이 무수한 마니아를 만들었습니다. 급기야 201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주류 수입액에서 양주를 제치고 와인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일상 속 가까워진 와인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와인 시장을 한번 더 키웠습니다. 마트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와인을 팔고 있는데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는 2020년 와인 매출이 68.1%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GS25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와인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7% 뛰었습니다. 이마트24에서는 1분에 3병꼴로 총 170만병의 와인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미니(mini) 와인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와인 용량은 750㎖입니다. 2~3명이서 마실 양인데요. 요즘엔 187㎖, 200㎖, 375㎖ 등 혼자서 마시기에 부담 없는 용량의 와인들이 눈에 띕니다. 이는 홈술·혼술·홈파티 추세를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죠. 

 

와인 안주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요기요에서 2020년 주문 수가 크게 늘어난 신규 배달 음식 1위는 ‘하몽’이었습니다. 하몽은 돼지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만든 스페인 요리입니다. 대표적인 레드와인 안주로 꼽히죠. 

 

셔터스톡


와인을 배달하는 매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요기요앱에서 ‘와인’을 배달하는 매장 수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는데요. 2020년 7월 ‘주류규제 개선 방안’이 시행되면서 배달음식을 시킬 때 음식값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술을 함께 주문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치킨이 2만원이면 술은 2만원 어치까지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2만100원 어치의 술은 주문할 수 없습니다. 

 

단 와인과 같은 술을 배달 판매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일반음식점이면서 주류판매업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사업자등록증에 ‘주류판매신고번호’가 있어야 하죠. 

 

술을 배달 판매한다 해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와인을 잔에 담아 파는 매장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배달을 할 땐 병 와인을 파우치 등에 소분해서 파는 것은 안됩니다. 일반음식점에서 와인을 제조해서 배달하는 것도 안됩니다. 납품 받은 와인을 넣어 만든 뱅쇼나, 샹그리아 등을 배달로 팔아서도 안됩니다. 주세법 제15조에서 규정하는 ‘주류 판매 정지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술을 제조하려면 ‘주류제조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만일 뱅쇼나 샹그리아를 배달하고 싶다면 ‘무알콜’이어야 합니다. 




참고자료 


수출입무역통계-품목별 수출입실적-품목코드 ‘220421’, 관세청 

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브누아 시마·다니엘 카사나브, 한빛비즈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탐나는책

8천년 전 포도주 흔적 발견, 더사이언스타임즈, 2017.11.14.  

동유럽·오렌지·프리미엄·데일리…코로나로 다시 전성기 맞은 와인 시장, 매경이코노미, 2020.11.20.

‘혼술’ 시대에 와인 인기… 백화점·편의점 모두 판매량 급증, 세계일보, 2021.01.10. 

올해도 ‘와인 전성시대’, 경향신문, 2021.01.10.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세계 최초의 스파클링이 과연 돔 페리뇽일까?, 세계일보, 2018.08.03.

혼술 · 홈술 덕분?…주류 1위에 오른 와인, SBS, 2021.01.04.

酒렁酒렁…와인 마니아들 심장이 뛰는 곳, 한국경제, 2020.02.23.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대한민국 최장수 와인 '마주앙'을 아시나요, 뉴시스, 2020.09.06. 

"가볍게 와인 한 잔" 양주 제치고 수입 1위, SBS, 2015.08.05.

[술 뉴스레터] 한국와인, 알고 마시면 좋아하게 됩니다, 조선비즈, 2020.04.13. 

[Q&A]"소주·위스키는 맥주처럼 종량제 세금 어려워", 머니투데이,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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