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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집 단골 반찬 ‘죽근이’를 아시나요

#주꾸미 #제철음식 #서울용두동 #인천만석동 #주꾸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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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명물 주꾸미에 대해 알려드려요.



4~5월이면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는 주꾸미. 봄이 제철인 식재료인데요. 앙증맞은 크기 덕분에 초보 요리사도 쉽게 손질할 수 있어서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죠. 주꾸미는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의 봄 식탁을 차지했을지 슬기로운 외식생활 열두 번째 편에서 주꾸미에 대해 파헤쳐 봤습니다. 


‘쭈꾸미’ 아니고 ‘주꾸미’


‘주꾸미’란 이름은 ‘죽금어(竹今魚)’에서 시작됐다는 가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대나무 죽순이 돋아나는 봄이 제철이라 ‘죽금어(竹今魚)’로 불렸던 데서 유래됐다는 이야기인데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가 어류에 대해 쓴 책 ‘난호어목지’에서 주꾸미를 한자로 망조어(望潮魚), 한글로는 ‘쥭근이’라고 부른 기록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죽금어, 쥭근이를 거쳐 주꾸미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죠.



 셔터스톡


제철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주꾸미의 제철이 언제인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주로 봄파와 가을파로 나뉘는데요. 논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주꾸미를 잡는 지역이 계절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해 중부의 무창포, 마량포구에서는 2월부터 5월까지 봄 날씨에 주꾸미 낚시를 합니다. 반대로 서해 남부 지역에서는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9월에 주꾸미를 잡죠. 주꾸미 제철이 가을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9월 주꾸미는 처가에도 안 준다’는 낚시꾼들의 이야기가 그 맛을 증명한다는데요. 주꾸미가 봄의 음식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주꾸미 ‘알’이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주꾸미의 산란기가 5~6월이기에 4~5월이면 몸통에 하얀 쌀밥 같은 주꾸미 알이 꽉 차있는데요. 익혔을 때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주꾸미 알의 고소함이 별미라고 하네요.



고려청자를 품은 주꾸미


주꾸미는 주낙과 낭장망, 두 가지 도구를 사용해 잡습니다. 주낙은 얼레에 감긴 긴 낚싯줄을  바다에 드리워 두었다가 낚아올리는 방법입니다. 주낙으로 주꾸미를 잡을 때는 소라 껍데기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주꾸미가 갯벌에서 살다 산란기가 되면 빈 소라 껍데기나 조개껍데기를 찾아가 알을 낳기 때문이죠. 낭장망은 커다란 그물을 써서 잡는 건데요. 낭장망으로 잡은 주꾸미는 산란을 위해 소라 껍데기로 들어온 주꾸미를 잡는 주낙보다 씨알이 잘고 싱싱함이 떨어져 주로 주낙을 이용합니다.


 셔터스톡


주꾸미 낚시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도 있습니다. 2007년 5월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바다에서 고려청자를 건져 올린 겁니다. 알을 낳으려고 소라껍데기 안에 들어간 주꾸미는 자갈로 입구를 막는 습성이 있는데요. 어부가 낚은 주꾸미가 바닷속 고려청자를 집어와 소라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던 거죠. 어부는 곧바로 태안군청에 신고했고 대대적인 수중 조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2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든 ‘태안 보물선’이 발견됐죠. 주꾸미 덕분에요.


손질이 손쉬운 주꾸미


주꾸미는 크기가 작고 요리하기 쉬워 국적 불문 다양한 음식에 어울립니다. 작은 크기 덕분에 통째로 많이 조리되는데요.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는 요리 전 깨끗이 씻어줘야 합니다. 주꾸미에도 먹물을 내뿜는 ‘먹통’이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 먹통과 내장을 제거해야 하죠. 주꾸미 몸통과 다리 사이에 칼집을 내고 칼등으로 살짝 누르면서 뒤집어 밀어내면 먹통과 내장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다리 쪽의 눈과 입은 칼로 도려내면 되죠. 이렇게 손질한 주꾸미는 굵은소금을 이용해 주물러 씻어내고 헹궈내면 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깨끗하게 씻은 주꾸미를 곧바로 먹지 않는다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조리할 만큼 소분해 -20~0℃에서 냉동 보관을 하면 됩니다. 냉동 보관은 7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요. 잘 손질해둔 주꾸미는 통째로 쪄 먹는 통찜, 멸치나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살짝 데쳐먹는 샤브샤브, 새콤달콤한 주꾸미 무침, 쫄깃하게 씹는 맛이 있는 주꾸미 파스타 등 무궁무진한 요리로 다시 태어나죠.


반찬에서 시작해 동네 명물이 된 주꾸미


가장 친숙한 주꾸미 요리는 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주꾸미 볶음’일 겁니다. 주꾸미 볶음은 인천의 향토음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경우라고 하는데요. ‘주꾸미 거리’로 유명한 인천시 동구 만석동 근처엔 인천항과 화수부두가 있어서 서해에서 올라온 주꾸미 조달이 쉬웠다고 합니다. 1953년에 세워진 제철공장과 더불어 다른 공장이 많아서 근로자들이 찾는 밥집도 많았죠. 저렴한 가격에 매콤한 맛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주꾸미볶음이 탄생하기 좋은 환경이었는데요.




서울에도 주꾸미 골목이 있습니다. 동대문구 용신동에 위치한 ‘용두동 주꾸미 골목’인데요. 1호선 제기동역 6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골목 식당들 중에서도 ‘호남식당’이 자타공인 원조 주꾸미 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용신동도 인천 만석동처럼 공장이 많은 동네였는데요. 수출용 제품을 만드는 작은 가내수공업 공장이 빽빽한 곳이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호남식당도 그중 하나였는데요. 1980년대 초 호남식당에서 백반에 ‘반찬’으로 주꾸미볶음을 내놓은 것이 큰 인기를 끌자 아예 주메뉴로 ‘철판주꾸미볶음’을 팔았죠. 1990년부터는 근처 식당에서도 철판주꾸미볶음 메뉴를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용두동 주꾸미골목’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 것을 먹던 인간은 불을 발견한 후로 고기와 채소 등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뇌 크기가 커졌는데요. 이전보다 커진 뇌를 가진 인간은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음식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생활 습관과 사고 방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음식이 인간의 생활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1인 메뉴가 늘어난것이그예입니다.요기요파트너마케팅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음식과 우리의 삶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보는 슬기로운 외식생활을 연재합니다. 



참고자료

주꾸미가 낚은 고려청자, 서울신문, 2007.06.05

용두동 주꾸미 골목, 봄의 매운맛을 보다, 뉴스파인더, 2015.05.07
부드럽고 쫄깃한 봄의 전령 ‘주꾸미’, 한국외식신문, 2018.05.23
‘용의 머리’ 마을이 주꾸미 동네로 변한 황당한 사연, 중앙일보, 2019.03.04

고려청자 낚은 주꾸미, 숨겨진 고려의 비밀을 열었다, 서울신문, 2021.01.17
낙지 울리는 주꾸미의 매운맛, 서울사랑, 2021.03
주꾸미잡이,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낙지가 부럽지 않아요, 서울에서 만나는 알 꽉찬 봄 주꾸미!, 한국관광공사 
죽순이 올라오는 봄철이 제철이라 하여 죽금어(竹今漁)로 불렸던 만석동 주꾸미볶음, 지역N문화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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