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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장님

'짜장면은 되고 까르보나라는 왜 안되냐' 던 사나이

#파스토보이 # 김재환 # 사장님 # 인터뷰




“배달 앱이 대중화되면서 ‘파스타도 배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어요. 우니라나 배달음식의 대표주자인 짜장면, 짬뽕도 같은 밀가루로 만든 면이에요. 파스타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봤죠.”

2016년 대구 교대 삼거리 앞에 문을 연 파스토보이 김재환(29) 사장님은 ‘파스타 배달’ 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외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파스토보이는 전국에 2개의 직영점과 26개(2020년 2월 기준) 가맹점을 운영하는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파스토보이는 ‘배달 가능한 이탈리아 음식’을 표방합니다.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파스타와 필라프, 스테이크 등을 배달합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비싸다’는 편견을 깼습니다. 파스토보이 메뉴는 한 접시에 8900원부터 시작합니다. 같은 업종 대비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직영점인 대구 교대점과 서울 역삼점은 배달로만 하루 200만~300만원 매출을 올립니다. 각 직영점이 내는 월 평균 매출은 각각 8000만원대. 

김 사장님은 원래 외식업엔 관심 없는 대학생이었습니다. 형이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외식업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하나씩 이루며 외식업의 맛을 알게 됐습니다. “연륜에서 오는 노련미는 없지만 젊음이 주는 무모함만 믿고 여기까지 왔어요.” 대구 교대점과 서울 역삼점을 운영 중인 김 사장님의 고군분투기를 들려 드립니다.  

 



파스타와 배달이 만나면


파스타는 식사 약속이 있을 때 부담없이 선택하는 메뉴입니다. 하지만 ‘배달음식’으로 보자면 낯선 감이 있습니다. 

“파스타를 배달한다고 했을 때 ‘그게 가능해?’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파스타는 왠지 번듯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제가 매장을 낼 때만해도 파스타를 배달하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김 사장님은 알고 보면 파스타가 그 어떤 음식보다 배달에 적합한 음식이라고 말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소스에 면을 넣어 섞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실제 우리 매장에서는 조리 시간이 5분을 넘기지 않아요.” 

 

김재환 파스토보이 사장님



파스타 조리법은 어렵지 않다해도 삶은 면이 쉽게 불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파스타 배달은 고객이 음식을 받는 순간까지 면을 탱글탱글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특별한 비책은 없습니다. 짜장면, 짬뽕, 라면 모두 오래 두면 면이 불 수 있다는 건 마찬가지죠. 하지만 작은 팁이 있긴 해요.” 

면은 한 번에 30~40인분씩 하루에 3번 미리 삶습니다. “파스타 면은 3번을 거쳐 익어요. 면만 삶을 때, 소스랑 섞을 때, 용기에 담아 배달해 갈 때. 그래서 처음에 삶을 때는 2~3분만 설익힙니다. 그런 다음 면을 올리브유로 코팅합니다. 집에서 이렇게 하면 자칫 면과 소스가 겉돌 수 있어요. 하지만 대량으로 면을 삶는다면 올리브유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셰프가 아니어도 파스타를 즐겨 드시는 분들이라면 알고 있는 조리법이에요.”

파스타 소스를 면이 충분히 잠길 만큼 담아 면이 불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노하우 중 하나입니다. “파스타 면을 소스에 흥건히 적셔 먹는 스타일은 한국식입니다. 정통 파스타는 소스가 국물처럼 흥건하지 않아요.” 실제 드라마 ‘파스타’를 보면 주인공 이선균이 소스양이 너무 많다며 후배 요리사를 호되게 혼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파스타 스타일이 배달을 용이하게 만든 셈입니다. 

파스타 면을 아무리 탱글탱글하게 만들고 소스에 흥건히 적셔도 배달해야 하는 거리가 너무 멀면 소용 없습니다. “저희는 2km 내외 지역만 배달해요. 면이 불거나 소스가 면에 전부 스며들어 졸아버리면 음식으로서의 가치가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이죠.” 




가성비 최고의 배달 파스타를 만들기 위한 철칙 ‘세 가지’


파스토보이는 ‘가성비’에 목숨을 겁니다. “대구 교대 앞에서 시작했어요. 주 고객은 20대 대학생이었어요. 매장에서도 집에서도 부담없이 시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①줄일 수 있다면 임차료부터

매장을 새로 열 때 가급적 작은 규모로 시작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매장을 내겠다고 결심했을 때 예산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가성비 있는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선 매장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차료 부담을 줄여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저렴한 지방을 공략한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배달 위주의 매장을 계획한다면 상권이 좋지 않아도 관계 없습니다. 홀 없이 배달만 한다면 10평(33㎡) 매장을 혼자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서울 역삼점과 최근 확장 이전한 대구 교대점도 1층 대비 임차료가 낮은 2층에 있습니다.”

②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외식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형의 갑작스런 권유를 받은 후 스물 세살 때부터 카페와 양식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한 뒤 형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첨엔 등 떠밀리 듯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뭐든 만드는 연습부터 했어요. 서점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기만 한 게 아니라 책에 나온 파스타 레시피란 레시피는 모두 따라해 봤습니다. 파스타 잘한다는 가게에 가서 그 맛을 내려고 그대로 따라도 해봤어요. 그렇게 2년을 따라 하니까 파스타 레시피의 기본이 보이면서 제 나름의 방식대로 좋은 맛을 내면서도 적정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③고객의 작은 목소리까지

면이 불지 않게 하기 위해 소스양을 넉넉히 담다 보니 생각지 못한 문제가 가끔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파스타를 담은 그릇을 랩으로 둘둘 말고 테이프를 붙여도 소스가 샌다는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소스가 새어버렸다는 고객 컴플레인이 자주는 아니지만 더러 있었습니다. 10번 이상 ‘소스가 샜다’고 해서 다시 배달해드린 고객까지 있었고요. 여러가지 방법을 찾다가 뒤집어져도 새지 않는 용기를 찾아냈습니다. 가격과 품질까지 고려한 용기를 찾는데에만 1년도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창업과 동시에 프랜차이즈 확장 나선 이유


2016년 파스토보이 창업과 동시에 프랜차이즈 확장에 나섰습니다. 파스타 배달을 내세우는 곳이 많지 않아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창업 초반 사장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식자재를 직접 운반해주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했습니다. “요즘 인기 많은 새벽 배송처럼 가맹점 사장님 매장을 직접 찾아가 자재를 전달했어요. 새벽이라 차가 막히지도 않았고 가맹점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2~3시간이면 다 돌았어요. 그러고 나서 2~3시간 자고 가게 오픈하러 나갔죠.” 

이렇게 발로 뛰는 과정에서 김 사장님은 가맹점 사장님들의 불편사항을 반영해 시스템에 반영해 나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문 다음 날 바로 도착하는 식자재 발주 시스템이었습니다. “보통 물류 회사에서 식자재를 가게 앞에 두고 가는 경우 많은데 저희는 냉장고에 아예 들여다 놓았습니다. 여름에는 식자재가 상할 수도 있고요. 무거운 물건을 배송해 드리는 김에 번거로움을 최대한 덜어드리자는 취지로 했는데 점주님들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파스타 배달 브랜드로 입지 다지는게 목표


파스토보이 법인명은 ‘우주소년’입니다. 김 사장님은 우주소년의 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주소년은 파스토보이 뿐만 아니라 가성비를 강조한 커피 브랜드 ‘일리터프로젝트’, 공유주방 ‘하이퍼키친’도 매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파스토보이에는 20~30대 젊은 사장님이 많습니다. 창업이 처음인 초보 사장님이 대부분입니다. “점주분들께 투자금이 많아야 하는 좋은 입지, 비싼 인테리어를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만약 업종을 변경하는 사장님이라면 기존 매장 집기와 시설을 최대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26개 가맹점 평균 매출은 하루 70만~80만원이에요. 가맹점주분들께 매출의 20~30%는 사장님 월급으로 가져가실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파스토보이는 가맹점들로부터 매출의 3.3%를 로열티로 받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이마저도 없앨 예정입니다. 김 사장님은 지금도 전국에 있는 가맹점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합니다. “당장 수익을 내는 것보다 파스타 배달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싶어요. 저희는 이제 막 성장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먹는 장사’로 생계를 해결하고 꿈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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