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각국 기업들이 모여 세계 최신 기술을 겨루는 가전·정보기술 전시회(CES). CES 2020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분야는 ‘대체고기 기술’이었습니다. 대체육을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는 이 전시회에서 ‘임파서블 포크’라는 식물성 고기를 공개했습니다. 갈아서 다진 고기로 맛은 돼지고기이지만 글루텐, 동물 호르몬, 항생제는 없어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습니다.
지금도 콩으로 만든 고기같은 대체고기는 있지만 기술 부족으로 ‘고기 흉내만 낸 가짜’에 불과했는데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풍미와 식감은 물론 구울 때 피가 흐르는 듯한 모습까지 흉내낸 대체고기가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켓츠앤마켓츠가 2020년 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대체 고기 시장은 2019년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후 연평균 12%씩 성장해 2026년에는 35억달러(약 4조1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장에 뛰어든 회사들의 성장 속도는 빠릅니다. 2019년 5월 대체고기 제조업체 중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상장 첫날 주가가 163% 급등했습니다. 시가총액은 37억 7600만 달러로 치솟았습니다. 비욘드미트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풍미·육즙·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를 만듭니다. 2015년 첫 버거 패티를 출시한 비욘드미트의 매출은 2016년 1620만 달러(약 193억 원)에서 2018년 8793만 달러(약 1050억 원)로 169.9% 증가했습니다. 2019년 매출은 2억5963만 달러(약 3093억 원)로 예상합니다.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즈, 맴피스 미츠 같은 신생 회사뿐 아니라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 타이슨 푸드, 세계적인 식품 대기업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육가공 업체들도 잇달아 대체고기 시장에 뛰어들거나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대체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2013년 비욘드미트부터 시작해 임파서블 푸즈, 멤피스미츠(Memphis Meats) 등에 투자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비욘드미트를 두고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짜 닭고기의 맛과 질감이었다”며 “대체 육류가 아닌 음식의 미래를 경험했다”고 극찬했습니다.
대체고기에 열광하는 이유
대체고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환경적 이유가 큽니다. 제레미 레프킨의 저서 ‘육식의 종말’에선 소가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3분의 1을 먹어치우면서 땅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가 트림·방귀 등으로 배출하는 메탄 가스도 환경 파괴 주범으로 꼽힙니다. 소 한 마리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4t으로 승용차 한 대가 내뿜는 2.5t의 1.5배입니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엄청난 곡식과 물의 낭비, 항생제 남용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광우병 돼지열병 같은 가축 전염병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패트릭 오 브라운 임파서블 푸즈 CEO는 자신들이 만든 대체고기가 실제 소고기 패티보다 토양에 미치는 영향이 95% 낮다고 말합니다. 물은 74% 절약할 수 있고, 온실가스는 87% 적게 배출한다고 합니다. 또 건강 측면에서도 주목 받습니다.
대체고기는 크게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식물 고기'와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 고기'로 나뉩니다.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즈는 식물성 단백질에 섬유질, 효모, 코코넛오일 등 여러 식물성 원료를 혼합해 만듭니다. 맴피스 미츠는 소·돼지 ·닭 등의 동물에서 근육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에 그 세포를 넣어 고기 조직으로 키워 만듭니다.
대체고기의 맛과 향은 실제 고기 못지 않지만 아직 식감은 따라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따라서 스테이크나 구이보단 햄버거, 소시지, 미트볼, 만두 등 고기를 갈아서 만드는 식품에서 주로 쓰입니다.
하지만 대체고기 제조업체들은 자신감이 넘칩니다. 대체고기는 채식주의자만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대체고기 시장은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20~30대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성장 중입니다.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즈 등 주요 업체들은 “우리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육식소비층을 노린다”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그만큼 진짜 고기를 대신하는 데 자신있다는 뜻입니다. 영양소를 보더라도 실제 육류보다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칼로리는 낮고 철분과 단백질 함량은 더 높습니다.
대체고기가 시장을 키워가면서 축산업계와의 충돌도 있습니다. 축산업계는 대체고기의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대체고기가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를 위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대체고기가 실제 고기보다 건강하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에선 2월초 시작한 슈퍼볼 시즌기간에 대체육 비판 광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대체고기 시장이 아직 활성화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환경과 윤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고기 시장도 커질 전망입니다. 디보션푸드·지구인컴퍼니 등 대체고기를 개발한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헬로네이처, 동원F&B가 비욘드 미트를 수입해 유통하고 있습니다. 롯데푸드는 자체 개발한 식물성 대체고기를 2019년 4월부터 판매 중입니다.
아직 대체고기가 진짜 고기를 대체하기엔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대로라면 대체고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일이 불가능하게만 보이진 않습니다.
참고자료
-Why Beyond Meat Stock Popped 163% at Its IPO, Nasdaq, 2019.05.02
-The Mission that Motivates Us, Impossible Foods, 2018.01.23
-Future of Food, The blog of Bil gates, 2019.03.18
-가짜고기 '육전'부터 '너겟'까지...대체육류 시장 불붙었다, 조선비즈, 2019.10.17
-“화학물질 덩어리" 식물성 고기 견제나선 美 소비자단체…진실은, IT조선,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