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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장님

서른 한 살 피자집 사장님,
피자에 바친 4만 시간

#46이너스피자 # 함난희 # 사장님 # 인터뷰

4만 시간



10년 가까이 강남구 삼성동 한 자리에서 피자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난희(31) 사장님이 피자에 쏟은 시간입니다. 시작은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 아르바이트였습니다. 2003년 당시 17세였던 사장님은 도우를 반죽하고 토핑 올리는 일에 빠져 방학이면 하루 12시간 씩 주방에서 보내는 날이 태반이었습니다. ‘피자 굽는 일’이 업(業)이 된 이유입니다.


“당시 프랜차이즈 피자집 시급이 다른 일보다 500원 높았어요. 악착같이 했죠. 몇 년 동안은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으니까요. 새로 문을 여는 매장 위주로 다니면서 ‘오픈 멤버’로 일했어요. 청담, 서초 등 서울은 물론이고 인천까지 가서 일했어요. 오픈 멤버로 일하면 시급이 높고 배울 수 있는 일도 많아요.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가면서 일해야 하거든요. 그때 경험을 몸으로 익혀서인지 창업해서 큰 힘 들이지 않고 매장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둘까 싶다가도 ‘한 우물만 파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었습니다. 2013년 ‘46이너스피자’를 창업할 때 함 사장님의 나이 스물다섯. 어린 나이였지만 피자 경력만 9년차였습니다. ‘피자’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습니다. ‘개인 브랜드가 프랜차이즈만 못하다는 편견을 깨보자’는 결심으로 시작했습니다. 


“피자 한 길만 파면 제 인생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2만원대 피자이지만 맛과 품질은 3만~4만원대에 버금가는 피자를 만들 자신이 있었어요. ” 매장을 낸지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하루 100판 이상의 주문수를 올리는 매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요기요 가맹점의 주문 건수, 주문 성공률, 고객 피드백 등을 반영해 매월 선정하는 ‘요기요 우수음식점’에도 7번이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맨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한 함 사장님의 피자 가게 성공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피자가 싱싱해야 한다고? 


46이너스피자 매장 직원들 너댓명이 달라붙어 까는 양파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성수기에는 15kg짜리 양파 10포대를 다 까도 일주일도 안 돼 동이 납니다. 간편하게 손질된 양파를 구입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어이 눈물을 머금으며 양파를 깐 이유는 바로 ‘신선함’ 때문입니다. 


“우리집 피자 특징이요? ‘품질’이죠. 피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야채의 신선도라고 생각해요. 양파는 오래되면 물컹물컹해서 맛이 없어져요. 아삭아삭한 양파를 피자에 얹으려면 힘들어도 바로바로 손질해서 써야 해요.”


도우는 개별 포장된 것으로 거래처에서 배송 받습니다. “이전에는 큰 덩어리로 배송 받아 매장에서 소분해 사용했어요. 비싸도 개별 포장된 도우를 쓰는 이유는 최소한 도우에 손을 대지 않고 위생을 유지하고 싶어서에요. 도우 치는 일이 워낙 힘들기도 하구요. 도우는 사나흘 정도 냉장 창고에서 숙성해요. 그러면 가운데가 봉긋하게 예쁘게 부풀어요. 수분을 머금어 촉촉하고 공기가 들어가 쫄깃쫄깃한 식감을 더해주죠.” 



함난희 46이너스피자 사장님



46이너스피자 메뉴 중 ‘베이컨체다치즈’에 들어가는 고기 토핑은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로 만듭니다. “대개 토핑은 돼지고기로 만든 걸 써요. 저희 매장도 돼지고기를 써왔는데 토핑에서 냄새가 난다는 고객 얘기를  듣고 바로 소고기로 바꿨어요. 돼지고기 토핑보다 소고기 토핑이 4배 정도 더 비싸요. 그래도 고객이 원한다면 빨리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피자의 기본은 지키되 차별점은 확실히


46이너스피자는 ‘클래식 피자’를 지향합니다. 고객 리뷰에 ‘기본 피자’, ‘고전적인 피자’라는 리뷰가 많습니다. 피자는 한국 대표 외식 메뉴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식사로 손색이 없어야 합니다. 너무 짜거나 부담스러우면 다시 주문하기가 어렵습니다. 


“간혹 남들과 다른 피자를 만들어보겠다는 명목으로 피자빵에 초콜릿을 넣거나 지나치게 맵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시도는 식사용이 아니라 시선 끌기용인 것 같아요. 음식에 장난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기본에 충실하되 ‘크기’라는 한끗 차이로 차별점을 만들었습니다. 46이너스피자의 ‘46’은 피자 지름 46cm를 의미합니다. 46cm는 약 18인치입니다. 보통 피자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파는 라지(L) 사이즈가 12~13인치(30~33cm)입니다. 보는 순간 압도되는 46cm 피자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짐승 용량’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6이너스피자 가격은 2만원 중후반대. 다른 피자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파는 라지 사이즈는 3만원 중반대입니다. 


"피자는 기본적으로 여럿이 '나눠 먹는' 음식이잖아요. 푸짐하게 만들어서 저희 피자를 드신 고객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피자 맛을 좌우하는 토마토소스는 46이너스피자에서만 쓰는 ‘특제 소스’를 고집합니다. 여러가지 맛의 소스를 연구하던 함 사장님이 업체에 제조를 부탁했습니다. 46이너스피자 소스는 시판 소스보다 토마토향이 강하고 되직합니다. “소스 만드는 데만 몇 개월 걸렸죠. 신선하고 깔끔한 맛을 내려고 생 토마토 맛과 향을 살렸어요. 농도에도 신경을 썼어요. 피자가 커서 묽은 소스를 쓰면 도우가 흐물거려요. 되직해야 피자 모양이 제대로 잡혀요.”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46이너스피자


피자집이 2층이면 안되는 이유는? ‘없다’ 


매장은 선정릉역과 강남구청역 사이에 있습니다. 1층이 아닌 2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게 낼 때 보증금 800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어요. 2층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강남은 배달 주문이 많아서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매장이 위치한 곳은 싸이더스HQ, 티오피미디어, SM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가 몰려 있는 동네입니다. 연예인 중에도 단골이 많을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인근 아파트에서 들어오는 주문량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2층이라는 단점 때문에 창업 초반에는 홍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형 병원이나 회사에 들어가 전단지를 돌리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할 때도 있었지만 “피자 한 판 시켜주시면 오픈 기념으로 스파게티 서비스 드립니다”라며 넉살 좋게 굴었습니다. 발로 뛰며 노력한 덕분에 46이너스피자는 창업 한 달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넘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단골의 입맛은? ‘외운다’


단골 고객이 요청한 메모를 함 사장님은 까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단골 고객의 입맛을 어느 정도 외우고 있어요. 주문할 때 요청 사항에 ‘피자 소스를 적게 넣어주세요’라든가 ‘올리브를 빼주세요’ 등의 메모를 적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평소 양파를 안 드시는 고객이 별다른 메모를 남기지 않으시면 전화를 해서 물어봐요. ‘고객님, 계속 양파를 빼달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아무 말씀 없으셔서요~’라고. 제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을 단골 손님은 대부분 알고 계세요.” 


손님이 말한 것은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두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고객 이야기는 최대한 바로바로 반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기 쉬우니까요. 주방 벽면에 메모지를 붙여 두고 수시로 쳐다보죠.”


배달 대행 업체를 쓰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함 사장님은 배달 직원만 7명을 고용했습니다. 적지 않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고 직원관리도 쉽지 않은데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품질’ 때문입니다. “배달 대행은 우리 매장 피자만 배달하는 게 아니어서 바쁜 시간에는 한없이 시간이 걸립니다. 식어서 온 피자를 어느 고객이 반기겠어요. 저희는 한번에 3판 넘게 배달하는 일이 없어요. 맛있는 피자를 배달해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개인 브랜드 창업의 장단점


개인 창업은 프랜차이즈 창업에 비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신경 쓸 일이 많죠. 하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함 사장님이 개인 창업에 도전한 이유는 경쟁력만 있다면 프랜차이즈 창업보다 비용은 줄이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점


①노력에 따라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46이너스피자는 양 대비 가격이 프랜차이즈 피자에 비해 40% 정도 쌉니다. 개인 브랜드에서는 프랜차이즈 매장이라면 매달 내는 로열티가 없습니다. 또 프랜차이즈는 식자재 유통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식자재비가 비쌉니다. 개인 브랜드에서는 식자재 비용도 거래처와 협상해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개인 브랜드 창업은 좋은 점보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개성 있는 메뉴나 서비스로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이기면 확실하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②아이디어를 즉시 실험하고 적용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사장님 개인 아이디어를 반영한 메뉴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본사 메뉴와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인데요. 개인 브랜드는 사장님만의 아이디어를 바로 반영해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함 사장님에겐 모든 식자재가 연구 대상입니다. 


“신메뉴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진 않아요. 칠리깐쇼새우피자는 하루 만에 레시피를 완성했어요. 맘 먹으면 바로 거래처에 샘플을 달라고 해서 피자를 만들어 테스트해봅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레시피를 바로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메뉴 개발할 때는 모든 직원이 함께 먹어봐요. 개발할 때 원칙이 있다면 ‘두번째 조각도 첫번째 먹을 때만큼 맛있어야 한다’입니다. 두번째 조각까지 끝까지 맛있으면 신메뉴로서 합격이에요.” 




어려운 점


①무엇이든 물어보세요? NO, 알아서 한다

개인 브랜드 창업은 초반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함 사장님이 46이너스피자 문을 열 때만 해도 46cm 피자를 넣을 수 있는 배달 가방이 없었습니다. 함 사장님이 주문 제작한 배달 가방 하나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합니다. 


“브랜드를 개발하고 상표를 등록하는 데만 1000만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피자 크기가 커서 국내에 있는 오븐으로 역부족이었어요. 미국에서 오븐을 들여 왔습니다. 당시 국산 기계 가격이  200만~300만원이었는데, 저희가 들여온 오븐은 1000만원짜리였어요. 피자를 배달하는 가방과 피자 가방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별도의 기계도 통상 매장에서 쓰는 것보다 두 세 배 비싼 것을 써요. 맛을 위한 투자니까 아까운 돈이 아니에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고르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뭐 하나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모두 혼자해야 했어요. 직원들 입을 유니폼 원단도 직접 선택했어요. 로고를 어느 정도 크기로 어디에 넣을지도 고민이었죠. 전단지에 실을 피자 사진 찍는 것도 꼬박 12시간 걸렸습니다. 메뉴 사진 한 장 찍는 데 같은 피자를 10판 씩 구웠으니까요. 그릇도 제가 부랴부랴 달려가서 직접 사왔어요.”


②흩어진 멘탈도 스스로 붙잡아야 한다

장사를 하면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말로 상처를 주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피자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는 함 사장님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희가 잘못할 때도 있죠. 치즈가 적으면 더 넣어서 다시 만들어 드리고 모양이 흐트러졌다고 말씀하시면 다시 만들어서 드려요. 반말은 기본이고, 작정하고 심한 욕을 하는 분들도 많아요. 나이가 어리다 보니 무시당할 때가 많았습니다. ‘네가 그러니까 그런 일밖에 못한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제 발로 그만두고 해고됐다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직원도 있었어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해요. 안 그러면 견딜 수가 없어요. 하도 멘탈이 깨지고 생채기가 나서 굳은살이 박였나 봐요.”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창업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함 사장님은 손사래를 칩니다. “장사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지금 나는 돈이 있고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경험이 있어도 자영업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피자 굽는 일밖에 할 줄 몰랐어요. 이걸로 제 인생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죠. 간절했어요. 정말 힘들 때는 매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모든 사장님이 공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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