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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장님

변화무쌍한 대학가에서 23년간 살아남은 비결은?

#유자유김치떡볶이 # 임정택 # 사장님 # 인터뷰



잘 나가는 매장에는 두 가지 무기가 있다



지난 달 ‘라떼는 말이야’가 절로 나오는 익숙한 대학가를 찾아갔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유적지를 탐방하듯 ‘이 자리에 떡볶이집이 있었는데’라며 추억을 곱씹다 눈에 익은 매장이 보이면 반갑기 그지없을 정도로 말이죠.


안암동에는 고려대학교 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렀을 떡볶이 매장 유자유김치떡볶이가 23년째 자리잡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대학가에서 오랜 시간 자리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임정택(55) 사장님을 만나 들어봤습니다.



스테디셀러 피자김치떡볶이를 들고 있는 임정택 사장님



떡볶이에 떡국 떡을? 평범한 메뉴를 '남들과는 다르게'


“장사 잘 해 보고 싶어서 잘 된다는 매장을 많이 다녀봤어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손님이 줄 서는 가게에는 남들과 차별되는 이색 메뉴가 항상 있었어요.”


유자유김치떡볶이의 대표 메뉴는 두 가지. 유자를 넣어만든 소주인 ‘유자유’와 ‘김치떡볶이’인데요. 두 가지 무기가 진가를 발휘한 덕분에 임 사장님 매장은 오픈 4년 8개월째부터 월 매출 1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평범한 떡볶이와 차별점을 두고 싶던 임 사장님의 선택은 가래떡을 어슷썰기한 ‘떡국 떡’이었습니다. 떡볶이 떡보다 두께가 얇아 양념이 잘 배고 한입에 쏙 넣어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대신 일반 떡국 떡보다는 두께가 두껍습니다. “일반 떡국 떡이 3~4mm 정도라면 김치떡볶이에 사용되는 떡은 8mm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두께가 적당해야 약 8분간 끓여도 흐물거리지 않고 제 모양이 유지되죠.”



쟁반 같이 넓은 그릇에 담아 나가는 김치떡볶이



하루 80kg씩 쓴다는 김치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사장님은 지금의 김치를 만들기 위해 무려 6~7년을 연구했다고 하는데요. 김치는 공장에서 2개월간 저온냉장 숙성한 뒤 매장에서 일주일 더 숙성합니다. 이때 짠맛을 줄이기 위해 김칫물을 빼는데요. 찜기에 넣어 4~5일간 냉장보관 하면 자연스럽게 김칫물이 빠집니다. 짜지 않은 김치는 떡볶이에 한 움큼 들어가 아삭한 식감을 살려줍니다.


“김치떡볶이에 일반 김치를 넣었더니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었죠. 그렇다고 김치를 조금 넣으면 ‘김치떡볶이라면서 김치가 왜 이렇게 없냐’는 소리를 들었고요. 저희 김치떡볶이에 들어가는 김치는 반찬이나 찌개, 찜에 들어가는 김치보다 훨씬 간을 약하게 합니다. 김치를 충분히 넣으면서 짠맛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김칫물을 뺀 김치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임 사장님의 두 가지 무기, 김치떡볶이와 유자유



떡볶이의 진짜 맛을 내는 소스는 꼭 ‘집에서’ 만든다고 합니다. “레시피는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거든요. 비법은 저만 알고 있습니다. 가맹점에도 제가 소스를 만들어서 보내고 있죠. 떡볶이에 고추장은 넣지 않고 고춧가루만 씁니다. 텁텁함이 없고 깔끔하죠. 이렇게 만든 양념을 일주일간 숙성한 후 쓰고 있어요.”


떡볶이와 함께 팔고 있는 대표 메뉴인 ‘유자유’도 시중에 나온 술과는 다릅니다. 소주에 유자청을 섞어 만들어 일반 소주보다 무려 10도 정도 낮습니다. 순하리, 자몽에이슬 등 저도주가 등장했던 2015년보다 약 15년을 앞선 셈인데요. 유자유를 처음 손님들 앞에 내놨을 때 ‘술도 아니고 음료도 아니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호불호가 많이 갈린 메뉴였습니다. 하지만 떡볶이의 매콤함을 달콤 상큼한 유자유 한 잔으로 씻어넘기는 ‘맵단’ 조합은 금세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알코올 7%의 순한목 넘김과 달달한 맛의 유자유는 입소문을 타고 하루 1.8L 페트병 70개가 나갈 만큼 사랑받았습니다. 임 사장님은 2011년 유자유와 김치떡볶이 상표권을 등록했다죠.



임정택 사장님



안 되는 것 말고 팔리는 메뉴에 집중


임 사장님은 타고난 주방장 포스를 풍기지만 사실 요식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1996년 가족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 1억원으로 음식점 문을 열었습니다. 시작은 서울 종로구 피맛골에 차린 호프집이었습니다. “간판 걸어놓고 유명한 주방장과 일하면 장사가 잘 될 줄 알았죠.” 주방 직원이 쉬던 날 부대찌개 간을 맞추기 위해 설탕만 왕창 넣은 웃픈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하루 매출 8만4000원을 찍은 날도 있었습니다. 이날은 사장님의 애창곡인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가 발매된 날이어서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를 호프집할 때 참 많이 들었는데요.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땐 정말 제 삶의 이유를 고심했죠. 가족들에게 빚져 가면서 시작한 가게였는데 이자는 커녕 원금 한푼을 못갚았죠. 시장은 냉정했고 그땐 정말 말도 못할 심정으로 가게를 정리했습니다.”



유자유김치떡볶이 매장 전경



임 사장님은 절치부심했습니다. 서울 구석구석을 10개월간 돌아다니며 상권을 분석했습니다. 유명하다는 맛집이란 맛집은 모조리 찾아다니며 음식 맛을 봤는데요. 임 사장님은 각고의 노력 끝에 1998년 안암오거리에 정착했습니다. 호프집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춘들이 많이 찾는 주점을 열었습니다. 메뉴 수도 40개나 갖췄습니다.


“처음에는 메뉴 가짓수가 많으면 매출이 오를 줄 알고 이것저것 메뉴를 준비했어요. 근데 고객들이 유난히 김치떡볶이를 많이 주문하더라고요. 그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더 연구해서 맛있게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그 이후부터 메뉴를 한달에 세개 씩 줄여가면서 김치떡볶이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소스 만드는 방법도 많이 바꿔보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재료를 넣어 새로운 김치떡볶이를 만들기도 했어요. 단골 학생과 유자유에 유자청을 얼마나 넣어야 더 맛있을까 같이 고민도 했네요.” 전략을 바꾼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문을 연 지 4년 8개월만에 월매출 1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빌린 돈 1억2000만원을 1년 만에 모두 갚고 프랜차이즈 매장 두 곳을 오픈했습니다.



여러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

여러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



월매출 1억원, 안암동 터줏대감의 성공 비결


변화무쌍한 대학가에서 오랜 시간 매장을 운영하며 성공 사장님으로 불리는 비결은 이랬습니다. 


①공부하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임 사장님은 지금도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매장을 꾸준히 방문합니다. 맛집 프로그램도 모두 섭렵했습니다. 임 사장님은 쉬는 날을 활용해 유명 맛집을 찾아가거나 일주일간 못 본 맛집 프로그램을 몰아서 보며 트렌드를 읽고 손님이 좋아할만한 포인트를 메모해둡니다.


“내가 파는 메뉴가 아니더라도 유명한 집은 다녀봐야 해요. 보고 듣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사색할 기회도 없고 변화도 없어요. 맛있다고 소문난 매장의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에요. 비슷한 맛을 안 느껴봤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아요. 비교 대상이 없는 거죠. 그런 맛을 내기 위해서 계속 레시피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임정택 사장님



②깨끗한 화장실이 고객과 직원을 붙든다


유자유김치떡볶이는 2년 전 매장을 옮기며 그간 아쉬웠던 점을 정비했습니다. 오픈 주방과 쾌적한 화장실에 공을 들였는데요. “주방에 기름때가 지지 않게 하루 두 번씩 청소하고 있어요. 주방시설이나 화장실이 깨끗하면 일하는 사람도 사기가 돌아요. 그럼 직원들이 더 오래 일하고 매장에 활기가 돌아 고객이 자주 찾죠. 대학가 앞 식당들은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에요. 하지만 음식점이지만 우리 매장에는 무려 6년이나 일한 직원도 있습니다.”


③라이더에게 잘해야 고객 만족도가 오른다


유자유김치떡볶이의 요기요 평점은 4.8점입니다. 배달 점수도 4.8점으로 높은 편인데요. 그 비결은 라이더 관리에 있었습니다. 유자유김치떡볶이 매장에는 라이더를 위한 음료가 따로 구비돼 있습니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고객은 라이더가 인상을 쓰면 불친절하다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하러 오면 박카스라도 건네고 이야기를 나누죠. 그럼 라이더도 음식 배달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유자유김치떡볶이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피자김치떡볶이와 순살치킨

유자유김치떡볶이의 대표 메뉴인 '피자김치떡볶이와 순살치킨'



④카멜레온 같은 매장이 살아남는다


잘 나가는 매장에도 위기는 언제나 찾아옵니다. 문을 연 지 6년이 됐을 때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떡볶이 위에 피자치즈를 올리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때 개발한 피자김치떡볶이는 지금까지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됐습니다. 2015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을 때 유자유김치떡볶이는 배달 앱을 이용해 동네에서 가장 빨리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100~150건을 배달하며 떨어진 매출 그 이상을 회복했습니다.


요즘 임 사장님은 사이드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치킨을 함께 먹는 트렌드에 따라 얼마 전 치킨도 팔기 시작했는데요. 분식집인데 ‘치킨도 맛있네?’라는 소리 듣고 있어요. 주메뉴와 사이드메뉴 매출 비율이 7:3 정도입니다.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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