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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간식과 식사의 경계가 무너진다

#간식시장 #식사시장 #소포장간식 #작은식사 #스낵키피케이션


정해진 끼니와 끼니 사이에 간단하게 먹는 음식인 ‘간식’. 아침에 밥 대신 시리얼이나 과자를 먹으면 ‘무슨 그런 걸로 밥이 되냐’는 어른들의 핀잔을 듣기 십상일텐데요. 

하지만 간식은 더이상 출출함을 달래는 군것질 거리가 아니라 삼시세끼의 자리를 위협하는 ‘제 4의 식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간식이 식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식의 식사화’라는 말도 나옵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아침 식사’, ‘점심 대용’ 등을 검색하면 샌드위치, 샐러드, 요거트 등 간단한 식사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크래커, 스낵바, 셰이크, 곡물 과자 등도 엄연한 ‘한 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엔 영양소가 균일하지 못해 간식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젠 식사 자리를 위협하는 음식으로 부상한 것이죠. 



셔터스톡


이러한 배경에는 소비활동 주축인 1980년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자라온 환경이 있습니다.밀레니얼 세대는 직접 밥을 해먹는 데 시간을 들이는 대신 간편하게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잠깐 시간을 내서 혹은 책상 앞에 앉아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선호합니다. 이들은 한 손에 크래커나 셰이크 등을 들고 먹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이 익숙합니다.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이지만 이들에게 끼니를 대충 때우는 일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과거 세대보다 평균 수명이 연장됐고 더 많은 교육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는 무엇보다 삶의 질을 중시합니다. 자기계발과 건강관리를 인생의 우선 순위에 둔다는 얘기죠. 이들은 간편하면서 영양을 갖추고 맛도 좋은 간식을 먹길 바랍니다. 이들이 떠올리는 간식은 불량식품, 기름진 군것질이 아닙니다. 첨가물 없이 최소한의 재료로만 만들었거나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재료로 만든 ‘작은 식사’입니다. 

3~4년전부터 미국·영국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선 ‘간식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삼시세끼를 차려먹는 대신 4~5번 조금씩 간식을 챙겨먹는 것인데요. 간식이 식사를 대체하는 것을 뜻하는  ‘스낵키피케이션(Snackification)’,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행위인 ‘스낵킹(snack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닛케이신문이 발행하는 잡지 ‘닛케이 트렌디’는 2020년 인기를 끌 유망 식품 중 하나로 ‘원핸드 밀(One-hand meal)’을 선정했는데요. 원핸드 밀이란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식사를 말합니다. 일본에선 2019년 마시는 단백질 음료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간식 시장의 성장은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 있는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Company)의 ‘선진 푸드시장 트렌드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소규모 간식업체들이 대형업체에 비해 2~4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서 2015년 대형 간식업체 성장률은 3.7%포인트 늘어난 반면, 소형업체는 6.7%포인트 증가했습니다. 2020년까지는 2015년대비 대형업체가 3.9%포인트, 소형업체가 12.6%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맥킨지 보고서는 예측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간식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한가지 과일이나 채소를 저민 뒤 말리거나 구워 만든 원물간식이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원물간식이라면 ‘감자칩’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고구마, 두부, 밤, 단호박 등 건강을 생각한 재료들로 만든 간식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요거트 시장 역시 견과류, 시리얼 등을 넣은 요거트가 나오면서 300억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가 600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소포장 간식’도 인기입니다. 마트에서 송이로 팔았던 바나나를 1개만 포장해 팔거나, 씻어서 포장한 사과 한알만 파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손바닥 만한 봉투에 넣어 파는 한줌 견과류도 인기입니다. 식사 대용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까지 여럿 등장하면서 단백질, 칼슘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쿠키와 셰이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카페들은 앞다퉈 식사를 대용할 수 있는 스프, 샌드위치 제품을 새롭게 내놓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2019년 초 샐러드나 샌드위치, 스프로 구성된 밀박스를 팔기 시작했는데요. 스타벅스가 2019년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7시~9시 사이 밀박스 매출이 26%, 11시~13시 매출은 30%, 18시~20시 매출도 18%였습니다. 아침 시간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밀박스를 찾는 이들이 있는 겁니다. 

빵이나 떡 같은 ‘전통 간식’도 덩달아 인기입니다. 제과점의 배달 시장 진입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요기요에 입점해 빵과 음료를 배달하고 있습니다. 

‘떡’도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진화 중입니다. 초코, 크림치즈, 과일 등 과거에는 좀처럼 떡에 사용하지 않던 식재료를 넣은 새로운 종류의 떡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작게 진공 포장해 판매하는 곳이 많습니다. 

식탁에 차려 놓고 먹는 정식 식사가 아예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간식’ 또는 ‘작은 식사’가 일상에서 자연스러워지고 정식 식사는 주말이나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날이 곧 도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고자료
- '든든해진' 요거트..식사 대용으로, 서울경제, 2019.07.29.
- 선진 푸드시장 트렌드 및 시사점, 맥킨지앤컴퍼니, 2019.11.
- [aT와 함께하는 글로벌푸드 리포트] 일본, 2020 식품업계 트렌드는 ‘조리시간 제로’, 헤럴드경제, 2019.12.16.
- 스타벅스, 밀박스 20~30대 직장인에 인기..'200만개 판매', 뉴시스,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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