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외식 자영업 시장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몰고 왔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간 사장님들이 있습니다. 배달·포장에 집중하기 위해 몇십평 규모의 오프라인 홀 대신 작은 매장으로 옮기는가 하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게 이벤트를 벌이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죠. 초심으로 돌아간 사장님들을 소개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배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식의 맛, 배달 속도, 서비스 등 모든 면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무한변신 사장님 마지막편에선 배달 특화 메뉴를 개발하거나 판매 전략에 변화를 준 사장님들의 노하우를 들려드립니다.
황빛나 사장님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홍대닭갈비 2호점 인기메뉴 닭갈비볶음밥과 닭갈비우동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1호점은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을 갖춘 매장이었습니다. 주물 철판에 가스 물로 닭갈비와 야채를 볶아 먹는 방식이었는데요. 2호점에선 배달에 최적화된 닭갈비 메뉴를 만들기 위해 ‘숯불’을 이용한 조리 방식을 택했습니다. “숯불로 조리하면 기름기가 빠져서 담백해져요. 조리 방식도 철판보다 간편합니다. 철판은 사람이 계속 주걱으로 닭갈비를 볶아 줘야 하는 반면, 저희가 쓰는 숯불 조리 기구는 온도를 맞추고 고기를 넣기만 하면 알아서 조리하거든요.”
메뉴도 배달에 맞게 새로 개발했습니다. 2호점 대표 메뉴는 닭갈비볶음밥+닭갈비우동(2인 세트)입니다. 닭갈비를 먹고 난다음 밥이나 면을 볶아 먹던 후식 메뉴를 ‘메인’으로 끌어올린 것이죠. “닭갈비 소스가 원체 탄수화물이랑 잘 맞아요. 식사 메뉴로 제격이죠.”
닭고기를 굽는 숯불 기계와 양념과 닭고기를 골고루 섞어주는 회전 기계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창업 초반 닭고기 500g(2인분 기준)에 떡이나 소시지 등 여러 사리를 넣었는데요. 고객 반응이 좋지 않아 사리를 제외했습니다.“떡은 닭갈비랑 익는 속도가 달라서 ‘떡이 안익었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조리 시간을 계산해가며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아예 뺐구요. 그 다음 소시지를 넣어봤는데 빼달라는 요청사항이 많았죠. 2020년 3월부터는 사리를 넣는 대신 고기양을 늘렸어요.”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해 밑반찬도 없앴습니다. “밑반찬은 안줘도 된다는 요청이 많았어요. 주문이 들어오는 주소를 보니까 미용실, 식당, 학원 등 딱 봐도 촌각을 다투면서 일하는 직장인분들이 많이 시키시더라구요. 빨리 먹고 빨리 치우는 한그릇 음식을 선호하는 분들이죠. 탄산음료를 대신 드릴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것보단 고객이 주문한 음식 양을 많이 주는 게 반응이 더 좋았어요. 사리와 밑반찬을 없앤 대신 고기 양을 늘렸습니다. 지금 닭갈비우동+닭갈비볶음밥 2인분세트에 들어가는 닭고기 양은 550g입니다.”
황빛나 사장님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창업 초반만 해도 1인분 메뉴는 없었습니다. 배달 주문이 늘면서 ‘1인분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는데요. 황 사장님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기 시작한 3월 ‘닭갈비볶음밥+닭갈비우동 2인분 세트’를 나눠 닭갈비볶음밥과 닭갈비우동을 각각 단독 메뉴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첨엔 배달 1건당 단가를 높이기 위해 2인분 세트를 팔았어요. 점심에 함께 시켜드시는 직장인분들을 타깃으로 했거든요.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따로 먹는 문화가 자리 잡는 모습을 보곤 재빨리 1인분 메뉴를 만들었어요.”
1인분씩 따로 나가는 닭갈비볶음밥과 닭갈비우동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2호점은 오전 10시부터 배달 주문을 받습니다. 통상 11시부터 주문을 받는 매장보다 1시간 이르죠. “오전 10시부터 주문이 들어와요. 일어나자마자 밥 먹기 위해 주문하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죠.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아침 식사까지 배달로 해결하기 시작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박정환 사장님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박정환(45) 사장님은 코로나 2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자영업에 처음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배달·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포엑스커피(4xcoffee)’를 창업했습니다. 처음부터 배달·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생각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크기 5.5평(18m2) 공간에서 한달에 1000만원어치를 팝니다. 극심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고객이 포엑스커피를 찾게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요.
포엑스커피 매장은 잠실 리센츠아파트 지하상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객 대부분이 아파트 주민인데요. 주민 간 ‘입소문’이 매장의 매출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 사장님은 창업 전 주변 카페 시세를 분석해 메뉴 가격을 결정했습니다.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 정도 되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29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가격도 낮고 음료 양은 20% 많아요. 주변 카페보다도 500원 정도 저렴하게 받구요. 가성비가 좋은 커피죠.”
(왼쪽부터 시계방향)500원을 추가하면 알루미늄 캔에, 700원을 추가하면 투명 캔에 음료를 담아주는 모습과 캔에 음료를 넣고 실링하는 모습. 아이들을 겨냥한 딸기라떼와 조리퐁라떼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포엑스커피에는 여러 고객을 타깃으로 한 메뉴가 많습니다. 에스프레스가 들어가는 커피 메뉴부터 직접 담근 과일청으로 만드는 에이드, 주스류는 물론 쑥라떼, 인절미라떼처럼 40~50대를 겨냥한 메뉴까지 타깃층이 넓습니다. 죠리퐁이나 오레오 등 아이에겐 친숙한 과자를 활용한 메뉴도 있는데요. “가족 고객이 많다보니 아이를 위한 메뉴는 필수예요. 엄마가 커피를 시키면서 아이에게 ‘너는 뭐 먹을래’하고 꼭 물어보죠. 이때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마땅치 않으면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박 사장님은 제철 과일을 이용해 계절별로 다른 메뉴를 내놓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메뉴를 내놓고 고객 관심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재료 수급이 어렵거나 인기 없는 메뉴는 과감히 메뉴판에서 내리기도 합니다. “고객에게는 ‘이번에는 어떤 메뉴가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줍니다. 늘 노력하는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구요. 시즌메뉴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이 제 입장에서는 늘 음료시장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문성기 사장님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문성기 사장님은 프랜차이즈 순대국밥전문점인 큰맘할매순대국 백운역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엔 그저 그랬던 배달 매출이 코로나 사태로 10배 이상 뛰었습니다. “단순히 코로나 때문에 배달 주문이 늘어난 건 아니예요. 배달에 맞게 메뉴판을 정비한 덕분에 배달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8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순대국, 밥, 김치로 구성됐던 기본 메뉴에 반찬·순대 몇점을 추가한 ‘정식’ 메뉴를 내놨습니다. 알고보면 이전 순대국밥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기존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용기만 달라졌죠. 이전에는 밥 따로 반찬 따로 담았다면 지금은 밥, 순대, 반찬을 커다란 도시락 용기에 함께 담고 순대국만 별도로 담습니다. 그냥 순대국이 아니라 ‘순대국 정식’으로 접근한 게 주효했다고 봐요. 또 ‘정식’이라는 단어가 뭔가 차려 먹는 느낌이 나죠”
매장에서 파는 순대국과 배달로 나가는 순대국 정식. 순대국 정식은 밥과 반찬을 도시락 용기에 담아 나가는 것이 특징임 |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
문 사장님은 다양한 옵션 메뉴도 배달 매출을 늘리는 주요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메뉴를 쪼개서 가격을 낮추고 추가 주문을 유도하는 게 중요해요. 청양 고추 추가, 편마늘 추가, 뼈 추가 등 메뉴마다 추가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요. 개당 1000~3000원 정도인데 이것만 보면 높은 가격은 아니지만, 3000원씩 500건의 주문이 모이면 150만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죠. 배달앱에선 메인 메뉴 종류가 많으면 고객이 스크롤을 길게 내려서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요. 메인 메뉴를 줄이는 대신 각 메뉴마다 옵션 메뉴를 늘리는 게 고객의 결정장애를 덜면서 고르는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홀에서도 맛보기 순대 3000원, 맛보기 편육 3000원 등 부담없는 가격으로 추가해서 먹을 수 있는 옵션 메뉴를 팔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