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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회사가 '맛집 인증제'를 만든 이유는

#미쉐린가이드 #타이어회사 #미슐랭 #별3개 #빕구르망


이른바 '미식업계의 성서'로 불리는 세계적인 식당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 사람들은 특별한 맛집을 찾거나 여행을 갈 때 '미쉐린 가이드'를 참고합니다.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에선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큼 권위가 대단한데요. 

미쉐린 가이드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Michelin)이 도시별로 매년 한 번씩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서를 말합니다. 빨간색 표지에 손바닥 만한 작은 문고판입니다. 불어식 발음 ‘미슐랭’이 더 친숙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미슐랭을 부르는 공식 명칭인 영어식 표기 ‘미쉐린’으로 부르겠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에 붙는 마크 | 셔터스톡



미쉐린의 시작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을 별 1~3개로 평가합니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 2개는 ‘멀리 있어도 찾아갈 만한 식당’,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의미합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타이어를 구입한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준 자동차 여행 안내책자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쉐린에선 장거리 운전을 유도하는 여행 산업이 활성화되면 타이어 판매가 증가할 것을 기대했던 것인데요. 여행 위주의 정보를 담은 ‘그린가이드’와 식당을 추천하는 ‘레드가이드’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미쉐린은 레드가이드를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1월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을 시작으로 매해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쉐린 측은 서울편 발간을 예고하는 공식 발표 자리에서 미쉐린 심사 기준 5가지를 밝힌 적이 있는데요. 요리 재료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함, 개성과 창의성, 가격의 합당성,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하더라도 변함없는 일관성을 기준으로 들었습니다.

‘미쉐린’ 심사원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식당을 몰래 방문해 음식을 먹은 뒤 평가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미쉐린 측은 평가원 수나 성비, 심사 일자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곤 2016년 서울편 평가 시 매장을 찾는 평가단이 대체로 한국인과 외국인 한 쌍으로 구성됐다는 점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공식홈페이지



미쉐린 식당이 많이 보이는 이유


찾아보면 생각보다 ‘미쉐린’을 내세우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는 별 3개로 평가하는 미쉐린 가이드 이외에도 미쉐린에서 발표하는 또 다른 맛집 명단 때문인데요. 

먼저 미쉐린 가이드 본편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발표되는 ‘미쉐린 빕구르망(Bib Gourmand)’이 있습니다. 빕 구르망은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인 비벤덤(Bibendum)을 줄인 ‘빕’에 ‘먹보’라는 뜻의 ‘구르망’을 붙인 말인데요. ‘그 가격으로는 다른 데서 맛보기 힘든 음식(Good food at moderate prices)’을 뜻합니다. 빕 구르망에 선정된 식당에는 별 표시가 아닌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그림이 붙습니다. 

 
미쉐린 빕 구르망 마크 | 미쉐린 가이드 공식홈페이지


가격이 비싼 고급 식당 위주로 선정되는 미쉐린 가이드와는 달리 빕 구르망은 평가 기준에 ‘가성비’를 포함한 것입니다. 서울에선 평균 4만5000원 이하(2020년 기준)가격에 질 높은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에 별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상급 수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을 뜻하는 ‘플레이트’까지 합치면 ‘미쉐린’에 이름을 올린 식당 수가 상당합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는 별 1개 이상을 받은 총 31개( 1스타 22개, 2스타 7개, 3스타 2개)의 식당과 함께 ‘미쉐린 빕구르망’에 뽑힌 60개, ‘더 플레이트’로 선정된 88개 식당을 포함해 총 179개 식당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쉐린을 둘러싼 논란


'미쉐린 가이드에서 인정했다'는 수식어가 달리면 대중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은 예약이 꽉 차고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미쉐린 효과’를 누리는 것이죠. 하지만 미쉐린의 별점이 식당에게 마냥 축복인 것만은 아닙니다. ‘미쉐린 효과’ 뒤에는 ‘미쉐린의 저주’도 숨어 있습니다. 

미쉐린에 이름을 올린 식당은 단숨에 홍보 효과를 누리는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객이 몰리면 음식과 서비스 질이 추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식을 맛보기 전 고객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후한 평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요리사가 ‘별을 유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2003년에는 프랑스 유명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그가 일하던 식당의 별점이 셋에서 둘로 하락할 것이란 추측에 시달렸다는 후문입니다. 2017년에는 프랑스의 또 다른 유명 요리사 세바스티앙 브라가 미쉐린 평가 대상에서 자신의 식당을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평가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미쉐린 별점을 받은 식당 건물의 임대료가 폭등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쉐린 가이드의 밀실 평가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공정성을 내세운 익명 평가가 오히려 ‘공정하지 못하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건데요.  

2019년 11월에는 프랑스의 스타 요리사 마르크 베라는 오트 사부아에 있는 자신의 식당 ‘라 메종 데 부아’가 2019년 1월 최고등급인 별 3개에서 별 2개로 강등되자 법원에 미슐랭 가이드가 평가 사유를 공개해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미슐랭 가이드를 상대로 요리사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오너셰프가 미쉐린 가이드를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미쉐린에 식당 이름이 올라간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인 취향의 문제인 ‘미각’에 절대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말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구요. 실제 젊은 세대는 미쉐린보다는 SNS 게시물이나 리뷰를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미쉐린 가이드 Seoul, guide.michelin.com/kr/ko
-"서울 길거리 음식도 ★매긴다", 매일경제, 2016.03.10.
-佛 최고 요리사 사망..충격 속 애도, 연합뉴스, 2003.02.25.
-프랑스에서 시작된 ‘미슐랭 가이드’ 소송… 평가 기준 밝혀지나, 국민일보, 2019.11.28.
-어윤권 셰프 “공신력 잃은 미쉐린에 이름 등재 자체가 불쾌”, 경향신문, 2019.11.20.
-[탐사K/단독] ‘컨설팅 장사’에 미쉐린 고위층 연루 확인, KBS,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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