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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운영

비싸서 못 먹던 딸기, 카페 메뉴판 점령한 사연

#슬기로운외식생활 # 슬외생 # 딸기 # 딸기의역사 # 딸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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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딸기 사랑은 유별납니다.


봄만 되면 딸기가 들어간 빵, 음료, 과자가 인기를 끌죠. 몇 년 전부터 유명 호텔들이 연이어 ‘딸기 콘셉트 뷔페’를 열 정도입니다. 친근한 먹거리 딸기에는 몇 가지 비밀이 있는데요. 슬기로운 외식생활 열한 번째 편에서는 벚꽃 노래와 함께 봄이 왔음을 알리는 ‘딸기’의 유래와 현재를 알아봅니다. 


딸기의 원조는 ‘프랑스 첩보원’


딸기는 어느 나라를 가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년 전엔 상황이 달랐죠. 전 세계를 놓고 봐도 딸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 딸기는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식물의 열매 중 하나였거든요.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딸기는 18세기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뭔가 이상하죠. 야생 딸기가 많이 나는 지역은 칠레인데 어떻게 유럽이 가장 먼저 딸기를 재배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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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첩보원입니다. 유럽엔 딸기를 사랑한 첩보원이 있었죠. 1712년. 프랑스 정보국 소속 아메데 프레지어(A.Frezier) 중령이 칠레에 파견됐습니다. 파견 목적은 칠레 해안가에 설치된 요새의 위치, 주둔 병력 등 군사 정보 수집이었죠. 프랑스 정보국은 첩보를 위해 프레지어 중령을 ‘식물학자’로 위장시켰는데요. 

일에 너무 몰두했던 프레지어 중령. 첩보 활동은 물론이고 위장 직업인 식물학자 업무에도 푹 빠졌습니다. 그러다 달고 신 맛이 일품인 칠레 야생 딸기를 사랑하게 됐죠. 결국 프레지어 중령은 프랑스로 귀국하면서 칠레 야생 딸기 종자를 들여왔습니다. 

프레지어 중령은 프랑스에 있는 진짜 식물학자들과 힘을 합쳐 품종 교배에 성공했습니다. 농작물로 다시 태어난 새로운 품종의 유럽 딸기는 18세기 말부터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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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우리나라엔 ‘토종 딸기’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딸기가 들어온 건 일제강점기 때입니다. 일본은 192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식용 딸기를 수입했는데요. 이를 일본 토양에 맞는 품종으로 개량 했습니다. 프레지어 중령이 개발한 서양 품종이 일본 손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달된 거죠. 당시 사람들은 이를 ‘양딸기’라고 불렀습니다. 

이 시기에 종자도 함께 들어와서 국내 농가에서도 일본산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했죠. 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종자를 들여와 재배하는 탓에 시간이 지나도 가격은 비쌌습니다. 1958년 5월 15일 조선일보는 ‘과실점을 장식하는 딸기 시장마다 제법 출회’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기사엔 “한근에 삼백오십격씩 한다는 딸기를 사먹기는 주머니가 말을 안듣는 가난한 시민이 많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섰습니다.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딸기 가격을 낮추려면 먼저 우리만의 딸기 종자가 필요했습니다. 1995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품종 개발에 뛰어들었죠. 하지만 재배 경험 부족으로 병충해를 막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과실점을 장식하는 딸기 시장마다 제법 출회” 1958년 5월 15일자 조선일보ㅣ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품종 개발 노력은 10년 뒤에야 결실을 맺었습니다.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한국 딸기 ‘설향’이 탄생했습니다. 눈 속에서 피어난 향기로운 딸기라는 뜻의 설향(雪香)은 2가지 일본 품종(아키히메·레드펄)을 교배해 만들었습니다. 

“일본 품종을 교배했는데 한국 딸기라고 할 수 있나?”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요. 2012년 국립종자원이 “설향은 아키히메·레드펄과 과실 모양과 색, 꽃잎의 배열 등에서 14개의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한국만의 신품종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국립종자원이 밝힌 설향만의 구체적인 특성은 ‘국립종자원 출원·등록 조회​’(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종 딸기 시대가 열린거죠.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 9.2%에 불과했던 국산 딸기 품종의 국내 점유율은 2018년 들어 94.5%까지 높아졌습니다. 설향 개발 이후 국산 딸기 품종도 다양해졌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농사백과’에 등록된 국산 딸기 품종은 16가지(무하, 다하, 아리향, 미소향, 복하, 고슬, 장하, 열하, 씨베리, 원교3116호, 원교3115호, 다홍, 고하, 설향, 선홍, 금향)에 달합니다. 각 품종의 특성은 ‘농촌진흥청 농사로 농사백과’(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외식업 사로잡은 딸기


딸기는 일찌감치 국내 외식업을 사로잡았는데요. 대표적인 게 아이스크림이죠. 1985년 첫선을 보인 롯데 스크류바는 딸기와 사과를 섞은 새콤한 맛으로 수십년째 사랑 받고 있죠. 1983년 등장한 빙그레 돼지바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딸기시럽이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하네요. 돼지바에 딸기시럽이 들어간 건 1996년입니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흥행한 딸기. 그 다음 눈여겨보던 딸기를 활용한 건 호텔업계인데요. 이젠 SNS에서 이목을 끄는 딸기 뷔페는 2007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이 2007년 2월 ‘딸기 디저트 뷔페’를 열었는데요.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딸기를 이용한 케이크, 샐러드, 빵 등을 선보였고 재방문을 끌어내는 등 반응도 좋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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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라떼, 딸기 스무디, 딸기큐브 등 카페에서도 딸기 콘셉트 음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메가커피는 2월 “2021년 2월 출시한 딸기 음료 4종이 출시 3주 만에 18만잔 이상 판매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디야커피도 올해 2월 기준, 2020년 12월 출시 딸기 음료 3종의 판매량이 누적 70만잔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딸기는 친근한 먹거리를 넘어 외식업에서 없으면 안 될 식재료가 됐습니다. 시장 규모 변화를 보면 딸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NH농협은 NH농협조사월보 제597호에서 “딸기 생산액은 1995년 3573억원에서 2014년 1조3106억원으로 266.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산 딸기 품종 개발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시장규모가 4배 이상 커진 거죠.


‘​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 것을 먹던 인간은 불을 발견한 후로 고기와 채소 등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뇌 크기가 커졌는데요. 이전보다 커진 뇌를 가진 인간은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음식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생활 습관과 사고 방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음식이 인간의 생활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1인 메뉴가 늘어난것이그예입니다. 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음식과 우리의 삶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보는 슬기로운 외식생활을 연재합니다. 


참고자료

-농사로 농사백과, 농촌진흥청 공식 홈페이지
-출원·등록 조회, 국립종자원 공식 홈페이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일 딸기를 스파이가 만들었다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공식 블로그
-2020년 주요 농산물 품목별 전망과 현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기술길잡이 딸기, 농촌진흥청-진한엠앤비
-과실점을 장식하는 딸기 시장마다 제법 출회, 조선일보, 1958.05.15 
-NH농협조사월보 제597호, NH농협
-농업면적조사(시설작물 재배면적), 통계청
-[식품박물관]①돼지해에 태어나 36년…국민 하드 된 '돼지바', 이데일리, 2019.03.07
-<호텔소식>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딸기 뷔페 출시, 연합뉴스, 200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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