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 돈앤밥스의 메뉴판은 삼시세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음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한 끼 맛있게 먹으러 오는 식당’을 만들자는 사장님의 창업 목표에서 시작했습니다. 인적 드문 주택가에 문을 연 지 5년 된 돈앤밥스는 배달 매출만 월 4500만원을 찍는다는 ‘배달 맛집’입니다.
돈앤밥스의 모든 메뉴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있습니다. ‘영양부추’이죠. 경기도 양주의 1만평 농장에서 직접 기른 영양부추를 매장에서 만드는 음식에 씁니다. 영양부추 가격은 일반부추에 비해 두 배 정도 나갑니다. 부모님이 운영 중인 농장에서 저렴하게 받아와 아낌없이 요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요.
요기요 앱에서 제일 잘 팔리는 메뉴는 ‘영양부추 돈까스’인데요. 돈까스 ‘속’이 특별합니다. 영양부추 반죽과 함께 숙성한 돼지고기가 튀겨지면 세상에서 하나 뿐인 초록빛 돈까스가 탄생합니다. 이 돈까스는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매장을 살려낸 일등공신입니다. 영양부추 돈까스를 개발해 내놓은 뒤 매출이 세 배 늘었다고 하는데요. 배달 맛집 돈앤밥스 조용일(41) 사장님이 전하는 매출 상승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용일 사장님
엄마들이 반한 알싸한 영양부추
영양부추는 일반 부추보다 두께가 얇고 길이는 대략 10cm 정도 짧습니다. 솔잎처럼 생겨서 ‘솔부추’라고도 부릅니다. 철분·비타민이 풍부하답니다. 항균작용을 하는 ‘알리신’이 들어있어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한 마디로 ‘몸에 정말 좋은 식재료’라 할 수 있죠. 씹으면 혀끝에 알싸한 향이 남지만 일반 부추보다 연하고 아삭아삭해서 어린아이들도 곧잘 먹는다고 합니다.
“양주에서 영양부추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도와 어려서부터 농장 일을 했어요. 농장주 아들이라서 보고 배운게 많았어요. 그 경험들이 음식점을 하면서 영양부추의 특징을 살리는데 도움이 됐어요. 영양부추의 알싸한 향이 느끼한 맛을 잡아줘서 주로 고깃집에서 간장 소스와 양파 위에 얹어주거든요. 여기서 영양부추를 돈까스 속재료에 접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경기도 양주 특산물 영양부추
‘몸에 좋은 돈까스’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동네 어머니들이었습니다. “아이랑 같이 온 아주머니가 ‘왜 돈까스 속이 녹색이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고기 안에 몸에 좋은 영양부추를 넣어서 그렇다고 했어요.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몸에 좋은 영양부추를 돈까스랑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들어 파니 엄마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동네에 ‘엄마들이 찾는 돈까스’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재료가 돈앤밥스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배달해서 드시는 분들 반응을 알기 어려운데요. 한번 드셨던 분들이 다시 찾는 리뷰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거기 괜찮더라 한번 시켜봐’하며 서로 소개를 해주고 계시더라구요. 가족들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까다로운 눈으로 살피는 ‘어머니’들이 자주 주문해주시는 걸 보고 돈앤밥스가 앞으로 더 잘될 거라고 처음 느꼈어요.”
돈앤밥스의 영양부추 돈까스
평범한 돈까스의 한계
여행사에서 인사·총무팀장으로 일하던 사장님은 2015년 외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의욕 넘칠 때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서른일곱 살에 초보 사장님이 됐습니다. 시작은 프랜차이즈 돈까스집이었습니다. 직장생활로 모은 4000만원으로 지금 돈앤밥스 자리에 매장을 차렸습니다.
돈앤밥스 매장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정해준 대로 조리하는 평범한 돈까스를 팔았습니다. 야심차게 도전한 사업이었지만 초보 사장님의 기대만큼 장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치킨집, 호프집이 연달아 있던 매장 앞 골목은 밥집을 찾는 고객이 드물었죠. 하루 매출 60만원에서 70만원 사이. 빚 없이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직원 월급과 재료비를 마련하다가 빚이 8000만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망하는 줄 알았어요. 메르스, 구제역 타격까지 겹쳤죠. 평범한 돈까스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까스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을 모집할 때 ‘요리를 못해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고 홍보해요. 쉽다니까 도전자도 많은 아이템이죠. 경쟁이 심한 메뉴인데 그땐 다른 식당 돈까스와 차이가 없었어요. 투자금 회수는 고사하고 빚만 늘어가니까 다른 수를 써야 했죠. 차별화를 고민하다가 내가 직접 개발한 돈까스를 팔기로 했어요. 가맹점 계약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낮에는 장사하고 매장 문을 닫은 후엔 영양부추 돈까스를 연구했어요. 기왕하는 것 제대로 만들어 보자 싶어 식품조리학과 교수님도 수소문했어요. 고기 숙성법, 소스 제조법까지 요리를 기본기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인생을 이 매장에 걸었으니 집에 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영양부추 돈까스 조리 과정
사장님, 가족, 고객들의 테스트를 뚫고 최종 합격한 메뉴가 지금의 ‘영양부추 돈까스’입니다. 완성된 돈까스 반죽을 납품 받는 대신에 원재료를 섞어서 쓰는데요. 계란, 밀가루와 ‘영양부추 가루’로 만든 반죽에 생고기를 넣어 숙성시킵니다. ‘코팅’한 것처럼 초록색 부추를 입히는 거죠. 숙성된 고기를 꺼내 빵가루와 함께 튀기면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영양부추 돈까스가 완성됩니다.
우리 매장 매출의 터닝포인트
조 사장님은 프차 계약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 있던 레시피를 꺼내 들었습니다. 2017년 영양부추를 넣은 메뉴로 가게 문을 다시 열었죠. ‘돈앤밥스’로 간판이 바뀌니 손님들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영양부추를 넣은 메뉴를 팔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세 배 이상 뛰었어요. 원래 배달 주문이 많아야 15건에서 20건이었는데 돈앤밥스로 다시 시작하고 하루 평균 60건으로 늘었어요. 주말에는 배달 주문이 120건이나 들어왔고요. 7개월 뒤부터 일 매출 100만원 이상 버는 매장이 됐습니다. 고객들이 집밥 먹는 것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누구나 자주 먹는 메뉴를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들자’는 생각이 통한 것 같아요. 요기요 주문 매출도 늘어서 그때부터 ‘우수업체’에 선정되기 시작했어요.”
조용일 사장님
요기요는 배달 주문 건수, 주문 성공률, 고객 평점 등을 분석해서 매월 1일 ‘우수 음식점’을 선정하는데요. 한 달 동안 요기요앱의 업체명에 ‘우수’ 마크가 달립니다. 주문할 곳을 찾는 고객들도 ‘우수 음식점’이라는 걸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신메뉴 출시와 함께 껑충 뛴 돈앤밥스의 매출은 지금까지도 꾸준합니다. 잔치국수와 덮밥도 돈까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주문량이 늘었습니다. 주민들의 입소문을 탄 돈앤밥스는 이제 주변 관공서까지 ‘접수’했다고 하는데요. 야근하는 구청·주민센터 직원들의 저녁 식사를 배달합니다. 직원들이 돈앤밥스에서 식사를 주문하게 하고 월말에 한 번에 식대를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홍보하지 않았는데 먼저 제안이 왔어요. 관공서 결제 금액이 많지 않지만 저희 음식을 맛본 직원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재주문하는 효과가 있어요. 직원들이 대부분 이 지역 주민이니까요.”
조용일 사장님
주문을 부르는 돈앤밥스만의 노하우
5년 동안 매장 근처에 돈까스집 네 곳이 생겼다가 사라졌습니다. 지금 돈앤밥스만 남았습니다. 사장님은 “얼마 전 새로 생긴 돈까스 체인점도 두렵지 않다. 배달주문도 우리가 더 많다”고 말합니다. 고객들과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돈앤밥스가 지역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①자주 먹는 음식을 소홀히 하지 말라
“무조건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주 먹는 음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돈까스·국수가 대표적으로 연령 상관없이 좋아하는 음식이죠. 제가 족발을 좋아해도 일주일에 몇 번이나 시켜 먹겠어요. 순대를 못 먹는 아이들도 많고요. 가장 보편적인 메뉴를 공략했습니다. 대신 평범한 돈까스에 ‘영양부추’를 넣어 특별한 음식으로 만들어버렸어요.”
돈앤밥스의 대표메뉴 잔치국수·제육덮밥
②모든 경험은 써먹을 때가 있더라
“제주 돼지고기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죠. 그런데 저희는 제주 고기를 써도 재료비 비중이 작아요. 계약한 업체에서 중간 단계 없이 매장으로 바로 가져오거든요. 서울, 구리, 부천, 인천까지 방방곡곡 찾아가서 협상했어요. 직장에 다닐 때 총무팀에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계약할 곳을 찾고 비교하는 게 일이었어요. 그때 경험을 이렇게 써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③고객의 입맛은 신이다
“고객은 정확합니다. 재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까지 다 알아요. 돈앤밥스가 입소문을 탄 건 영양부추, 제주 생고기, 100% 생치즈까지 좋은 재료를 골라 쓴다는 걸 고객들이 알아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좋은 재료는 가격이 비싸지만 저렴하게 가져올 방법을 찾아보면 비용을 낮추고 질은 높일 수 있어요. 직접 발로 뛰면 가능합니다.”
조용일 사장님
④기억에 남을 홍보만 한다
“예전에는 저희도 집집마다 전단지를 넣어 봤는데 지금은 배달앱만 씁니다. 전단지는 금방 버려져요. 전단지 받으면서 웃는 고객이 별로 없죠. 배달 고객이 돈앤밥스를 기억하게 하려면 전단지는 답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같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색다른 홍보를 시도해왔어요.
코로나19가 유행하니까 배달할 때 일반 물티슈 대신 손 소독 물티슈를 넣어 드렸어요. 남들보다 빨랐죠. 물티슈가 개당 1000원도 안 해요. 주문할 때 1000원 할인해주는 이벤트나 음료수를 끼워주는 것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떤 게 고객들 기억에 오래 남을지 고민하는 게 필요해요.”
⑤사장은 매장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장사한 지 5년 정도 되니까 이제 조금 알겠다 싶어요. 칼질 연습하다 손가락 베이고 불, 기름에 데어가면서 돈까스를 만들었어요. 원래 요리사가 아니었지만 인생을 걸었으니까 요리사가 아니라 뭐라도 되야겠다 싶었죠.
창업하는 분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요리부터 배달까지 가게 운영에 어떤 부분이라도 사장님이 ‘잘 모르겠다’ 하는 순간 망할 수 있어요. 직원 중 누가 빠지더라도 매장이 굴러가는데 문제가 없어야해요. 아니, 사장인 내가 더 잘할 수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