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창업으로 성공하기란 어렵습니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무장한 베테랑 사장님을 새내기 창업자가 이겨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치밀하게 계획만 잘 세우면 첫 창업도 대박 날 수 있다고 말하는 사장님이 있습니다. 창업 1년여 만에 월 5000만원 매출을 기록하고 TV 출연 맛집 타이틀까지 받은 ‘마싯내’ 이상구(37) 사장님입니다.
마싯내는 2019년 1월 석촌 호수 근처 조용한 주택가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범상치 않은 매장 외관이 평범한 상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데요. 새하얀 간판과 은은한 조명이 마치 일본 소도시에 있는 작은 카페를 연상케 합니다. 마싯내 만의 독특한 감성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소문났고 방송사에서 먼저 인터뷰를 요청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장님은 ‘손님이 자발적으로 입소문 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려 6년을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월매출 5000만원 이상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지 성공사장님에게 들어봤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힙한 돈까스집 사장님으로
이 사장님은 고등학생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식부터 양식까지 어떤 음식이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척척 해냈습니다. 스무 살엔 한식조리자격증을 땄고 연이어 양식조리자격증까지 섭렵했습니다. 사장님이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마다 엄지를 치켜들었다고 하는데요. 요리에 흥미가 있고 실력까지 갖춘 사장님 마음속엔 식당 창업이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는데요. 창업 자금을 마련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교를 졸업 후 곧장 취업을 했습니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돈까스 브랜드에서 6년간 가맹점 사장님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많은 매장을 둘러보며 성공하는 식당의 ‘특징’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어느 매장을 가도 맛은 있었어요. 그런데 100개 매장을 둘러보면 잘되는 매장이 30개, 안되는 매장이 30개, 그저 그런 매장이 40개 정도였어요. 잘되는 매장과 안되는 매장의 차이가 뭘까 싶었죠.”
매장 소품을 정리하는 이상구 사장님
사장님이 내린 결론은 ‘매장 분위기’와 ‘사장님의 마인드’였습니다. “잘되는 매장은 사장님들의 마인드가 달랐어요. 맛에만 집착하지 않았죠. 유행하는 인테리어나 리뷰 이벤트 같은 트렌드를 수용할 줄 아는 분들이었어요.” 사장님은 퇴사 이후 창업을 준비하면서 1~2개월 동안 을지로·연남동·가로수길에 있는 유명 카페와 식당을 찾아다녔는데요.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과 메뉴 구성을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권리금 1/5로 줄이고 디자인에 4500만원 투자
마싯내는 송리단길로 불리는 석촌호수 동호가 아닌 서호 방면에 있는데요. 동호와 서호 간 권리금이 무려 5배 차이였다고 합니다. “지금 매장이 24평에 권리금 3000만원인데요. 같은 크기 매장을 동호 쪽에서 구하려면 1억5000만원이 필요했어요. 맛있고 분위기만 훌륭하다면 골목에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어요. 권리금을 줄인 만큼 인테리어에 투자할 수 있었어요.”
사장님 매장이 자리 잡은 곳엔 원래 한식집이 있었는데요. 모두 좌식 테이블이었습니다. 사장님은 매장을 통째로 철거했는데요. 철거하는 데만 1000만원이 들었습니다. “이곳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스탠딩 에어컨을 무료로 주신다며 남겨두고 가셨어요. 제가 구상하는 매장 분위기와 맞지 않을 것 같아 중고로 헐값에 처분했죠. 기존 매장을 떠올리게 하는 건 싹 다 없앴어요.”
매장 분위기는 벽지 색감이 결정
사장님은 ‘돈까스집이 돈까스집 같으면 안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요. “돈까스는 분식집에서도 파는 메뉴에요. 매장 분위기가 평범하면 정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동네 매장이 되는 거죠. 데이트, 가족 식사 장소로 적합한 분위기를 고민했어요.”
마싯내 출입문과 인테리어
시장 조사를 다니면서 사장님은 매장 분위기는 벽지 색감이 결정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고민한 게 벽지 색이에요. 유명 매장 인테리어엔 2가지 특징이 있었어요. 우드(나무) 색상을 써서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거나 콘크리트에 페인트칠만 해서 날것의 느낌을 강조하더라고요. 식당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장님은 벽면 상단부터 3분의 2 정도는 흰색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나무와 비슷한 진한 갈색으로 칠했는데요. “직접 업체를 방문해서 색감을 확인하고 페인트칠을 맡겼어요. 기준 색상을 정하고 나니까 테이블·커튼·외관 디자인은 고르기 쉽더라고요. 테이블은 벽면과 비슷한 갈색 계열을 썼고 외관에 놓는 입간판 소품과 커튼은 흰색과 갈색 중간 정도의 베이지 계열 색상을 골랐어요.”
창업이 처음인 사장님에겐 여윳돈이 없었습니다. 디자인에 집중하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에서 소품을 샀습니다. “테이블, 커튼 같은 소품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10~20% 저렴해요. 사야 할 제품 디자인을 머릿속에 그리고 네이버와 쿠팡에서 기성 제품을 고르는 거죠. 주문 제작 제품처럼 높은 퀄리티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색감과 원하는 분위기만 확고하다면 온라인으로 구매한 기성 제품도 예쁘게 활용할 수 있어요.”
분위기의 완성은 음식 플레이팅
사장님은 평범한 음식 플레이팅도 거부했습니다. “플레이팅을 배우고 싶어서 이름이 좀 알려졌다 싶은 일본 가정식집들을 찾아다니거나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일본 가정식집 플레이팅은 보통 깔끔하고 정갈해요. 저희 매장 분위기와 잘 맞아요.”
마싯내 대표 메뉴 바삭하고 부드러운 돈까스와 밀 전병
사장님은 고민 끝에 네모난 흰색 그릇과 기다랗고 끝이 둥근 나무 판을 선택했는데요. 네모난 흰색 그릇 위에 기름을 흡수할 갈색 크래프트지를 깔고 그 위에 돈까스를 올렸습니다. 돈까스 옆엔 색감이 다양한 야채들로 멋을 더했는데요. 초록색 새싹과 보라색 양배추, 흰색 양파를 가늘게 썰어 활용했습니다.
기다란 나무 판에는 마싯내의 마스코트 ‘얇게 구워낸 밀 전병’과 쌈무, 4가지 소스(기본 소스·매콤 소스·바질토마토·달콤한 피클드레싱)가 올라가는데요. 플레이팅만큼이나 먹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밀 전병에 쌈무를 올리고 그 위에 돈까스와 취향에 맞는 소스·야채를 올려 먹으면 마싯내 돈까스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죠.
밀 전병에 돈까스를 싸 먹는 독특한 방식은 8가지 재료를 밀전병에 싸먹는 구절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사장님은 구절판에 익숙한데요. 한식조리자격증 실기 시험에서 구절판 만들기가 문제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라이스페이퍼, 또띠야로도 싸 먹어봤어요. 근데 밀전병만큼 쫄깃하진 않더라고요. 지인들과도 같이 먹어보면서 밀전병을 최종 선택했죠.”
첫 창업을 성공으로 이끈 치밀한 계획 3가지
마싯내는 창업 3개월 만에 흑자를 내는 등 초반부터 반응이 좋았는데요. 손님들이 SNS와 블로그에 자발적으로 리뷰를 남기면서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었습니다. 마싯내가 맛과 분위기 둘 다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3가지로 요약해봤습니다.
①모든 전제 조건은 확실한 맛
사장님은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로 ‘맛에 대한 자신감’을 꼽았습니다. “가맹점 교육을 위해 6년 동안 돈까스 매장을 돌아다녔어요.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어떻게 염지(소금 등을 활용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방식)하는 게 좋은지, 튀김은 기름기를 어느 정도 빼야 담백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돈까스를 기름에 튀기는 모습
사장님은 지금도 직접 돈까스 고기를 망치질하고 염지하는데요. 하루 평균 30kg의 고기를 1시간 동안 망치질하고 누룩과 소금을 이용해 염지해 5℃로 설정된 냉장고에서 24시간 동안 고기를 숙성합니다. “망치 기계를 250만원에 구매해서 쓰기도 했어요. 손님이 바로 알아채더라고요. 3일 만에 기계를 다시 팔았죠. 농담 삼아 친구들과 건강과 맛을 맞바꿨다고 얘기해요.”
②매장 운영은 우직하게, 손님에겐 쿨하게
사장님은 재료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야채는 가락시장, 고기는 브랜드만 사용하죠. “조금 비싸더라도 아침에 가락시장에서 구매한 야채가 가장 신선해요. 최근엔 거래 업체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서 아침마다 편하게 전달받고 있어요.” 고기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장님은 창업 초기 마장동에서 고기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고기 질이 날마다 달라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 결국 사장님은 고기 질이 일정한 브랜드 고기를 쓰고 있습니다. “마장동보다 1㎏당 1000원정도 비싸요. 그래도 맛과 신선도를 고려하면 이전보다 훨씬 만족하고 있어요.”
우직하고 꼼꼼한 매장운영과 달리 손님을 상대할 땐 뭐든 쿨하게 내주는데요. 인스타그램과 구글 리뷰를 남기면 새우튀김과 음료수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도 손님들에게 확인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남겨주신다고 말하면 믿고 그냥 서비스로 드려요. 처음엔 확인했었는데 괜히 손님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매장 밖 입간판 옆에 서있는 이상구 사장님
③손님 감동으로 이어진 사소한 배려
매장 문을 열면 바로 오른쪽에 머리끈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있는데요. 식당에 머리끈이 있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머리카락이 짧은 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어요. 저도 이게 왜 필요한지 잘 몰랐는데,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알게 됐거든요. 머리카락이 길면 밥을 먹을 때 방해가 돼요. 편하게 식사하시라고 머리끈을 두고 있어요. 손님들도 좋아하시고 SNS에도 올려주시더라고요.”
사장님은 사소한 배려에 더 신경 쓰려고 한다면서도 매장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디자인을 고려하다 보니 바닥을 타일 재질로 만들었어요. 비가 오면 조금 미끄럽기도 하고, 청소하기도 쉽지 않아요. 손님들에게 괜히 불편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돼 만약 2호점을 만든다면 바닥은 꼭 바꾸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