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2억5000만원을 유지하는 사장님의 비결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서울 신대방삼거리에 한 족발 전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망해가던 음식점에 간판만 바꿔 단 매장이 얼마나 오래갈까 의구심을 가졌는데요. 이 매장은 문을 연 지 정확히 9개월이 지난 후 ‘월매출 1억원’이란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패기 넘치는 청년 사장님과 주방 직원 단 두 명이 밤낮없이 일해 이룬 성과였습니다.
이후로도 꾸준히 고객을 늘려가며 지금은 월매출 2억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두 명이서 시작한 작은 매장은 이제 열네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맛집이 됐습니다. 신대방동 상도고려왕족발보쌈애감자탕(이하 상도고려왕족발) 박현수 사장님을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습니다.
상도고려왕족발 박현수 사장님
“새로운 시도 덕분에 5년간 1등 놓치지 않았죠”
박 사장님은 지금 매장을 운영하기 전 가리봉동과 영등포에서 주점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데요. 남들은 한창 취업 고민에 빠져있을 대학교 3학년 때 박 사장님은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1999년 첫 창업을 시작했는데요. “아르바이트와 주식으로 모은 3000만원, 친척들에게 빌린 5000만원, 대출 2000만원을 합해 자본금 1억원을 마련했어요. 가리봉동에 자리를 잡았어요. 당시 가리봉동이 권리금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임대료가 쌌거든요.”
첫 매장은 20평짜리 프랜차이즈 생맥주 전문점이었습니다. 박 사장님의 사업 수완은 이때부터 발휘됐는데요. 본사에서 정해준 메뉴에 만족할 수 없던 사장님은 직접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케이준치킨샐러드, 찹스테이크를 직접 만들어 팔았어요. 처음엔 본사에서 안된다고 했죠. 그런데 나중에는 별말 않고 인정해주더라구요. 안주가 맛있어서 그런지 5년간 같은 평수의 가맹점 중 술 판매 1위 매장을 지켰어요.”
상도고려왕족발의 대표 메뉴 '왕족발'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던 사장님은 영등포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이번에는 100평짜리 퓨전요리 주점이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장사는 잘 됐지만 출혈경쟁이 너무 심했어요. 한 집 건너 한 집이 주점이었죠.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아오고 싶어 오는 게 아니라, 널리고 널린 주점 중 아무 데나 들어왔는데 저희 매장이었던 거죠.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어요. 주점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았구요. 영등포에서 시작한 지 정확히 2년 6개월 만에 매장을 정리했습니다.”
“흔한 족발을 선택한 이유요?”
박 사장님의 다음 창업 아이템은 ‘족발’이었습니다. 족발을 선택한 이유는 10대부터 장년층까지 호불호 없이 즐기는 음식이기 때문인데요. 육수 관리, 족발 삶기·썰기 등 제법 난도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박 사장님의 기준에 부합했습니다.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양날의 검이에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6개월간 친척에게 족발 기술을 배웠어요. 기술을 익혀두면 사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컨트롤할 수가 있어요. 맛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구요. 문제는 사장이 하루도 쉴 수가 없다는 겁니다.”
창업 스토리를 설명 중인 박현수 사장님
기술을 익힌 박 사장님은 6개월간 매장 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 전 지역을 샅샅이 돌아다녔습니다. 자리가 괜찮다 싶으면 높은 권리금이 언제나 고민이었습니다. 포기하려던 찰나 매일 지나던 신대방삼거리의 한 매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루 매출 10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9평짜리 아귀찜 매장이었어요. 매장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 자리 자체는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주택가라 배달 고객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구요. 3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끊어서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1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는 목표를 갖고 2006년 12월 문을 열었습니다. 문 열자마자 고객의 반응이 왔던 건 아닙니다. 오픈 후 6개월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요. “족발이 하루에 몇 개 팔릴지 짐작을 못하겠더라구요. 초벌로 데쳐내고 칼집 넣고 다시 끓이기까지 족발 한 번 삶는 데 3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30개를 삶든 50개를 삶든 똑같죠. 어느 날은 너무 적게 삶아 고객을 돌려보내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많이 삶아 남은 걸 버려야 했어요. 족발 창업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제게 ‘하루에 몇 개를 삶아야 하느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일단 하루 30개를 목표로 잡으라고 말씀드려요. 매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30개 정도 팔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이익이 난다고 볼 수 있어요.”
박현수 사장님이 직접 준비한 푸짐한 한 상
문을 연 지 반 년이 지나면서 ‘신대방동 족발 잘하는 집’으로 소문나기 시작했습니다. 박 사장님은 ‘족발은 단골집이 생기면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첫 고객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족발 레시피를 만들기까지 무수히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요. “족발과 육수를 1:1 비율로 넣는 게 중요해요. 불 조절은 필요 없어요. 대신 육수에 신경써야 하죠. 마늘, 생강, 베트남고추 등 평범한 재료를 넣지만 약재의 양은 꼭 지킵니다. 약재를 많이 넣으면 쓴맛이 올라와요. 족발 10개당 계피는 80g, 감초는 60g 넣는 게 비결입니다. 육수를 오래 끓이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오래 끓이면 냄비 닦을 시간이 없어요. 위생도 생각해야 하죠.”
9평으로 시작해 3층 매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 3가지
노력의 대가는 확실했습니다. 오픈 9개월 만에 월매출 1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홀과 야외에 각각 4인용 테이블 9개를 뒀습니다. 매장에 왔다가 홀이 꽉 차면 배달을 시키거나 포장을 해가는 고객들이 늘었습니다. 기세를 몰아 지하와 2층, 3층으로 확장했는데요. 본점 건너편에 분점도 뒀습니다. 매장에선 하루 족발만 250개 이상 판매하고 한 달 배달 건수만 5500건에 달하는데요. 9평짜리 작은 매장이 신대방삼거리 대표 족발집이될수 있었던 비결 3가지는 이렇습니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보쌈'과 '묵은지감자탕'ㅣ박현수 사장님 사진 제공
①3만원짜리 족발에 쟁반국수·전골이 서비스… ‘찐 가성비’
박 사장님은 ‘한 번 매장을 찾은 고객은 반드시 단골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메뉴를 구성했다고 하는데요. 3만원대의 족발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쟁반국수와 푸짐한 전골(감자탕, 부대찌개, 해물짬뽕탕, 차돌박이된장찌개 중 1개 선택)까지 성인 4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이 나갑니다. 다른 족발 매장은 따라 할 엄두도 못내는 ‘찐 가성비’입니다. “영등포에서 1만2000원짜리 과일 안주를 팔았을 때도 15가지 이상을넣었어요. 고객이 매장을 택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하면 ‘가성비’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이 정도 돈을 내고 먹었을 때 만족하겠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박 사장님은 굵고 짧은 마진을 남기는 것보다 적지만 꾸준히 수익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족발은 객단가가 3만원대로 다른 음식에 비해 매출이 큰데요. 마진을 줄이는 대신 단골을 확보해 수익을 늘린 것이죠. “2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수익을 올려본 적도 있고 구제역을 겪으며 손해를 본 적도 있어요.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려보니 꾸준히 찾아주시는 고객만큼 감사하고 중요한 분들이 없더라구요. 잘 나간다고 가격을 올리는 건 단골을 떠나보내는 지름길이죠.”
가지런한 모양으로 잘려 손님에게 나가는 족발
②사장님 핸드폰 번호는 공공재
‘사장이 직접 관리하지 않는 매장은 빨리 쇠락한다.’ 박 사장님이 강조하는 이야기인데요. 박 사장님은 재료 구입부터 족발 삶기, 조리, 배달, 컴플레인 관리까지 매장의 모든 흐름을 챙깁니다. 배달앱 불만 리뷰에도 사장님 개인 번호를 알려주며 전화를 달라고 하죠.
“컴플레인까지 직원이 관리할 순 없어요. 제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과 공유하죠. 누가 잘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찾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다면 발전하는 거예요. 좋은 것도 공유해요. 얼굴도 모르는 고객이 ‘사장님 덕분에 광명 찾는다’는 리뷰 보면 재밌으면서도 기분 좋죠. 그런 걸 보면서 직원들과 의기투합해요.”
요기요 인기맛집 마크를 단 상도고려왕족발
③신메뉴는 1년 정도 두고보기
상도고려왕족발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족발과 골뱅이가 함께 나오는 ‘족뱅이’와 ‘부산식 냉채족발’인데요. 지금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기까지 1년 정도 걸렸습니다. 프랜차이즈라면 신메뉴가 나왔을 때 적극 홍보할 수 있겠지만 일반 매장에선 큰돈을 들여 홍보하기가 어렵죠.
“주점 운영할 때 기술을 살려 족발과 새콤한 골뱅이 소면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족뱅이를 만들었어요. TV에 많이 나오신 유명한 사장님과 부산식 냉채족발도 개발했구요. 메뉴에는 자신 있었지만 고객이 즐겨 찾기까지 1년 정도 걸렸어요. 신메뉴를 고객이 선택하기까지 어느 정도 기다림이 필요해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면 안 돼요.”
특제 겨자향 소스로 재운 '냉채족발'ㅣ박현수 사장님 사진 제공
박 사장님은 올해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쉬고 있는데요. 2017년부터 작년 말까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습니다. “7년 이상 일한 직원도 있어요. 사장이 없어도 직원이 중심을 잡고 매장을 운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직원들이 어떤 점에서 힘든지, 어떻게 해야 동기부여가 되는지 알아야 해요.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보너스도 쏘고요. 직원들과 면담도 자주 해요. 매장을운영하다 보면 직원들 지치지 않게 살피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10여 년 넘게 3~4시간 자며 매일 직접 조리하고 매장을 운영한 끝에 이제서야 휴무를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