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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언제부터 맥주의 단짝이 됐을까요

#슬기로운 외식생활 #음식의 역사 #치킨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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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 것을 먹던 인간은 불을 발견한 후로 고기와 채소 등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뇌 크기가 커졌는데요. 이전보다 커진 뇌를 가진 인간은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음식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뿐 아니라 생활 습관과 사고 방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음식이 인간의 생활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서도 먹을수 있는 1인 메뉴가 늘어난 것이 그예입니다.요기요 파트너마케팅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음식과 우리의 삶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보는슬기로운 외식생활을 연재합니다.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가 프랜차이즈 기업 중 최초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청약 경쟁률은 코스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1117대 1)의 경쟁률을 뛰어 넘은 1318대 1이었습니다.


음식점 가맹사업은 경기에 민감해 실적 변동성이 크고 미래 성장성이 비교적 낮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어서 코스피 상장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식 치킨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코스피 상장까지 나서게 됐는데요. 


한국의 치킨은 세계에서 ‘코리안 치킨(Korean Chicken)’으로 불리며 고유의 요리법과 맛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외식생활 일곱번째 편에선 ‘치킨’에 대해 다뤄봅니다. 



스포츠 경기 바람타고 폭발적인 성장 


닭고기를 사랑하는 한국인 성인 한 명이 2020년 한해 소비한 닭고기 소비량은 15.76㎏(농촌진흥청 ‘닭고기 소비 실태 및 인식조사’). 이는 2017년(14.56㎏)보다 1.2㎏ 늘어난 수치입니다. 통닭에 많이 쓰이는 닭 한마리가 900g 정도라 치면 어른 한 명이  한 해 열일곱 마리 이상의 닭을 먹은 셈입니다. 2020년 닭고기 소비량을 조사한 농촌진흥청은 코로나19 사태로 닭고기 소비량이 예년보다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닭고기 소비량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늘었습니다. 1970년대 한해 약 1.5마리(1.4㎏)의 닭고기를 먹던 한국인이 이제는 한달에 한 번 이상 닭고기 한마리를 먹게 됐는데요. 


한국식 치킨은 1950년대 후반 미군부대에서 나온 프라이드 치킨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치킨 장사를 시작한 곳은 1961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명동영양센터’입니다. 당시 이 매장에선 전기구이 통닭을 팔았는데요. 지금도 가끔 추억하는 ‘옛날 통닭’의 원조가 이곳이었다죠. 


1960년대 신문에서 볼 수 있었던 치킨집 광고 | 1969년 2월 6일자 경향신문 


치킨이 대중화된 건 1970년대부터입니다. 닭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낮아졌고, 식용유가 대량 출시됐죠. 튀김옷을 입히는 밀가루, 바삭함을 더하는 쇼트닝의 생산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부터입니다. 치킨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지금의 치킨의 모습은 1977년 서울 명동에서 본점을 내내 ‘림스치킨’이 원조입니다. 닭을 통째로 조리하는 삼계탕이나 전기구이 통닭과는 달리 조각 낸 치킨을 기름에 튀긴 조리법을 처음 선보인 곳이라고 전해집니다. 미국 뉴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치킨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죠. 워낙 오래된 브랜드라서 사라진 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아직도 전국에서 53개 가맹점(2019년 기준)이 영업중입니다. 


1980년대 들어 열린 각종 대형 스포츠 경기는  치킨과 맥주의 조합을 의미하는 ‘치맥 열풍’을 만들어냅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사람들은 운동 선수를 응원하며 치맥을 즐기기 시작했죠. 경기 현장 뿐 아니라 집에서 치킨을 배달해 먹으면서 치킨은 한국의 대표 배달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4년에는 미국의 대표적 치킨 프랜차이즈 KFC가 한국에 상륙하죠. 1990년대 들어 신문에서는치킨가맹점을 모집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식 치킨'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양념치킨 | 게티이미지뱅크 

대구가 치킨의 성지인 이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성장시켰습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이 치킨집 창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데다 비교적 쉬운 조리법 덕분이었죠. 


치킨은 우리 전통 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2000년대를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습니다. 영화 ‘집으로’에서 상우(유승호 분)는 할머니(김을분 분)에게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백숙을 해주자 상우는 ‘이게 무슨 치킨이냐’며 엉엉 우는데요. 이처럼 치킨은 단순히 닭의 영어 표현이 아니라, 한국식으로 튀기거나 구운 닭요리를 뜻하게 됐죠.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멕시카나,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멕시칸치킨 등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는 대구에서 시작됐는데요. 1970년대 경북 영천과 의성, 청도 등에 국내 양계장의 80%이상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대구는 닭고기를 싼값에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었죠. 


한국식 치킨으로 대표되는 ‘양념치킨’도 대구에서 탄생했습니다. 양념치킨 창시자 윤종계씨가 최근 tvN ‘유퀴즈 온더블록’에 출연해 양념치킨 개발 비화를 밝히기도 했죠. 식으면 퍽퍽해지는 치킨 맛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던 찰나 '물엿 한번 넣어봐'라는 동네 할머니 말에 물엿, 고추장 등을 넣어 만든 게 양념치킨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특허’에 대한 개념을 잘 몰라 특허권은 챙길 수 없었다고 했는데요. 치킨의 성지 대구에선 코로나여파를겪은올해를제외하곤 2013년부터 ‘치맥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습니다.


2013년 한국에서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한국식 치킨은 전세계에 이름을 떨쳤습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에 ‘korean chicken’을 검색하면 수많은 나라에서 한국식 치킨을 칭송하거나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프라이드 치킨 원조 미국도 한국식 치킨을 별도의 요리로 인정하죠. 


창업비용 낮고, 면적당 매출액 높지만...2015년 이후 폐업>창업 


IMF 위기 이후 국내 치킨 창업은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새로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 기준 485개입니다. 피자가 152개, 중식이 119개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수치죠. 전국에서 12만9000여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영업 중인데, 이중 1위가 20.6%(2만6641개)를 차지하는 치킨집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배달 매출 비중이 높아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창업비용도 낮은 편입니다. 2019년 기준 가맹비를 포함한 치킨집 창업비용은 5580만원으로 피자(7267만원), 주점(9268만원), 커피(1억878만원), 한식(3억1230만원) 등 주요 외식 업종에 비해 낮습니다.



매출액은 다른 외식 업종 대비 중간에 위치합니다. 치킨의 단위 면적당 매출액은 1098만원으로 분식(1억4092만원), 한식(1억1233만원)보다는 낮지만 주점(9751만원)이나 커피(8963만원)보단 높죠.


경기 침체 여파와 치킨 업종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는데요. 치킨집의 영업비용은 2011년 6200만원에서 2017년 1만1700만원으로 8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32% 감소했습니다.




참고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 

-KB경영연구소 ‘KB자영업 분석 보고서1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닭고기 소비 실태 및 인식조사, 농촌진흥청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휴머니스트  

-치킨인류, 이욱정, 마음산책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신재근, 책들의 정원

-프랜차이즈 업계 ‘브랜드 홍수’, 경향신문,  2003.06.25.

-[박정배의 음식한담] 1인당 한해 20마리 먹는다는데, 한국인이 치킨에 빠진 이유, 조선일보, 2019.02.07.

-[치킨공화국]⑥"치킨, 넌 어느 별에서 왔니?"…최초 치킨 전문점 어디?, 뉴스1, 2020.08.14.

-How Korean Fried Chicken, AKA “Candy Chicken” Became a Transnational Comfort Food, SMITHSONIANMAG.COM,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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