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는 힙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성지 순례’가 유행입니다. ‘코리안 우유 카페’를 슬로건으로 내건 ‘카페희다’도 순례 코스 중 하나입니다. 1980~90년대 한국식 다방의 정서와 메뉴를 재현한 카페인데요. 꽃무늬가 그려진 쟁반, 개다리소반, 일력 등 옛날 소품이 가득합니다. 카페희다는 10~20대에게 옛것이 주는 참신함으로 어필합니다. 생딸기우유, 생망고우유 같은 과일우유부터 말차우유, 커피우유 등의 ‘이색 우유’를 팝니다.
카페희다의 전신은 하루 매출 10만원에 그치던 ‘망해가던 카페’였습니다. 2년 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카페를 강성훈(31) 사장님이 친구이자 동업자인 이장호 사장님(31)과 함께 인수했습니다. 인수한 지 1년 만에 롯데백화점평촌점, 하남미사점 등 직영점을 2곳이나 늘렸습니다. 매출은 수직 상승했습니다. 인수 전 월 300만원에 그쳤던 매출이 20배 뛰었습니다. 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집인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카페희다가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을 함께 들어보실까요?
캔커피가 RTD라고?...같은 것도 새롭게 보는 습관
강성훈 사장님의 전직은 회사원입니다. IT 유통 스타트업에 다닐 때 창업을 결심했는데요. RTD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RTD란 레디 투 드링크(Ready To Drink)의 약자로 병이나 캔, 파우치 등에 담아 따로 조리없이 바로 마시는 음료를 말합니다. 커피 전문점에서나 주문할 수 있는 커피 음료를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판매하는 것을 뜻하죠.
RTD의 특징은 매장에서 먹는 커피를 집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성비만큼 주목받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채우려는 소비자들 덕분에 RTD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RTD 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1조3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카페희다 대표 메뉴인 생딸기우유, 생망고우유
“사람들이 더 이상 평범한 커피, 똑같은 커피가 아닌 ‘더 맛있는 커피’를 찾길 원한다는 데서 포인트를 찾았어요. RTD가 바쁜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걸 빠르게 제공해줄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죠.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를 내리고 시럽을 섞는 등 조제 과정이 필요하지만 RTD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으니 시간도 크게 절약되죠.”
‘배달 효자템’ 여기 있었네
강성훈 사장님은 RTD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답을 배달에서 찾았습니다. 카페희다는 국내에 있는 모든 배달앱에 입점했습니다. “저희가 파는 병우유는 배달이 편해요. 조금씩 미리 만들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내보내죠.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자영업에서 ‘매출을 얼마 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속도가 중요한 세상에선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보통 식당에서 하루 1인당 매출이 40만원 정도예요. 하지만 저희 매장에서는 혼자 100만~150만원 정도의 매출도 낼 수 있어요.”
실제 카페희다는 전체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차지합니다. 앞으로는 배달 매출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 보는데요. “매출의 20~30%으로 수익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물론 창업 초기인 만큼 계속 투자를 하고 있죠.”
카페희다 강성훈 사장님
카페 위치는 참 ‘애매’합니다. 논현역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가구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야 간판이 보입니다. 주변에는 온통 주택과 어린이집뿐.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권이 좋지 않은 곳에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강성훈 사장님에게는 상권이 애초부터 걱정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배달에 집중한다면 상권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또 카페희다를 인수할 때부터 브랜딩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브랜딩’이 잘된 매장에는 고객이 수고로움을 무릅 쓰고 찾아옵니다.”
뉴트로 아이템이 가득한 카페희다 본점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길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인기입니다
SNS 홍보와 마케팅에 능한 밀레니얼 세대 감각
강 사장님은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골프에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일군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제 의사를 존중해주셨죠. 사업가를 꿈꾸며 의류 쇼핑몰, 골프 연습장 등을 운영했어요. 틈틈이 맥도날드, 애슐리 등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구요.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식자재 유통과 보관·정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 매장이 돌아가는 법을 배웠어요.”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 IT 유통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트렌드 읽는 역량을 키웠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가 홍보 필수 수단이 되면서 외식업도 ‘콘텐츠’로 해석되는 현상을 발견했어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을 만한 것이 아니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외면을 받아요. 그렇다고 맛을 안 따지느냐. 그건 또 아니에요. ‘예쁘기만 하고 맛은 없다’고 솔직하게 비판하는 게 저희 같은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강 사장님은 카페희다의 인테리어와 병우유를 콘텐츠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장을 인수해 리모델링하고 카페희다 상표권을 사는 데 1억원을 들였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일하면서 모은 돈과 신용보증재단에서 빌린 청년 창업 자금으로 충당했습니다.
공유주방에서 찾은 기회
카페희다 하남미사점은 공유주방에서 시작해 창업 비용을 줄였습니다. 공유주방이란 조리시설을 갖춘 주방을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공간을 말합니다. “공유주방에는 권리금이 없고 냉장고 등 큰 주방집기가 갖춰져 있어요. 통상 보증금과 월세를 냅니다.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0평 미만 공간이라면 2000만~3000만원 정도면 창업이 가능해요. 권리금, 집기 때문에 1억~2억원은 필요한 기존 창업보다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어요.”
공유주방에선 다른 메뉴와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카페희다와 함께 샌드위치, 샐러드를 파는 가게가 함께 입점해 있습니다.
공유주방에 입점해 있는 카페희다 하남미사점 모습
유행은 타고 기본은 지키고
카페 인수 후 바로 반응이 온 건 아닙니다. 창업 초기 3개월 동안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투잡을 뛰어야 했습니다. 매출이 낮은 카페였던 탓에 식자재·물류 계약처를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카페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어필했어요. 인수 후 어떤 점에서 변화를 줄 것인지 말씀드리며 설득했죠. 유리병 거래처를 찾기 유독 쉽지 않았는데요. 병에 로고를 인쇄해야 하는 작업까지 들어가야해서 선정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죠. 최소 주문 수량이 1톤 트럭 5~6개 분량이었어요. 지금은 1톤 트럭 15~16대 분량을 한꺼번에 계약해 단가를 낮췄어요. 저희가 그 분량에 해당하는 돈을 한번에 입금을 하니까 거래처에서도 단가를 낮춰주셨어요. 개당 가격을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반 구매가의 약 50%가격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강 사장님은 3개월 전 새로 문을 연 하남미사점에, 이 사장님은 롯데백화점 평촌점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카페 문을 열고 음료를 만들고 청소하고 문 닫는 일을 반복합니다. “운동선수에게는 ‘루틴(routine)’이 있어요. 매일 반복하는 훈련 일정을 말합니다. 외식업에도 이런 루틴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스무살 때만 해도 사업가는 시간이나 돈에서 자유로울 거라 생각했어요. 큰 착각이었죠. 카페만큼 매일 반복되는 지겨움을 견뎌야 하는 일도 없습니다. 저희는 이런 루틴을 견디는 데 익숙해요. 다른 것보다도 이런 게 강점이라 생각해요.”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유념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흔한 문구가 진리예요.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얼마가 남을까’보다 ‘고객이 사 먹겠느냐’에 중점을 둬야한다 생각해요.”
- 카페희다의 성공 노하우
①차별화: ‘매일 직접 만드는’ 병우유
카페희다는 ‘매일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병우유’라는 콘셉트를 강점으로 삼았습니다. 번거롭지 않을까 싶지만 ‘매일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간단합니다. “시럽과 방부제 등 복잡한 첨가물을 넣지 않아서 준비할 게 적어요. 오래 보관할 것이 없어 관리 비용이 덜 들죠. 생딸기우유 같은 경우 자일로스 설탕으로 직접 만든 딸기청에 우유를 붓고 나면 끝이에요. 밀크티우유도 찻잎을 냉침한 다음 우유와 섞기만 하면 됩니다. 고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틈틈이 만들어두기 좋죠.”
②계획성: 우유병 하나, 메뉴 하나도 ‘의도적으로’
‘유리병’은 고객에게 어필하기 좋은 아이템입니다. “음료를 다 마신 공병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인스타그램에 공병을 활용한 방법을 콘텐츠로 만들어 종종 올리기도 해요.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일회용품에 대한 이슈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저희 유리병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생각해요.”
무턱대고 메뉴를 늘리기보다 ‘시즌제’를 도입해 메뉴를 실험했습니다. “제철 과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객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어요. 고객 반응을 보고 메뉴에 자리 잡게 하고 아니면 과감히 뺄 수 있어요. 저희 대표메뉴인 ‘생딸기우유’가 원래 시즌메뉴였어요. 이런 식으로 처음엔 5개뿐이던 메뉴를 지금은 10여개로 늘렸습니다.”
③참신함: 뉴트로보다 ‘오래가는 빈티지’
장사에는 시기도 중요합니다. 트렌드에 뒤처져도 너무 앞서도 안됩니다. “카페희다를 시작할 때만 해도 뉴트로가 붐은 아니었어요. ‘뉴트로 때문에 뜰 거야’라는 생각을 못했죠. 그런데 인수했을 무렵 갑자기 뉴트로가 빵 떴어요. 인수한 지 5개월 만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서 팝업스토어 제안이 들어왔죠.”
롯데백화점 평촌점이나 하남미사점은 뉴트로 콘셉트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두 지점 모두 상권을 철저히 분석해 문을 열었습니다. “뉴트로 콘셉트만 따랐다면 10~20대에게 핫한 홍대나 이태원을 찾지 않았을까요. 평촌점은 주변에 사무실이 많아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 주문 비중이 높아요. 하남미사점은 배달에 집중하기 위해 주변에 3000~5000세대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분양이 막 끝난 신도시라서 택했죠. 오픈해보니 30대 초중반 젊은 엄마 고객이 많이 찾아주세요. 앞으로 직영점을 늘려서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