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만(43) 사장님은 인천 지역을 주름잡는 프랜차이즈 대표입니다. 피자, 치킨, 한식, 분식, 일식 등 7개 브랜드를 거느리는 ‘푸드몰 트리2790’을 운영합니다. 2001년 인천 간석동에서 단돈 100만원으로 시작한 1평짜리 노점상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아버지 사업이 위기를 겪으며 집안에수억원의 빚이 생겨장사에도전한것인데요.1000원짜리 컵탕수육과 햄버거를 팔아 1년 만에 빚을 거의 모두 갚을 만큼 장사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벼룩시장 등 생활정보지에서 5000원짜리 저가 피자 유행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 박 사장님은 피자 장사에 도전했습니다. “피자 레시피를 배우기 위해 박카스 한 박스를 사들고 무작정 동네 피자 가게에 들어가 '청년 한번만 살려달라, 열심히 하겠다'고 사정사정했죠.” 어렵사리 승낙을 받아낸 박 사장님은 딱 이틀 간 일하며 레시피를 전수 받고 피자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장사는 레시피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해선 안 될 무모한 도전이었죠. 도우를 차갑게 숙성하면 부푼다는 것도, 온도에 따라 소스 농도가 달라진다는 것도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어요. 대신 고객의 말을 무조건 듣고 친절하게 서비스했죠. 토핑을 많이 얹어달라고 하면 많이 얹고, 바삭하게 해달라고 하면 바삭하게 굽고··· 고객들에게 혼나 가면서 배웠어요."
맨땅에 헤딩하며 실전에서 부딪힌 덕분에 2004년에는 인천 용현동에 10평짜리 공간을 얻어 ‘피자얀’이라는 정식 매장을 냈습니다. 한 판에 1만원도 하지 않는 저가피자 콘셉트는 유지하고 ‘건강’과 ‘수타피자’를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낮에는 피자를 굽고 배달하면서 밤부터 새벽까지 잠을 줄여가며 전단지를 돌렸는데요. 당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를 벤치마킹해 개인 매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치즈크러스트, 고구마피자 등 새로운 메뉴를 내놨습니다.
박영만 사장님
연 1억원으로 시작한 매출이 2억원, 5억원으로 점점 늘었습니다. 피자얀 가맹점을 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피자에서 시작해 치킨, 돈까스, 죽 등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늘려갔습니다. 창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어도 꾸준히 완만하게 성장 곡선을 그렸습니다.
직영점 2곳과 가맹점 30여곳을 운영 중입니다. 직영점 2곳의 월매출은 각각 1억원을 넘습니다. 대부분 매장이 인천과 경기 부천·안양에 집중돼 있는데요. 인천 입맛을 사로 잡은 박영만 사장님의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배달전문매장은 비교적 접근성이나 상권에서 자유롭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 아파트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매장을 낼 때 고려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어디가 배달 중심 상권인지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어요. 저녁에 원룸촌을 한번 가보세요. 건물 1층 옆에 배달 용기 쓰레기가 엄청 쌓여 있어요. 사무실 밀집 지역도 마찬가지구요. 배달음식을 많이 먹어서 하루 새에도 정말 많은 양의 쓰레기가 쏟아집니다. 이런 중심 상업지구 반경 2~3km 내에 매장이 있다면 좋은 조건이죠.”
피자얀의 통새우바이트피자 | 박영만 사장님 제공
②배달료는 가급적 균일하게
되도록 반경 2~3km 내에 있는 대부분의 지역으로 배달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배달료를 균일하게 받기 위해서인데요. 박영만 사장님은 배달료를 웬만해선 3500원을 초과해 책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매장이 구석에 몰려있다면 장거리 배달료가 생기죠. 어디는 1000원 받고 다른 곳은 5000원 이상 받게 되요. 배달료가 1건 당 500원, 1000원씩 차이 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실이 나요. 하루 배달 건수가 100건이고, 배달료가 평균 1000원씩 차이난다고 해볼까요. 하루 10만원 차이가 나죠. 한 달이면 300만원, 1년이면 3600만원 손실이에요.
배달료가 0원인 지역에서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특정 지역에서 들어오는 주문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아요. 차라리 임대료 몇 백만원 더 주고 배달료를 균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배달 상권 중심지로 오는 게 낫습니다.”
박영만 사장님
③거주지와 매장은 최대한 가깝게
사장님 거주지와 매장의 거리도 매장 운영에 큰 영향을 줍니다.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상권에서 영업을 하는 게 좋아요. 출퇴근 시간은 생각보다 매장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매장과 집 거리가 멀면 오고 가는 수고로움 때문에 아침에 눈조차 뜨기가 힘들죠. 장사 끝내고 운전하다 피곤해서 졸 수도 있고…. 첨에는 ‘극복할 수 있다’, ‘열심히 할 수 있다’ 다짐하며 버틸 수 있지만 결국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가져와 매장 운영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줘요.”
④단 한가지 차별점이라도 있어야
박영만 사장님은 고객의 눈길을 끌려면 우리 매장을 소개할 때 딱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노점상과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를 할 때는 ‘저가’를 무기로 삼았어요. 피자얀을 창업할 때는 중저가 전략과 ‘웰빙 피자’라는 점을 내세워 도우에 녹차나 곡물 등을 넣었죠. 일식 돈까스 매장을 할 때는 종이 상자에 포장·배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어요. 지금은 다양한 메뉴를 한 매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죠. 고객에게 ‘여기는 이런 점이 다른 곳과 다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킨트리플의 세가지맛순살치킨세트 | 박영만 사장님 제공
⑤창업 초기 홍보비는 매출의 10%로
박 사장님은 창업 초기 매장 홍보에 누구보다 애를 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전단지 디자인과 인쇄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몇 장을 맡겨야 하는지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광고비로 한달에 1000만원을 썼으나 매출은 2000만원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박 사장님만의 홍보 공식이 만들어졌습니다.
“홍보비로 300만원을 썼다면 매출이 3000만원 정도는 나야 해요. 돈 들인 만큼 매출이 나지 않는다면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겁니다. 물론 꾸준히 매출이 늘면 홍보비 비율은 10%도 들지 않죠.”
게티이미지뱅크
⑥배달 직원을 쓸까, 대행을 쓸까?
박 사장님은 배달점문점이라면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대행업체에 맡길 것을 권합니다.
“직원을 고용했을 때 급여에 퇴직금과 상여금, 오토바이 구매 또는 리스비, 4대 보험, 오토바이 보험 등을 생각하면 대행이 낫습니다. 근태 고려해야지, 휴가 챙겨야지… 설령 사고라도 나면 스트레스 받죠.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대행업체보다 직원을 쓰려면 직원이 시간 당 배달 주문 4.0개 이상은 처리해줘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아요.”
⑦신메뉴 개발보다 기존 메뉴 조합이 대세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신메뉴가 늘 대박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박 사장님은 신메뉴 개발 대신 기존 메뉴 조합으로 발빠르게 고객의 구미에 맞추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 작은 거 하나, 파스타 0.5인분을 구성해서 ‘1인분 스벅세트’, 이렇게 내놓는 거죠. 이런 방식은 짬짜면, 탕볶밥 등이 대표적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1인분 세트 조합을 생각하는 겁니다. 죽과 돈까스를 함께 팔수도 있구요. 가장 인기 있는 메뉴 2가지를 양을 좀 적게 해서 1인분 세트로 만든 다음 배달앱 상단에 ‘추천메뉴’로 올리면 주문 수가 느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요. 제가 운영하는 ‘레알버거’도 버거 메뉴는 6개이지만 조합을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가짓 수가 무려 16개나 됩니다.”
스파버거세트 | 박영만 사장님 제공
⑧장사의 성공은 디테일에 달려 있어
별 거 아니지만 매장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냉장고는 직냉식과 간냉식이 있는데요. 각각의 장단점을 몰라 애를 먹는 분들이 많습니다. 간냉식은 냉각팬으로 공기를 순환시켜 냉각하는 방식이라 냉기가 골고루 퍼집니다. 하지만 냉각팬 앞에 물건을 쌓아 놓으면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니 이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직냉식의 경우 벽면에 있는 파이프로 냉각하는 방식이라 벽에 비해 가운데 부분 온도가 높을 수 있어 식재료 보관을 할 때 유의해야 합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죽 브랜드는 1인분씩 소분해서 보관하는데, 한 점주분께서 죽이 자꾸 물러진다고 하시더라구요. 냉장고 온도를 5도로 맞추라고 해서 제대로 했는데 왜 자꾸 죽이 물러지냐, 죽이 잘못된 거 아니냐 하셨죠. 알고 보니 소분한 죽을 여러개 겹쳐놓으셨어요. 겹쳐놓으면 죽이 쉽게 물러요. 이렇게 물러버린 죽은 폐기해야 하고 손실로 남죠. 이런 사소한 문제가 쌓이면 장사에 영향을 주는 것이구요.”
박영만 사장님
⑨위기도 성공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
박영만 사장님은 2013년 버거 브랜드 ‘23cm 빅버거’를 창업해 전국 80개까지 가맹점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업을 줄여야 했는데요.
“당시 사람 몸통 만한 버거가 유행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배달전문점 위주로 운영했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서서히 빅버거 매출이 잠식당했죠.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장사를 할 땐 늘 위기가 있어요. 그 위기에서 배우고 좀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치킨데리야끼 도시락 | 박영만 사장님 제공
⑩외식 트렌드가 아닌 고객의 생활방식을 이해해야
2000년대 초반 박영만 사장님이 외식 트렌드를 파악하는 수단은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였습니다. 어떤 외식 아이템과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을 모집하는지 눈여겨 봤습니다.
“이젠 단순 외식업 트렌드만 알아선 안되요. 배달앱의 주 이용자층이자 외식업 트렌드를 이끄는 20~30대의 생활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1인 메뉴가 늘어나는 이유가 대표적이죠. 혼자 사니까 1인분만 시키고 싶고, 한 가지 메뉴보다는 여러 메뉴를 먹고 싶고, 밥과 디저트를 함께 해결하고 싶고…. 1인 가구 생활방식만 이해해도 여러가지 메뉴 구성을 생각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