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는 ‘맛있고, 빠르고, 언제든지 주문 가능하다’고 소문난 매장이 있습니다. 바로 손재훈(40) 사장님이 운영하는 ‘금촌야식’입니다. 금촌야식은 하루 1시간 30분을 제외하곤 온종일 문 열려있는 야식집이죠. 야심한 새벽에도 금촌야식의 주문 알림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매장과 가까운 곳에서도 주문이 들어오지만 고객의 대부분은 매장과 거리가 먼 곳에서 주문을 하세요. 저희가 ‘장거리 배달’을 하기 때문인데요. 파주에서 일산까지 배달을 간 적도 있었죠.”
매장 주변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의 고객도 사로잡았기 때문일까요. 2006년 10평짜리 상가에 창업한 매장은 현재 2층짜리 400평대 매장이 됐습니다. 하루 매출 3만원일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월매출 2억원을 올리고 있죠. 파주를 사로잡은 금촌야식 손 사장님을 만나 ‘장거리 배달’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배달용 자동차만 ‘8대’인 매장
주문 알림음이 울리면 직원들은 자동차 키를 꺼내듭니다. 무려 여덟 대의 배달용 자동차가 준비돼있는데요. “파주는 아직 도로가 정비되지 않은 곳들이 있어요. 오토바이로 가는 데 한계가 있어서 경차를 이용하고 있죠. 오토바이보다 음식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고 먼 거리도 빠르게 다녀올 수 있거든요. 장거리 단골이 생길 수밖에 없죠.”
또 고객들은 저렴한 배달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데요. “10㎞가 넘는 곳에 배달을 가도 배달비는 3000원만 받고 있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저희 매장 객단가가 높기 때문인데요. 배달전문점이라면 1인용 메뉴 판매를 전략으로 내세우잖아요. 혼자 사는 자취생들이 배달음식을 자주 주문하니깐요. 저희는 타깃층이 달라요.산업단지나 공사현장, 아파트 단지에 배달하는 걸 목표로 하죠. 그래서 모든 메뉴가 2인용 이상이에요. 객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죠. 또 배달용 자동차는 모두 LPG용 자동차예요. 휘발유나 경유용 자동차에 비해 연료값이 덜 들어요.”
금촌야식의 배달용 차량
손 사장님은 배달용 자동차를 매장 홍보에도 이용했다는데요. “2006년 막 창업을 했을 때는 배달앱이 없었어요. 전단지와 물티슈를 나눠주면서 매장을 알려야 했는데 한계가 있었죠. 그때 하루종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스티커를 제작 주문해 자동차에 붙였어요. ‘TV는 LG, 야식은 금촌’이라구요. 그후 산업단지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왔어요. 직원들이 어떻게 이렇게 홍보할 생각을 했냐며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때부터 단골이 된 고객도 아주 많아요.”
언제든 배달 갈 수 있는 직원들
400평대 매장 규모에 걸맞게 직원만 23명인 금촌야식. 그중 배달을 갈 수 있는 직원은 12명이나 되는데요. 평소에 재료 손질 등을 하던 직원들이 모두 배달을 가더라도 주방은 막힘없이 돌아갑니다. 자동화 주방기기와 철저하게 짜인 주방 동선 덕분이죠. 손 사장님은 단순노동을 줄일 수 있는 부분에 과감히 투자합니다. “한 달에 배달만 5000건 정도 가는데 배달대행은 20건 정도만 써요. 직원들이 자리를 비워도 주방에 타격이 없기 때문인데요. 야채 썰기, 족발 썰기, 보쌈김치 버무리기 같은 단순노동은 주방기기가 대신합니다. 기기를 구입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긴 했지만장기적으로봤을 때 배달대행비보다 저렴해요. 주방이 좋다면 직원들의 사기 높아지고 결국 매장 이익으로 돌아오죠.”
주방 직원들의 역할도 손 사장님이 직접 지정해줬습니다. “직원마다 각자 자리와 담당 냉장고, 담당 가스레인지가 있어요. 철저히 분업하는 거죠. 메인 주방 직원은 주문 들어오는 메인 메뉴를 준비해요. 메인 직원의 왼쪽 옆자리 직원은 설거지를 하고 오른쪽 옆자리 직원은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닭발을 굽죠. 앞자리 직원은 쟁반국수, 전, 계란말이 같은 사이드 메뉴만 만들어요. 뒷자리 직원은 근무 시간 내내 족발과 보쌈을 썰죠. 그럼 한 명이 남거든요. 남은 직원은 주방의 모든 업무를 다 할 줄 아는 직원이에요. 주방 직원이 쉬는 시간 자리를 대체하죠.”
직원들의 역할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건 ‘사장이 모든 주방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손 사장님은 강조하는데요. “분업화의 장점은 직원마다 전문 분야가 생기고 조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건데요. 단점은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면 대체할 직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럴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사장이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해요. 저도 직원이 안 나오는 날이면 주방에 들어가 바로 일을 하죠. 또 직접 일을 할 줄 알아야 최상의 주방 동선을 짤 수 있어요.”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반조리
“장거리 배달이기 때문에 배달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외식업 매장을 운영 중이시라면 다들 맛에는 일가견이 있으시단 말이에요. 비슷한 맛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고객을 ‘스피드’로 사로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건 어렵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미리 준비한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죠.”
금촌야식에서 메인 메뉴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사장님은 아귀찜, 해물찜 등 푹 익혀야 하는 ‘찜’ 메뉴를 제외하곤 조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비결은 ‘반조리’예요. 매일 아침 반조리를 해두니 양념만 넣고 볶으면 되죠. 조리 시간도 줄이기 위해 화구도 모두 바꿨어요. 외식업 매장에선 보통 2~3구짜리 화구를 사용하지만 저희는 4구 화구를 사용해요. 부대찌개 2인분을 팔팔 끓이는 데 3분이면 충분합니다.”
(상단) 4구 화구와 반조리 중인 음식 (하단) 조리 중인 부대찌개와 완성된 오징어볶음
손 사장님은 반조리를 할 때 ‘위생’도 신경 써야 한다고 합니다. “반조리해둔 재료를 다음날 사용하면 맛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준비해둔 재료는 당일 모두 소진하는 게 좋죠. 저희 매장은 한 가지 재료를 여러 곳에 활용할 수 있게 메뉴를 준비했어요. 닭을 익혀 준비해뒀으니 양념을 달리해 찜닭, 닭볶음탕, 묵은지 닭볶음탕 등에 쓸 수 있죠. 묵은지가 있으니 묵은지 닭볶음탕, 묵은지 감자탕에 활용할 수 있구요. 서른 가지가 넘는 메뉴를 파는 데 도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메뉴가 다양하니 단골들도 지루해하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