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시다 보면 식사 시간을 놓치는 날이 많습니다. 온몸에 근육통과 피로는 일상적인 일이죠. 불 앞에서 일하느라 시력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매일 손님맞을 준비를 하느라 건강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외식업 사장님들께 요기요사장님이 보내주신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사실 하루하루 한달한달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불안한 게 장사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덜컥 아프시다면 어쩌시겠어요. 저는 요식업만 30년 가까이 하고 있고, 지금은 광진구에서 7년째 떡볶이와 빙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췌장암 말기라는 소식을 듣고 작년 12월 14일에 건강검진이라는 걸 처음 해봤습니다. 50이 넘은 나이에요. 건강엔 자신 있었는데…검사를 받고 위암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서울 광진구 눈물나는떡볶이&눈꽃빙수 백경택 사장님(53)을 만났습니다.
30년 정도 외식업 일을 하는 동안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어요. 첫 번째 건강검진에 암을 발견했죠. 다른 사장님들께 ‘나처럼 살면 안된다, 건강관리를 잘 하셔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장님들은 하루 일과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기 몸이 건강이 서서히 나빠진다는 걸 느끼지 못하죠. 오늘 장사가 잘되면 기분 좋아서 술을 한잔 하거나, 힘들었던 날이면 지쳐서 잠들고 아침을 맞습니다. 늦잠 자고 10시반에서 11시에 아침을 먹어요. 일하다가 점심은 대충 먹고 저녁 식사는 밤늦게 먹게 되는데 야식으로 먹는 음식이 몸에 좋은 건 별로 없죠.
저는 회사에 소속된 적 없이 항상 제가 사장이었어요. 사장의 삶을 살다 보니 나라에서 주는 혜택도 챙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우편을 받더라도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었죠. 먹고사는 게 먼저라며 무시했어요. 병원에 가려면 예약해야 하고, 시간을 일부러 내야 하고, 자세한 검사를 하려면 비용이 추가돼요. 건강검진 전날에는 가게를 일찍 닫고 집에서 약을 먹어야 하죠. 검사받은 날은 오후에 문을 바로 못 열고 쉬어야 했어요.음식점사장님들은거의이틀치의시간과 돈을 투자해야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어요.
다들 장사가 어렵다 보니 건강검진 받으시라고 해도 받을 분들이 없을 거예요. 시간이 돈이니까. 하루 이틀이 더 중요해지는 거죠. 하루이틀 때문에 앞으로 10년 20년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저도 암을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면 시간이 지나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거예요. 앞으로 외식업 장사를 계속하실 거라면 하루이틀 쉬면서 줄어드는 매출보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술을 받으려면 휴업해야 했는데. 계속 영업하던 중이라서 가게에 식재료가 잔뜩 쌓여 있었어요. 그래서 가게 문을 닫기 전에 그동안 찾아주신 단골과 주변 음식점 사장님들께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드리면서 제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 암이래요. 언제 영업을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휴식을 취해야 하니 기다려주신다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니 자정이 넘었어요. 배달앱에는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공지사항을 올렸죠. 가게 문을 닫는 동안 저희 음식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병원에 가기 전날, 아내와 딸과 함께 가게 문을 닫고 나오는데 동네 음식점 사장님들이 가게 앞에 나와서 제게 손을 흔들어 주셨어요. 딸이 그 때 “아빠 인기가 되게 많나봐.” 하더라고요.
‘암에 걸리면 죽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 위를 70%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서 식사량이 줄었어요. 예전처럼 100% 힘을 쓰려면 밥을 조금씩 자주 먹어야되는데 일하다 보면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수술 잘 받고 회복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삶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술 후 배달앱 홍보는 초기화된 것과 같아요. 저희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아니에요. 고객들이 자주 먹다 보면 제 음식에 길들여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서너번씩 주문하던 단골집이 배달앱에서 사라지면 다른 집 음식을 주문해보기 시작하겠죠. 그러다 음식점 한곳에 정착합니다.
수술 때문에 두 달을 쉬었으니 저희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던 고객이라도 다른 집 단골이 될 수 있어요. 그 고객을 다시 제 손님으로 만들려면 똑같이 두 달이 아니라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오픈한 가게처럼 맨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 떡볶이는 캡사이신 맛이 유행하는 시대에 시장에서 먹던 떡볶이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요리입니다. 떡볶이도 한식 요리라는 생각으로 변함없는 맛을 내는 게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눈물나는떡볶이&눈꽃빙수
떡볶이에 신선한 계란이 올라가요. 별것 아닐 수 있는 계란 하나까지 손님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일명 ‘계란파동’으로 값이 올랐을 때부터 떡볶이에 계란 대신 메추리알을 넣는 곳이 생겼어요. 하지만 계란 가격이 내린 후에도 다시 계란을 넣지 않는 떡볶이집이 많죠. 요즘 식재료값이 전부 올랐지만 저는 8년간 가격도 재료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어요. 꾸준히 주문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죠.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듯이 ‘변함없는 맛’을 찾아주시는 손님들과의 약속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