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굽는 피자만 200판 ‘태릉피자’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태릉피자의 문강일(38) 사장님은 하루에 피자 150~200판을 굽습니다. 하루 매출은 300만원 대. 홀 없이 불과 15평 남짓한 매장에서 배달과 포장 주문으로만 이뤄낸 성과입니다.
문 사장님에게도 하루 매출이 10만원에도 못 미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 자주 가던 피자집 사장님에게 ‘매일 피자 공짜로 먹게 해줄 테니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문 사장님.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피자 만드는 기술을 배웠는데요.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창업하는 걸 보고 얼떨결에 피자집을 열었다고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초보 사장님이 맞닥뜨린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쟁쟁한 프랜차이즈 매장 사이에서 작은 동네 피자집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죠.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태릉피자의 대표 메뉴 ‘진심반반피자’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남들이 5시간 잘 때 문 사장님은 4시간을 잤습니다. 동네 다른 피자집이 밤 11시까지 운영할 때 문 사장님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언제든 시켜 먹을 수 있는 매장이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죠. 남들이 칼질 1000번을 할 때 문 사장님은 1001번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습니다. 노력은 2년 만에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10만원도 안 되던 하루 매출이 6개월 만에 100만원, 1년 만에 1000만원씩 꾸준히 상승해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는데요.
이젠 프랜차이즈보다 믿고 먹는 동네 피자집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도 월매출 1억원대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태릉피자의 포장 용기에는 ‘진심, 열정, 행복을 토핑하다’란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요. 어떤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월매출 1억원을 올리는 피자 매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요. 문 사장님의 열정 가득한 장사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①‘새벽 2시’까지 영업, 동네 룰이 된 까닭
태릉피자 문강일 사장님
고등학생 때부터 7년간 피자집에서 일하며 모아둔 4000만원으로 2008년 피자집을 창업한 문 사장님. 주방 직원 한 명, 배달 직원 한 명과 함께 패기 있게 시작했지만 매장 문을 연지 보름 만에 직원 두 명이 매장을 그만뒀습니다. “장사가 안되니까 다들 패기가 꺾였을 거예요. 당시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었고 ‘어떤 매장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여러모로 부족했죠.”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를 몰랐던 문 사장님은 영업시간부터 늘렸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했는데요. 보통 밤 10~11시에 문을 닫는 피자집에 비해 꽤 긴 영업시간이었습니다. 꼬박 16시간을 매장에서 보냈습니다. “처음엔 남들보다 좀더 일하자는 생각으로 영업 시간을 늘린 건데 매출이 70%나 올랐어요. 야간 고객이 주간 고객으로 이어지면서 매출이 상승했죠. 매장이 주택가에 있어서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어요. 밤에 늦게 들어온 형이 주문해 먹는 걸 보고 낮에 동생과 부모님이 함께 시켜 먹더라구요. 나중에 보니까 새벽 영업을 안 하던 동네 다른 피자 매장들도 새벽 영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②클래식을 살짝만 비틀면 ‘시그니처’
문강일 사장님이 매일 준비하는 꼬리를 뗀 새우
문 사장님의 메뉴 개발 포인트는 ‘클래식 메뉴를 살짝 비틀어 생각하기’입니다. 피자를 먹을 때 토핑으로 올라간 새우의 꼬리를 떼고 먹은 경험은 누구나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 사장님은 이런 불편함을 지나치지 않고 바로 개선했습니다. “처음에는 꼬리가 있는 새우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제가 먹어보니 불편하더라구요. 제가불편하면고객도당연히 불편할 거라 생각했죠. 바로 꼬리 없는 새우를 납품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봤는데 납품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꼬리를 떼기로 했죠.” 사장님은 매일 1시간 30분씩 투자해 5kg 분량의 새우 꼬리를 떼고 있습니다. 새우가 들어가는 피자들은 현재 매출의 30%를 책임져 주는 든든한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실수에서 착안해 신메뉴를 개발한 적도 있습니다. “한번은 ‘불고기피자’, ‘감자피자’로 인쇄돼야 하는 전단지가 ‘불고기감자피자’로 잘못 인쇄된 적이 있었는데요. 이때 아예 ‘불고기감자피자’를 만들었어요. 그저 그런 ‘실수’로 치부했다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없었을 거예요.”
③작은 매장에도 필요한 ‘스토리’
인터뷰 중인 문강일 사장님
문 사장님은 2020년 11월 지금의 상호로 바꿨는데요. 태릉피자에서 강조하는 건 문 사장님의 인생철학과 같은 ‘진심, 열정, 행복’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잖아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라 심신이 지치기도 했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우연히 태릉선수촌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태릉’이라고 하면 열정적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떠올라요. 태릉 국가대표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고 있잖아요. 저도 ‘피자’라는 목표를 향해 국가대표 선수들만큼 열정적으로 임하자는 생각으로 상호를 바꿨어요. 마음을 담아 ‘진심, 열정, 행복을 토핑하자’는 문구를 넣은 포장 용기도 주문 제작했죠.”
문 사장님은 애플이나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에만 브랜드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동네 작은 피자집에도 고유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브랜드마케팅 강연을 들으면서 ‘기억에 남는 매장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홍보나 마케팅에 돈을 들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죠. 광고를 많이 해야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저희 태릉피자 같은 경우에는 ‘열과 성을 다해 만드는 곳’, ‘토핑을 아낌없이 주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고유한 이야기만 있으면 광고비를 많이 쓰지 않아도 손님에게 각인될 수 있죠. 지금은 매출의 3~5%만 광고 비용으로 쓰고 있어요.”
토핑이 푸짐하게 올라간 태릉피자의 진심반반피자
새로운 로고도 만들었습니다. 피자를 들고 있는 귀여운 어린아이 캐릭터인데요. 문 사장님의 어릴 적 모습이라고 합니다. “‘고객이 우리 매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저희 피자는 어린아이들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린아이 캐릭터를 만들었죠. 캐릭터 덕분인지 매장에서 테이크아웃 해가는 손님들을 보면 엄마 손 잡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요.”
④‘리뷰 댓글’ 2204개를 쓴 이유
2021년 2월 17일 기준으로 문 사장님은 최근 올라온 9개의 리뷰를 제외하고는 모든 리뷰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저희 매장의 미흡한 부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매장을 이용한 고객이에요. 리뷰를 봐야지 저희가 잘하는 것과 잘못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리뷰창을 잘 활용하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전화로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문강일 사장님
문 사장님은 리뷰 댓글을 다는 데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불만 리뷰는 절대 지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데요. “매장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부정적인 리뷰를 보면 바로 댓글을 달아드리고 있어요. 메뉴가 잘못 왔다는 리뷰가 보이면 다음번 주문하실 때 매장으로 전화주시면 서비스를 많이 드린다고 말씀드리죠. 전화를 주시면 바로 재조리해서 가져다드리구요. 부정적인 리뷰에 즉각 대처해서 그런지 고객과 크게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어요. 긍정적인 리뷰에는 2~3일에 한 번씩 날을 잡아 댓글을 달고 있어요. 아무리 몸이 바쁘고 힘들어도 대충 달지 않아요. 제각각 다른 댓글을 달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잘 달아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고객 리뷰를 봤을 때 딱 떠오르는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이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지’를 고민해보면 댓글 달기가 수월해질 거예요.”
‘진심, 열정, 행복을 토핑하다’가 새겨진 태릉피자 포장 용기
⑤배운 걸 그대로 실천하는 실행력
문을 연 지 13년이 됐지만 문 사장님의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외식업 강연에 참석했는데요. “책 아무리 많이 읽고 강연을 자주 다닌다고 해도 실행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어요. 배운 건 실천하려 노력합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알려주는 사진 찍기 강연이 많이 도움됐어요. 토핑을 어떻게 배치해야 더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는지, 메뉴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배웠어요. 강연을 듣고 나서 메뉴 사진을 전부 새로 찍었죠.”
배달용기에 푸짐하게 담겨 있는 태릉피자
문 사장님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있었다면 자발적으로 공부하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저는 이 일이 정말 재밌어요. 무작정 창업하기 보다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나 직원으로 일을 해보고 몸소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단 요식업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이라도 주인처럼 일해봐야 하죠. ‘내 매장을 할 땐 다를 거야’라고 생각하면 어림도 없어요. 힘들어도 순간순간 재미와 보람을 느끼면 외식업 창업에 뛰어들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