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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장님

유명 맛집 500번 돌아다니며 분석
가천대 앞 ‘파 왕창’ 돈까스집

#하네돈까스 # 정영재 # 사장님 # 인터뷰



인천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앞에는 ‘파돈까스’로 유명한 돈까스집이 있습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등심 돈까스 위에 파채가 얹어져 있죠. 입에 넣는 순간 알싸한 파채향과 아삭한 식감이 돈까스의 느끼함은 날리고 고소함만 남깁니다. 2007년 문을 연 뒤 13년 넘게 인천 연수동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하네돈까스입니다. 


정영재(51) 사장님은 1995년 현대자동차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특진을 할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늘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는데요. 번아웃에 빠져 회의감을 느낄 무렵 친구 제안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이대로는 안된다’는 결심을 하곤 내노라하는 맛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10년간 탐방 횟수만 따져도 500번을 넘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유명 맛집에 들러 ‘이 집이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연구했습니다. 사장님은 맛집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설렜다고 합니다. ‘오늘은 뭘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죠. 


정영재 하네돈까스 사장님


사장님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맛집 탐방을 하고 외식업을 공부합니다. 성공 맛집에서 배운 것을 체득하고 실행한 결과 월매출 4000만~5000만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기요 매출과 고객 평점 등을 기준으로 매월 선정하는 우수음식점에는 2016년부터 38번이나 이름을 올렸죠. 사장님은 어떤 노하우를 매장에 적용한 것일까요? 요기요가 정 사장님을 만나 들어봤습니다.  


①우리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 만들기


매장 문을 열고 초창기엔 정 사장님도 여느 돈까스집에서나 볼법한 평범한 돈까스를 팔았습니다. 옛날왕돈까스, 등심돈까스, 치킨까스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난한 메뉴가 전부였죠. 장사가 안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출이 특출나게 잘나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부지런히 찾아간 ‘맛집’ 들은 하나같이 이 곳에 오지 않으면 맛 볼 수 없는 메뉴를 팔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하네돈까스를 찾을 수밖에 없는 특색 있는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파돈까스가 이때 탄생했습니다. “고기 구워먹을 때 파채 썰어서 같이 먹잖아요. 파채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고기와 궁합도 좋아요. 소스 만들 때 신경을 좀 썼어요. 돈까스에 어울릴만한 7~8개 종류의 소스를 사서 조합을 해봤습니다. 한개에 10​㎏짜리 소스통을 거의 다 쓸만큼 맛보고 또 맛봤죠. 그 결과 돈까스 소스와 양념치킨 소스를 조합한 레시피를 생각해냈습니다. 돈까스를 길쭉하게 썰어서 소스에 푹 담가 먹는 ‘찍먹 돈까스’, 다진 마늘을 얹은 ‘마늘 돈까스’도 개발했어요.” 



하네돈까스의 시그니처 메뉴 파돈까스 ‘사월이’


고객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메뉴에 특별한 이름도 붙였습니다. 마늘돈까스는 ‘삼월이’, 파돈까스 ‘사월이’라고 부릅니다. 1년 열두달을 메뉴 이름에 사용했죠. “매장 바로 앞이 가천대잖아요. 손님 90%가 대학생이에요. 학기에 맞춰서 이름 지은 거예요. 칠월이, 팔월이, 일월이, 이월이는 없어요. 방학 때니까요.” 독특한 메뉴와 재밌는 이름은 대학생 손님을 이끌기 충분했습니다.


②프랜차이즈도 인정한 파채 1㎝의 디테일


대개의 경우 맛집에 가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 집은 왜 잘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데요. 정 사장님은 “이런 사람은 절대 외식업 장사를 하면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무조건 질투하기보단 고객이 맛집을 찾는 이유를 하나라도 찾아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유명 맛집들 사이에는 식재료나 조리법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모두 좋은 식재료를 쓰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요. 제대로 하는 집이라면요. 단 한 끗의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네돈까스에선 파채 써는 방법에 디테일이 숨어 있는데요. 파채와 길이가 1~2㎝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저도 첨에 길쭉하게 썰었어요. 그런데 손님이 먹을 때 입주변을 자꾸 닦더라구요. 파채랑 소스가 닿아서 지저분해졌기 때문이죠. 한입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돈까스 크기도 자르고 파채를 아주 잘게 썰었어요.”


테이블을 닦고 있는 정용재 사장님


‘파채를 자르기만 하는 게 뭐가 대수인가’ 싶겠지만 유수 프랜차이즈 본사도 하네돈까스의 성공 비결을 파채 크기에서 찾았습니다. “2013년 갑자기 모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이 찾아왔어요. 이 주변에 냈던 가맹점이 문을 닫았대요. 딴곳에선 엄청 장사가 잘되는데 유독 이곳에서만 고전했다고 하더군요. 거기선 저희 때문에 망한 거라 분석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본사 직원이 파채 써는 걸 보고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겠군요’라고 말했어요. 매장 운영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일 몇단씩 이렇게까지 잘게 자르기 힘들거든요.”


③배달해도 홀 운영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


정 사장님은 배달 춘추전국 시대이지만 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창업이 처음이라면 홀이 있어야 해요. 홀에선 손님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죠. 배달에선 맛없어도 리뷰 안남기는 분 많아요. 하지만 홀에선 제가 맘만 먹으면 모든 손님 반응을 관찰할 수 있죠.”


코로나가 극심할 때 홀 매출은 0월이었지만 배달 매출로 이를 상쇄했습니다. 홀을 찾던 손님이 배달에서도 하네돈까스를 찾았기 때문이죠. “대학 상권은 학기에 따라서 부침이 심해요. 홀과 배달을 같이 운영하면 보완할 수 있죠. 7~8월 홀 매출이 떨어지면 배달 매출이 올라가고, 3~5월 배달 매출이 줄어들면 홀 매출이 늘어요.” 



두툼한 치즈가 들어가는 더블치즈까스


④메뉴 가격 인상은 ‘타이밍’


2011년 구제역 파동은 하네돈까스에도 위기였습니다. “1㎏에 4000원 하던 등심값이 보름만에 1만7500원까지 올랐어요. 1월에 터진 구제역 파동이 7월까지 이어졌죠.”


사장님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돈까스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틴 건데요. “당시 파돈까스가 5500원, 찍먹돈까스가 6000원이었는데 안 올렸어요. 7개월 동안 매월 적자가 700만~750만원씩 났어요. 등심 가격은 떨어질 게 분명했어요. 지금 1000원을 올린다고 큰 돈 버는 것도 아니니까 좀만 기다려보자, 버텨보자 싶었죠.”


사장님이 버티는 사이 다른 돈까스 전문점은 가격을 올렸습니다. 돈까스를 사이드 메뉴로 팔던 중국집, 분식집에선 메뉴판에서 돈까스를 지우기 시작했죠. 하네돈까스는 착한 매장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그해 7월 말 등심 가격이 1​㎏에 6000원으로 떨어졌어요. 예상대로였죠. 7개월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면서 손님을 유혹했고, 그때 늘어난 주문이 거의 그대로 이어졌죠.”


대표 메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정영재 사장님 


가격은 적절한 시기를 노려 올렸습니다. 2012년 메뉴 가격을 평균 2000원씩 올렸는데요. “갑자기 크게 인상한 거 같죠? 왜냐면 당시 1000원을 올리면 1~2년 만에 다시 1000원을 다시 올려야 할 것 같았어요. 인건비 등 물가가 계속 올랐거든요. 다행히 이 시기 배달앱에 입점을 했어요. 그 덕분에 가격에 대한 손님들의 저항감이 낮았어요. 신규 고객도 있고, 배달해서 먹으니까 올라간 가격을 어느 정도 수용하기도 했구요.”


정 사장님은 이번 코로나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공실이 많아서 임대료가 저렴할 때라 매장을 옮기거나 창업하기 오히려 좋은 때죠. 2021년엔 홀 매장 창업을 노려보셔도 좋을 거예요.” 


⑤3~4년에 한번씩 새 냉장고로


정 사장님은 3~4년에 한번씩 주방 공사를 합니다. 바닥을 새로 깔고 환풍기도 고칩니다. 냉장고도 새 걸로 바꿉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6월에도 주방 공사를 했습니다. “손님에 대한 예의예요. 아무리 청소를 해도 종일 음식을 하는 곳이라 찌든 때가 낄 수밖에 없어요. 당장 이득이 없어 보여도 음식 맛을 좌우하고 손님 사이에 입소문을 내는 중요 포인트입니다. 주방 바닥과 벽 싹다 고치는 데 한번에 400만~500만원 정도 합니다. 냉장고는 꼭 바꿔 주세요. 요즘 4구짜리 업소용 냉장고 신제품이 100만원 정도예요. 쓰던 건 중고 시장에 40만원 정도에 팔 수 있구요. 6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되죠.”  



하네돈까스 판매 1등 ‘찍먹 옛날왕돈까스’

 

식재료도 ‘상급’을 고집합니다. 유명 맛집에서 최고급 식재료만 쓴다고 자부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큰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저흰 돼지고기하면 제일 좋다는 제주도산을 쓰는데요. 1​㎏에 5000원이에요. 식재료 가격이 10% 이상 차이 나진 않거든요. 근데 또 먹어보면 맛이 확실히 다르구요. 좋은 재료만 쓰는데도 인건비, 월세 등 다 빼서 매출의 13% 정도 남습니다. 좀만 투자해서 제대로 얻자구요.” 


⑥건강관리·노후대비도 우선 순위


하네돈까스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금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엽니다. 정 사장님은 매일 운동에 1시간씩 할애합니다. “열심히 한다고 ‘현재’에만 매몰되면 안돼요. 하루 14시간 이상 주방에만 있는 건 반댑니다. 대충하라는 게 아니라 내몸 챙겨가며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장사가 체질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내가 건강과 행복을 좀먹어가면서까지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 사장님은 자영업자도 퇴직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란우산공제 들까 말까, 해지할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전 매월 100만원씩 내고 있어요. 더이상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 퇴직금으로 쓸 수 있어서 꼭 들어 놔야 합니다.” 


메모한 것들을 살펴보며 정리 중인 정영재 사장님


⑦사장님 맘 속 1등 고객은 ‘우리 직원’


주방은 이일형(51) 실장님이 전담합니다. 정 사장님의 오랜 친구인데요. 주방 세명, 홀 한명, 배달 두명 총 여섯 명의 직원이 함께합니다. 사장님은 직원이 맡은 각 분야를 존중하고 전문성을 인정합니다. “사장이 첨부터 끝까지 혼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직원에게 맡길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 직원들이 손님에게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원이 손님만큼 중요해요. 제 맘속 1등은 직원들입니다.” 


대박집 사장은 직원을 존중하고 전문성을 인정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자꾸 바뀌는 매장은 오래 영업하기 힘들어요. 일이 손에 익지 않은 직원이 늘 있다는 말이거든요. 몇년씩 함께 일하는 직원이 있느냐가 식당의 운명을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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