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진 사장님의 ‘박리다매’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횟집은 포장을 기다리는 고객과 배달 음식을 가지러 온 배달원들로 북적입니다. ‘달빛오징어광어’가 간판 불을 밝히면 어스름한 골목길이 금세 횟집 손님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해집니다.
“이곳에 매장을 낸다고 했을 때 다들 뜯어말렸어요. 유동인구가 많은 ‘송리단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지난 7년 동안 들어왔던 매장들이 전부 문을 닫은 자리죠. 업종도 1년마다 바뀌었다고 해요.” 모두가 ‘안 된다’고 말했던 이 곳에서 달빛오징어광어 황효진 사장님은 매달 월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달빛오징어광어 석촌본점 매장
황 사장님은 매출의 비결을 ‘가성비’라고 콕 집어 말합니다. “대표 메뉴인 ‘광어회’와 ‘연어회’를 모두 1만 5000원에 팔고 포장 주문은 1만2000원만 받는데요. 마진이 적어도 단골 한 분이라도 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장사하고 있어요.”
횟집에서 쓰는 해산물은 하루 이틀 만에 가격이 확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어제까지 3000원하던 오징어가 오늘 1만원이 넘어도 이상하지 않은데요. 이런 해산물 시장에서 어떻게 12년 동안 ‘박리다매’ 원칙을 고집할 수 있었을까요. 가맹점을 9개까지 확장하면서 말이죠. ‘달빛오징어광어 석촌본점’에서 황 사장님을 만나 ‘줄 서서 먹는 횟집’의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남들보다 한발 빨랐던 ‘가성비’ 전략
달빛오징어광어는 회를 주문하면 곁들여 나오는 ‘쓰키다시’가 없는 횟집입니다. 배달은 물론 홀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쓰키다시가 제공되지 않는데요. 메뉴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가성비 높은 음식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지금은 쓰키다시를 주지 않는 횟집이 많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쓰키다시가 한 상 가득 올라오는 상차림이 ‘횟집의 정석’이던 때가 있었는데요. 당시 오징어회 프랜차이즈의 부대표로 일하던 황 사장님은 가성비를 위해 불필요한 반찬을 없애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중인 황효진 사장님
“친척이 유명한 오징어회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했어요. 가맹점이 100곳 넘었는데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어요. 본점 하루 매출이 겨우 40만원이었죠. 2011년 사업에 합류하게 됐어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본사에서 일하고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본점 매장을 운영했어요. 새벽 2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가맹점을 방문해 관리를 했구요. 하루 3시간만 자던 시기였죠.”
쪽잠을 자며 일하던 사장님의 눈에 이상한 점이 하나 둘 보였습니다. “‘회’만 맛있어도 고객이 찾아올 텐데 쓰키다시가 필요할까란 의문이 들었어요. 회가 같이 있으면 쓰키다시를 많이 먹지 않아요. 쓰키다시를 없애고 회 가격을 낮추면 고객들도 더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징어회 한 접시 가격을 1만원으로 낮추고 밑반찬을 뺐어요. 가성비를 높인 거죠.”
반찬을 줄이니 고객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점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쓰키다시를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어요. 식자재 관리도 간편하구요. 무엇보다 가맹점을 관리가 편했어요. 주메뉴인 오징어회만 신경 쓰면 됐으니까요. 덕분에 3년 만에 가맹점을 400호까지 열 수 있었습니다.”
달빛오징어광어의 대표메뉴인 연어회와 광어회
불편한 시스템을 바꾸는 ‘추진력’
해산물 납품가는 날씨에 따라 달라집니다. 배가 뜰 수 없을 만큼 궂은 날씨에는 해산물을 잡지 못하고 납품처에서는 남아있는 해산물만 팔기 때문에 가격이 오릅니다. 전날 밤 주문을 넣어뒀지만 아침에 갑자기 가격이 뛴 해산물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래서 황 사장님은 전날 밤 해산물 가격을 확인하고 주문합니다. 몇 년 전 사장님이 찾은 해결책인데요.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게 많이 힘들더라구요. 아침에 당장 오늘 팔아야 할 해산물을 못 구하는 거잖아요.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3일 동안 바닷가를 따라 해산물 업체를 찾아다녔어요. 그중 납품가가 저렴한 세 곳을 만나 당일 아침이 아닌 ‘전날 밤 납품가’로 가격을 맞췄어요. 저녁에 필요한 해산물을 못 구하면 급하게 사지 않고 다른 업체를 알아볼 수 있죠.”
황 사장님은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합니다. “장사를 하다 보면 ‘관례’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걸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적극적으로 바꿔본다면 장사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황효진 사장님
내년 고객을 위한 ‘계절 메뉴’
외식업 매장은 적어도 ‘1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 황 사장님. 코앞의 2~3개월 매출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하루 40만원 매출이 나오는 매장을 꾸준히 600만원 매출을 올리는 매장으로 만드는 데 12년 걸렸어요. 성장 그래프는 바닥을 탄탄히 다지면서 천천히 올라간다는 걸 배웠죠. 단기간 매출을 높이는 것보다 오래가는 매장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달빛오징어광어에는 ‘사계절 전략’이 있습니다. 저렴한 제철 메뉴로 미식가들을 사로잡는 것이죠. “창업을 준비하는 사장님들이 횟집 성수기가 여름이냐, 겨울이냐 물어보시는데요. 횟집은 사계절 모두 잘 되는 업종이에요. 봄 도다리, 여름 산오징어, 가을 전어와 숭어, 겨울 방어와 석화. 1년 내내 계절메뉴로 승부를 볼 수 있잖아요.”
단, 계절 메뉴를 팔 때도 가격을 꼭 신경써야 한다는데요. “계절 메뉴를 남들보다 저렴하게 팔아야 고객에게 어필이 되죠. 당장 이번 달 매출을 위해 비싸게 팔면 내년에 또 우리 집을 찾아올 이유가 없어져요. 꾸준히 찾아올 매장이 돼야 하죠. 지난겨울 방어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어요. 한 마리에 33만원까지 간 적도 있죠. 다른 곳은 대방어 한 접시에 5만원씩 팔았는데 저는 2만5000원에 팔았어요. 내년 겨울을 위해서죠.”
황효진 사장님
올리면 내려올 줄 모르는 게 ‘가격’
달빛오징어광어는 광어회 한 접시 원가가 9000원이더라도 포장 주문은 늘 1만2000원에 팝니다. 황 사장님은 ‘음식 가격을 올리는 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식자재 가격이 높아지면 메뉴 가격을 올려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그럴 때마다 저는 ‘손님을 잃고 싶으면 올려도 된다’고 답해요. 식자재 가격이 오를 때 메뉴 가격을 불쑥 높이더라도, 식자재 가격이 저렴해질 때 메뉴 가격을 낮추진 않을 거잖아요. 고객들도 알아요. 식자재 가격이 오르니 메뉴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알고, 식자재 가격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을 때도 사장님들이 가격을 유지하는 것도 알죠. 저는 7년 동안 메뉴 가격을 거의 바꾸지 않았어요.”
황 사장님은 장사의 목표를 ‘꾸준한 수익’에 맞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외식업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장님이라면 힘드실 거예요. 생각보다 식자재 가격이 들쑥날쑥하죠. ‘메뉴 가격을 유지하는 게 잘하는 일인가’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1년만 버텨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오래가는 매장이 되기 위해서요.”
포장된 회
황 사장님이 말하는 “이것은 하지 마세요”
①‘리뷰 이벤트’ 안 해도 돼요.
요기요앱 내 달빛오징어광어 매장에는 2600개가 넘는 리뷰가 달려있습니다. 평점은 4.8점 수준이죠. 모두 리뷰 이벤트 없이 달성한 결과입니다. 황 사장님은 ‘리뷰 이벤트는 안 해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쓰키다시를 없앤 이유와 같아요. 고객들이 정말 ‘회’가 맛있어서 찾아오는 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리뷰 이벤트 때문에 찾아오는 매장이 된다면 리뷰 이벤트가 사라졌을 때 주문하는 고객은 없을 거예요. 음식이 정말 맛있고 만족스럽다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리뷰를 남겨주시더라구요. 또 악성 리뷰에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리뷰들 사이 악성 리뷰가 하나 달려있어도 사장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다른 고객들도 알게 되죠.”
②홀 고객에게 소홀히 하지 마세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배달 주문이 많이 늘었다는 달빛오징어광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배달 주문이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루 배달 매출만 1200만원을 올린 날도 있죠. 황 사장님은 높은 배달 매출의 공을 ‘홀 고객’에게 돌립니다.
황효진 사장님
“‘홀 고객’을 잡아야 ‘배달 고객’도 잡을 수 있어요. 사실 배달비와 수수료 때문에 배달앱에서 메뉴 가격을 홀보다 조금 더 높게 받고 있어요. 그런데도 주문해주시는 고객이 있다는 건 홀에서 드셔보셨던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배달’이 대세가 됐고 배달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지금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도 살아남는 매장이 돼야 해요. 그러려면 고객이 찾아올 수 있는 ‘홀’의 중요성을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③‘이만하면 됐다’ 생각하지 마세요.
황 사장님은 동네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도 매일 ‘뉴스’를 통해 세상이 변화하는 걸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매장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면서 트렌드와 뉴스를 등한시해서는 안 돼요. 우리나라에 베트남 쌀국수와 중국 양꼬치가 유행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제가 쓰키다시를 빨리 없애고 주메뉴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신문을 꾸준히 봐서였어요. 사람들 주머니 사정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그럼 외식업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죠. 그래서 가성비를 높이고 ‘회’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