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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장님

푸드트럭 한 대로 대형 백화점 뚫은 청년 사장님

#줄서서먹는청년컵밥 # 이상훈 # 사장님 # 인터뷰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방송국이 모여있는 길가 뒷편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10평 크기 매장. 1만원대 고급 ‘컵밥’을 파는 식당이 있습니다. 넓고 둥그런 컵 속에 뜨거운 쌀밥을 넣고 그 위에 스테이크가, 때로는 곱창이 올라갑니다.

2016년 2월 트럭 위에서 손님과 처음 마주한 청년컵밥은 ‘푸드트럭계의 신화’로 불립니다. 지역 축제나 영화·드라마 촬영 현장 등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청년컵밥을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습니다. ‘컵밥’하면 떠오르는 저렴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고기, 랍스터 같은 고급 재료를 넣은 프리미엄 컵밥으로 또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중입니다. 

푸드트럭에서 시작한 청년컵밥은 이제 배달시장에서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배달과 테이크아웃에 집중하는 본점은 한 달에 7000만~8000만원 매출을 내며 성장 중입니다. 컵밥 브랜드 ‘줄서서먹는청년컵밥(이하 청년컵밥)’을 운영하는 (주)청년에프앤비 이상훈(28)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1만원대 고급 컵밥으로 승부수 


청년컵밥 메뉴 가격은 ‘1만원’ 내외입니다. 가격만 보고선 ‘컵밥 치고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청년컵밥은 ‘고급 컵밥’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렸습니다. 스테이크, 아보카도처럼 겉으로 보면 컵밥과는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급 재료를 넣었습니다. 잘 익은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씹는 즐거움도 살렸습니다. 보통 이것저것 재료를 잘게 부숴 넣는 기존 컵밥과 차이가 나는 대목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조연이었던 주재료에 주연 자리를 돌려준 셈이죠.

“과거 컵밥은 ‘소스맛’으로 승부를 봤어요. 원재료 맛이 묻힐 정도로 소스맛이 워낙 강렬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컵밥을 제대로 된 식사라기보다는 대충 때우는 끼니 정도로 여겼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정말 제대로된 식사로 컵밥을 찾게 하려면 밥 위에 올라가는 재료가 큼직해 ‘씹는 맛’이 나야 한다 생각했어요.” 

음식을 담는 용기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흰색 스티로폼 용기가 아니라 황토색 종이 재질의 그릇을 선택했습니다.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싶은 이유에서였습니다. 구멍을 뚫은 종이 박스에 컵을 꽂아 넣었습니다. 배달 중에 흔들림에도 내용물이 흩어지거나 컵밥이 뒤짚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상훈 줄서서먹는청년컵밥 사장님


“‘가성비’가 중요하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가성비보다 가심비에 주목하고 있어요. 고객은 감동을 받아야 지갑을 열어요. 더이상 저렴하면서 맛있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육이나 불고기같은 흔한 반찬이 아닌 스테이크, 곱창을 떠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구요. ‘컵밥인데 이런 퀄리티야?’라는 놀라움을 주고 싶었어요.”

인기 메뉴는 큐브스테이크덮밥과 곱창라이스입니다. “곱창라이스는 지금의 청년컵밥을 있게 해준 초창기 메뉴예요. 과거에는 ‘곱창컵밥’이라 불렀어요. 곱창과 밥이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아요. 고등학교 때 자주가던 단골 곱창집이 있었는데 늘 양념곱창이랑 밥을 비벼 먹었어요. 그 기억에서 시작해 곱창컵밥을 만들게 됐죠. ‘밥을 부르게 하는 소스’가 저희 비법이에요. 외식업체 대표님과 직원분들, 업종은 다르지만 스타트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을 일일히 찾아다니며 맛을 평가받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에 위치한 청년컵밥 본점 매장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시간


이 사장님은 어릴 적부터 장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학창시절 모범생보다는 문제아에 가까웠어요. 지각 자주 하고 수업시간에는 잠만 자고… 대신 늘 돈 벌 궁리를 했어요. 초등학교 때 폐지 주워서 고물상에 판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적도 있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옷이나 신발을 싸게 떼와 친구들에게 팔면서 용돈을 벌었어요. 그때부터 현장에서 하는 일이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찌감치 ‘장사’로 진로를 정한 이 사장님은 2010년 고등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했습니다. 전역 후 경험을 쌓으며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주방 접시 닦이부터 시작해서 휴대폰 대리점과 건설 현장에서도 일했어요. 꽃 장사, 일회용 마스크 장사, 기념품 장사도 했어요.”

이 사장님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남들과 좀 다르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장사이지만 아무나 하는 것처럼 하면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할 때는 땡처리하는 과일을 사다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돌면서 경비원분들에게 나눠드렸어요. 동네 인맥이 넓은 아파트 부녀회장님을 공략하기 위해 경비원분들부터 포섭했죠.”
 
청년컵밥 푸드트럭 시절 | 사진=줄서서먹는청년컵밥 제공

손님이 없을 때는 매장 건너편 인도에서 매장을 바라보며 한두시간을 마냥 서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 매장이 고객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했어요. 판매 사원은 매장 안에서 밖을 보잖아요. 영업하려면 고객 시선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객 눈길을 사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어요. 구상한 아이디어로 입간판 디자인을 맡겨서 매장 앞에 세우기도 하고요. 작은 매대에서 액세서리를 팔아 고객 발길을 붙잡았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매장 매출은 크게 뛰었고 월급 150만원으로 시작한 이 사장님은 3개월만에 월 500만원을 받는 판매사원이 됐습니다. 그 무렵 이 사장님은 휴대폰 판매직을 그만뒀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전여행에도 도전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이뤄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배낭에 여분 옷 한 벌과 신분증만 들고 서울에서 부산을 오가는 무전여행을 했죠. 히치하이킹도 하고 무작정 음식점에 들어가서 ‘손님 모으는 것도 자신 있고 뭐든 할 수 있으니 밥만 달라’고 하면서 어려운 순간을 극복해내는 힘을 길러보고 싶었어요.”  


이상훈 사장님

축제·야시장 평정한 푸드트럭, ‘배달전문’으로 진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새벽에 지하철 역 앞에서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가던 한 여성분이 다시 올라 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김밥 노점에서 김밥 한줄을 사서 내려가는 거에요. 마르지도 않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우다다-’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릴 만큼 급박해 보이는 모습이었어요. 그때 ‘이거다!’ 싶었죠. ‘저렇게 머리를 말리지 못할 정도로 바쁜 시간에도 끼니를 챙기는 사람은 꼭 있다, 이 시장에 도전해볼만하겠다!’고 맘 먹었어요.” 

이 사장님은 시간이 빠듯한 출퇴근 시간에도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한끼’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습니다. 김밥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졌습니다. “김밥을 팔 수도 있었지만 남들과 똑같으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어요. 김밥과 비슷한 주먹밥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주먹밥은 영 먹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속에 들어가는 재료를 차별화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았어요. 편하게 잡을 수 있는 컵에 밥을 넣고 숟가락을 함께 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컵 속에 밥을 넣었으니 반찬도 다양하게 넣어보자는 생각을 했죠.” 

2016년 2월 푸드트럭에서 컵밥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푸드트럭에서 시작한 이유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마침 당시가 정부에서 푸드트럭 활성화 사업을 벌일 때였어요. 그동안 악착같이 번 돈과 동업자 친구 돈을 합해 트럭을 사서 푸드트럭용으로 개조를 했죠.”


청년컵밥의 대표메뉴인 곱창컵밥

시작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코피 한번 흘려본 적 없던 이십대 청년 사장님이 쌍코피를 흘려가며 하루 16시간씩 일했지만 한 달 동안 손에 들어온 돈은 30만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의기소침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까 고심하다가 답을 찾았습니다. 각 지역의 행사와 축제를 떠올렸어요.”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 마음 먹었던 이 사장님은 지자체, 대학교, 대행사 등에 낼 ‘사업계획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외식업 종사자, 투자사에 다니는 분들에게 페이스북으로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어요. 사업계획서 쓰는 법 좀 알려달라고요. 일면식 없는 사람이 인터넷으로 연락하면 무시할 것 같지만, 의외로 남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사업계획서에 청년컵밥의 포부를 담았어요. “당시만 해도 축제나 행사하면 김밥이나 닭꼬치, 떡볶이가 전부였는데 이미 사람들은 식상해하고 있었죠. 사업계획서에 프리미엄 컵밥 시대가 올 것이란 점을 강조했어요.”


스테이크컵밥을 들고 웃고 있는 이상훈 사장님 


백화점 입성 후 배달로 영역 확장


이 사장님은 지자체, 대행사, 대학 등에 사업계획서를 뿌린지 얼마 되지 않아 각종 지역, 대학 축제는 물론 드라마·영화 촬영장에서 서서히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성수기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닐 정도였습니다. 푸드트럭 하루 매출은 200만~300만원선. 서울시 대표 사업인 밤도깨비야시장에 입점하면서부터는 고객들에게 ‘청년컵밥’ 브랜드를 알리게 됐습니다.  

“푸드트럭은 주문이 밀리면 금방 줄이 길게 늘어서요. 이때 기다리는 고객을 절대 놓치면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푸드트럭 앞에 댄서나 마술사를 섭외해 공연을 하도록 해서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드렸죠.” 

장사 달인이 된 이 사장님의 다음 도전은 ‘브랜딩’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외식업에서 살아남으려면 브랜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푸드트럭이지만 사람들이 먼저 찾아주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이 사장님이 목표로 삼은 곳은 바로 백화점이었습니다. 백화점 입점을 목표로 또다시 사업계획서를 썼습니다. 주변을 수소문해 신세계 백화점 바이어 연락처를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선 ‘어떻게 길거리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푸드테크 성공사례로 발표 중인 이상훈 사장님 | 사진=줄서서먹는청년컵밥 제공


“제가 푸드트럭으로 백화점에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해보지도 않고 왜 그런 말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죠. 바이어에게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단골 고객들이 있었거든요. ‘오늘은 어디서 장사한다’ 공지를 올리면 꼭 찾아와주시는 분들이죠. 우리는 자리가 없어서 고객이 항상 이동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백화점에 고정자리를 준다면 우리 고객을 백화점으로 유인할 수 있을 거라 설득했어요.” 2017년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테스트 매장으로 시작한 청년컵밥은 12개 테스트 매장 중 매출 1위를 달성했습니다. 

프리미엄 컵밥 브랜드와 이미지를 다진 청년컵밥의 다음 단계는 배달전문매장으로의 도약이었습니다. “푸드트럭은 겨울에 매출이 없어요. 겨울에는 행사도 없고 고객이 야외 활동을 안하니까요. 그때 주목한 게 배달전문매장이에요. 배달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보였어요. 이미 IT에 빠삭한 저희같은 20~30대 1인 가구에게 배댈앱은 필수였죠. 배달앱에서 주문을 시작한 소비자는 연속성을 갖고 가는 경향이 있어요.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에 좋죠. 이것저것 홍보를 하지 않아도 리뷰를 통해 입소문이 난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줄서서먹는청년컵밥은 푸드트럭 사업을 하면서 영화·드라마 촬영현장, 대학·지역 축제 등에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 사진=줄서서먹는청년컵밥 제공


장사 잘될 때 더 '고민' 해야


2020년은 청년컵밥에게 중요한 해입니다.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연지 4개월 정도된 강남점은 월매출 9000만원 정도를 내며 순항 중입니다. 

이 사장님은 서울시 청년 창업 멘토로도 활동했습니다. 그를 멘토 삼아 외식 사업에 도전하는 20대 청년이 많습니다. “겉으로 보면 운이 좋아 어렵지 않게 온 것 같아도 지금까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지금 매장 시스템을 잡기까지 몇 년을 준비했어요. 오래 준비해서 칼날을 예리하게 간 다음 도전하시길 바래요. 자칫 종이조차 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청년컵밥’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차별화 포인트는 3가지입니다.

① 기존 컵밥의 틀을 깬 고급화 전략 

“컵밥은 예전에는 3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저렴한 메뉴였어요. 저렴하긴 하지만 온갖 메뉴를 섞어놔서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었죠. 저희는 기존 컵밥에서 볼 수 없었던 메뉴가 고객 눈길을 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맛있어서 잘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음식 플레이팅도 중요하고, 위생은 말할 것 없이 중요합니다.” 

② ‘청년’스러운 브랜딩 

“몇 년 전만 해도 20대 청년이 장사를 한다고 하면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외식 장사를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비전을 가진 ‘직업’으로 인식하는 청년이 늘고 있어요. 노력과 열정, 끈기 등 청년인 제가 가진 장점을 내세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젊은 직원들의 사명감도 청년컵밥이 존재하는 이유라 강조했습니다. 

③ 잘 나갈 때 더욱 절실한 ‘고민의 시간’

청년컵밥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이 사장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늘  ‘왜 사업이 잘될까?’라는 의문을 품습니다. “장사가 안될 때 ‘왜 안되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많겠지만 장사가 잘되는 이유를 고민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왜 장사가 잘되지?’라는 의문을 품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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