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자영업자에게 양날의 검으로 불립니다. 강의가 시작되는 ‘개강 시즌’인 3월과 9월엔 예약이 넘쳐나지만 방학 중엔 손님이 급격히 줄기 때문이죠. 하지만 확실한 전략만 있으면 대학생뿐 아니라 다른 동네 고객도 끌어모으는 맛집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장님이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앞에서 치킨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크치치킨’ 차한결(38) 사장님입니다.
크치치킨은 2013년 11월 고려대학교 근처 주택가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오픈한 지 2년도 안돼 매장을 10평(33㎡)에서 20평으로 확장했습니다. 2017년 6월엔 경희대학교 근처에 55평 규모 매장까지 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학교를 찾던 대학생마저 자취를 감추었지만 여전히 고대본점과 회기점 모두 각각 월매출 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 사장님에게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차 사장님은 처음부터 창업을 꿈꾸진 않았습니다.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사장님은 용돈 벌이를 위해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호텔리어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1년간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 있는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일했습니다.
매출을 확인하는 사장님 모습
한국에 돌아온 후 사장님은 레스토랑에 취직했는데요. 능력을 인정 받아 지배인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쉬는 날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일하며 식재료 원가에서부터 인건비까지 각종 비용 처리를 맡으며 매장 수익을 관리했습니다. “부모님이 운영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배달 위주 매장이었어요. 수익은 갈수록 떨어졌구요. 위치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진 곳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제대로 된 맛과 마케팅 전략만 있다면 홀에도 사람들이찾아오게할거라는자신이있었어요.”
차 사장님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접고 같은 자리에 지금의 크치치킨 고대본점을 창업했는데요. 창업 두 달 만에 부모님이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세 배를 웃도는 매출을, 그리고 1년 만에 열 배 매출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8년간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한 것들은 많이 접목했어요. 손님과 소통하는 법과 다양한 마케팅 능력을 모두 쏟아부었어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있었어요. 고대 학생회에서 먼저 협력을 제안했어요. 저희 매장을 잘 아는 친구들이더라고요. 매장을 알릴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학생회와 크치치킨이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고대 학생들에겐 치킨을 원래 가격보다 4000원 저렴하게 판매했어요. 매장 홍보는 물론이고 학생들과도가까워지는계기가됐죠.”
고려대 학생회와 협업해 치킨 이벤트를 연 모습 l 차한결 사장님 사진 제공
고대본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데 자신감이 붙은 사장님은 다음으로 경희대와 한국외대 학생들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고대본점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였기 때문이죠. “두 매장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중간고사 이벤트나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기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이미 경희대학교 학생들도 크치치킨 고대본점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먼 곳보다는 홍보하기가 수월했죠.”
차 사장님은 두번 째 매장인 회기점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고대본점 매장을 동생에게 맡겼습니다. 회기점 운영에 몰두하기 위해서였죠. 회기점은 90석을 수용하는 55평 매장인데요.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매일 90석도 부족할 정도로 손님이 꽉찼다고 합니다. 사장님 달력은 예약 내역으로 빼곡했죠.
예약 내역으로 빼곡한 달력
달력을 가득 채운 예약 내역은 사장님만의 ‘퍼주기 마케팅’이 이뤄낸 성과인데요.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대학가는 어느 상권보다 입소문이 빠르게 퍼집니다. 사장님은 이 점을 공략했죠.
“회기점은 오후 3시에 문을 여는데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오전 시간 내내 90석 규모의 매장을 무료로 대관해줬습니다. 대학교 동아리와 대학원생들이 단체 모임을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무료 대관을 하면 근무 시간 전에 나와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음식을 예약하시면 조리도 해야 하죠. 새벽 1~2시에 끝나고 아침 일찍 나온다는 게 쉽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받은 손님들은 꼭 다시 동네 친구나 다른 학교친구들,회식때저희매장을 찾아 주세요.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는 거죠.”
크치치킨에서 열린 경희대 밴드 동아리 행사 모습 l 차한결 사장님 사진 제공
차 사장님은 버스킹 공연 요청, 유튜브 촬영 공간 협조 요청 등 학생들의 제안이라면 어떤 것이든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아쉽다고 느꼈는데요.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닌 꾸준히 매장을 홍보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사장님은 지적장애인 작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 ‘같이걸을까’와 협업 전시를 계획했습니다. 사장님은 같이걸을까 작가들에게 작품을 전달받아 매장에 전시했는데요. 단골 손님들이입소문을냈고바로반응이왔습니다.
“고객 중 일부는 전시된 작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블로그와 SNS엔 크치치킨을 칭찬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행사였어요. 작가님들은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생긴거고, 저희 매장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얻었으니까요. 요즘 학생들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싶어해요. 안암역에 널린 수많은 치킨집에서 학생들이 저희 매장을 택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같이걸을까 협업 당시 쓰인 입간판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에게 크치치킨은 ‘분위기와 가성비 둘 다 잡은 곳’으로 통합니다. 회기점 창업 전 사장님은 성수동·연남동 유명 카페를 찾아다니며 유행하는 디자인을 눈여겨봤습니다. “매장 인테리어에만 1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어요. 회기점 오픈 초반엔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는 분들도 많았어요. 벽면은 거친 느낌으로 하되 벽돌과 작품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어요.”
크치치킨 회기점 벽에 걸린 에곤쉴레의 작품
매장 인테리어·분위기만 보고 음식 가격이 비쌀 거란 예상도 깨버렸습니다. 크치치킨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많이 쓰는 국내산 9호 닭으로 튀긴 치킨과 4가지 소스(양념, 어니언, 케첩, 치즈가루), 감자튀김, 샐러드, 수제피클을 하나의 콤보 메뉴로 판매합니다. 가격은 1만8000원. “세트 메뉴를 단품치킨 정도 가격으로 책정했어요. 단가도 세심하게 조정했어요. 학생들에겐 1000원, 2000원이 되게 큰 가격 차이거든요. 그런부분을고려해서가격을책정했어요.
국내산 닭을 고집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건 사장님이 직접 발로 뛴 덕분입니다. “문을 닫는 일요일을 빼곤 매일 아침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 가요. 수제 피클과 수제 샐러드·소스 재료를 사야 하거든요. 수제 피클은 무, 오이, 당근, 파프리카 이렇게 네가지 재료로 만들어요. 직접 재료를 구매하고 만들면 힘들긴 하지만 피클이나 샐러드 기성 제품을 쓸 때보다 맛도 좋고 단가도 낮아요. 당연히 치킨 가격도 낮출 수 있죠.” 사장님은 맛과 비용 절감을위해매일한통,주말엔 두 통의 수제피클을 담급니다. 한 통당 주문 50개를 책임지는 양이죠.
크치치킨 대표 메뉴 크림어니언치킨과 수제피클·매콤크림 파스타치킨
크치치킨은 학생과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전략으로 ‘치킨을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찾는 매장’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대학가 수많은 치킨집 중에서 유독 크치치킨이 사랑 받는 비결을 3가지로 요약해봤습니다.
①SNS 관리는 선택 아닌 필수
크치치킨은 SNS 앱으로 주문도 받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1주일에 2~3건씩 주문이 들어오는데요. 꾸준한 SNS 관리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사장님은 2014년 말 처음 크치치킨 전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는데요. 고대본점·회기점에서 진행되는 개강·중간고사 맞이 이벤트, 버스킹·전시전 등 행사 일정을 SNS로 안내합니다.
사장님은 SNS를 활용하면 매장만의 ‘홍보 창구’가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SNS는 잘 활용하면 입소문이 빨리 퍼져요. 저희 매장을 팔로우한 분들은 확실한 단골 고객이 되는 거잖아요.”
②리뷰 답변 ‘복붙’ 금지! 답변은 손님과 대화하듯
크치치킨 고대본점과 회기점의 요기요 앱 리뷰는 총 2800건인데요. 4.7점 이상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비결은 고객과 대화하듯 남기는 답변에 있는데요.
사장님은 모든 리뷰에 각각 다른 답변을 남깁니다. 잘 먹었다는 짧은 고객 리뷰에 답변을 남길 때도 절대 같은 문장을 ‘복사+붙여넣기’ 하지 않는데요. 덕분에 고객들은 사장님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답변을 남겨요. 아르바이트생들이 할 때도 있긴 하죠. 실시간으로 남기진 못하고, 근무 중에 여유 시간이 있거나 매장 마감 후에 몰아서 남겨요.” 매장 마감 후 정리를 끝내면 새벽 1~2시는 기본인데요. 사장님은 칭찬 리뷰를 보는게가장훌륭한피로회복제라고말합니다.
③메뉴 개발 시 고민해야 하는 2가지
크치치킨에선 사이드메뉴도 인기인데요. 가문어를 통으로 구워낸 통족구이와 매콤한 파스타, 소세지, 해물어묵탕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홀 주문 고객 중 절반은 사이드 메뉴만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데요. 사장님의 신메뉴 개발 고민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사장님은 신메뉴를 개발할 때 조리 시간을 가장 먼저 고민하는데요. “아무리 맛있어도 조리 시간이 길면 안됩니다. 고객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조리하고 서빙까지 마치는 데 15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크림어니언치킨과 매콤크림 파스타를 들고 있는 차한결 사장님의 모습
신 메뉴 맛 평가는 꼭 직원과 지인들에게 부탁합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메뉴판에 이름을 올리더라도 고객 반응이 냉정하면 과감히 빼버립니다. “한 두 달 정도 살펴보는데요. 일주일에 주문이 두세 번만 들어오거나 반응이 미지근하면 그 메뉴는 팔지 않아요. 수제 크로켓과 코코넛 쉬림프가 그랬는데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손님이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맛있게 먹어야 진짜 맛집이라고 생각해요.”